[만화]잔잔한 일상을 담은 카툰<모던 타임즈>

  • 입력 2001년 3월 19일 14시 20분


"왜 나처럼 누워서 TV보는 사람을 위해 '화면 눕히기' 기능이 추가된 TV는 안나오는 거야?" 누워서 TV를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런 엉뚱한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이처럼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 삶을 소박하게 그린 한컷짜리 만화 모음집 <모던타임즈>(초록배매직스)가 출간됐다. 눈이 왕방울처럼 크고 유난히 마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이 만화집은 밝고 화사한 색상과 따뜻한 정서로 일상의 속 모습을 풀어낸다.

작품은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자화상', 현대 도시인의 모습을 따뜻하게 바라 본 '모던타임즈', 사랑 이야기를 잔잔히 풀어낸 '남과 여', 생활 속에서 영감을 얻어 그렸다는 '만화 같은 세상', 가족의 일상을 담은 '봉 패밀리'로 나뉘어지는데 각 장은 8~15개의 카툰으로 꾸며져 있다.

이 책의 특징은 '과장'을 최대한 배제했다는 것. 평범한 인물을 자처한 작가가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소재를 편안하게 다룬 것이다. 지난해 4월 모 스포츠지에 카툰을 연재하면서 데뷔한 김상수씨는 평범한 샐러리맨 시절의 경험도 솔직히 표현한다. '자화상'이라는 코너에서는 당근을 싫어하는 자신의 취향과 덤벙거리는 성격 탓에 물건을 쉽게 잃어버리는 단점도 보여준다.

'모던 타임즈'에서는 문명의 이기가 주는 불편함을 심각하지 않게 풀어낸다. PCS, 인터넷, 멀티미디어 등 하루가 멀다하고 생겨나 몇 년 후면 당연하게 느껴지는 신조어 아닌 신조어, 컴퓨터 앞에 하루 종일 앉아 있어 주체할 수 없이 나온 뱃살, 10대가 즐기는 DDR 게임을 열심히 하는 30대의 모습이 담겨있다.

작품 옆에 일일이 작가의 소견을 담은 이 만화는 홍상우씨의 <비빔툰>이나 최정현씨의 <반쪽이의 육아일기>가 보여줬던 가족 만화와는 또다른 느낌이다. 부부간의 현실적인 관계와 그 해법을 코믹하게 푼 <비빔툰>보다는 훨씬 순진하고 동화같으며 <반쪽이…>보다는 추억과 그리움에 더 무게를 실고 있기 때문.

홍씨는 "잠자리에 누워 편안히 보다가 미소질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며 "아직 개인 카툰집을 내기에는 실력이나 경력이 부족하지만 이 책을 시작으로 점점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오현주<동아닷컴 기자>vividr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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