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연애세포 찾아낸 부부, 불륜의 길로 떠났지만 새 사랑도 금세 와르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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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멜로드라마’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법이다. 내 것보다 남의 것이 더 좋아 보이고 탐난다. 하지만 사회적인 규범을 깨뜨린단 점에서 절대 남의 것을 탐내선 안 될 영역이 있다. 예를 들어 다른 남자의 부인, 다른 여자의 남편 같은…. 그들에게 사랑이란 마음의 틈을 줘서는 안 된다고 우리는 머리로 배워왔다.

배우 홍은희가 6년 만에 무대로 복귀하며 선택한 연극 ‘멜로드라마’는 쇼윈도 부부의 ‘불륜’을 그린 작품이다. 서로에 대한 사랑이 식어버린 강서경-김찬일 부부에게 어느 날 봄바람 같은 존재들이 나타난다. ‘칸트’처럼 24시간을 잘게 쪼개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행동을 해야 하는 워커홀릭 강서경에게 질린 김찬일은 아내와 정반대 스타일인 미현에게 마음을 뺏긴다. 강서경은 브레이크가 고장 난 자동차처럼 돌진해 오는 연하남 재현에게 강렬한 이끌림을 느낀다.

닳아 없어진 줄 알았던 ‘연애세포’를 확인한 이 부부는 ‘불륜’이란 현실 앞에 무릎을 꿇는다. “결혼했다고, 사랑이란 감정이 끊어지니?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와도) 그냥 참았던 거지. 당신이나 나나 가고 싶은 대로 가자”고 합의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간다. 하지만 이들이 선택한 결말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 불륜 상대 남녀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역시 남의 떡은 손에 넣는 순간 더이상 커 보이지 않는다는 걸 확인시켜 주는 연극이랄까.

‘멜로드라마’는 6년 전 초연된 작품으로 뮤지컬과 영화 ‘김종욱 찾기’로 유명한 장유정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장 감독은 불륜이란 소재를 통해 제목처럼 한 편의 멜로드라마를 그럴듯하게 만들어냈다. 불륜을 미화하지 않았고, ‘불륜은 악이오’라고 관객을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등장 배우 중 미현 역의 전경수가 눈에 띈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정신연령이 낮은 미현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한다. 초롱초롱하면서도 천진난만한 눈빛으로 연기하는 그는 주연보다 빛났다. 다음 달 1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3만5000∼5만 원. 1544-1555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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