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링]김희경/경제관료가 촬영장에 초대받은 이유

  • 입력 1999년 4월 20일 19시 29분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지만 문화관광부는 여전히 ‘힘없는 부서’다. 정책 결정과 예산 배정과정에서 나중 순위로 밀리기 일쑤다. ‘문화예산을 정부예산의 1%까지 늘리겠다’던 김대중 대통령의 대선공약도 실현되지 않았다.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한 것인지, 문화부가 고육지책을 내놨다. 22일과 29일 예산청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등 경제부처의 5급이상 공무원 41명을 ‘문화 나들이’에 초대한다. 경기 남양주의 종합촬영소에서 영화촬영 현장을 둘러보고 서울 영상벤처빌딩의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제작사에 들러 토론 시간을 갖는다. 연극 관람일정도 들어있다.

‘한가한’ 나들이 같은 이 행사는 전혀 ‘한가하지 않은’ 이유에서 기획됐다.

영상관련 업종이 ‘산업화’한지는 이미 오래지만 제조업 중심인 관련 법규는 문화산업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근 영화 게임 음반물 제작사가 벤처기업으로 인정받고, 영상분야 투자가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법이 고쳐지기까지는 거의 1년이 걸렸다.

“경제부처와 예산을 협의할 때마다 문화가 중요하다고 설득하지만 말로 백 번 하느니 현장에 대한 직접적인 이해가 더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유병한 문화부 영화진흥과장)

경제 관료와 문화 현장의 만남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문화부는 경제관료나 국민들에게 문화산업의 명확한 비전을 설명할 수 있는지 스스로 되짚어봐야 한다. 공연장 통합전산망 구축의 지연 등 문화부의 지지부진한 문화산업정책에 대한 현장의 불만에 귀기울여야 할 때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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