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紙上 배심원평결]남편의 「보관음식 타박」

  • 입력 1999년 1월 21일 19시 30분


▼ 아내생각 ▼

유희경(30·한국스트라이커 대리)

상한 음식도 구별 못하는 남의 남편에 비해 유통기한의 개념을 갖고 있는 남편이 우선 자랑스럽습니다. 하지만 한달에 한번꼴로 냉장고를 ‘불심검문’하며 “이거 버릴 거 아니냐?”고 다그치는 남편을 보면 화가 나요.

음식재료를 아예 사지 않으면 문제가 없겠죠. 남편도 일에 바빠 매일 늦게 귀가하므로 저녁을 차려줄 기회도 적으니까요.

그러나 아내 마음이 어디 그렇습니까. 맞벌이를 하다보니 한꺼번에 대량구입하게 되는 수도 있고요. 함께 살림을 꾸려나가는 입장에서 ‘잔소리’는 항상 남편의 ‘특권’이란 점을 이해할 수 없어요. 어쩌다 상한 음식을 발견하더라도 말없이 버리면 되는 것 아닌가요?

▼ 남편생각 ▼

우종철(30·성업공사 기금부 주임)

물을 마시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짓물렀거나 곰팡이가 생긴 두부 과일 빵을 보면 기분이 상합니다. 건강에도 문제가 되고요.

처음 서너번은 참습니다. 한달쯤 돼도 그대로 있으면 그때 치우라고 얘기하지만 “내가 다 알아서 하는데 남자가 냉장고는 왜 열어보고 잔소리냐”며 일축하는 아내에겐 섭섭한 마음이 듭니다. 작년에 퇴직한 어머니(이순범·58·전직 고교교사)는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도 유효기간이 다 돼가는 음식들을 모아 ‘모듬찌개’를 만들어 먹는 ‘지혜’를 발휘하곤 했습니다. 썩히느니 먹을 만큼 알뜰히 구입하면 경제적이지 않겠어요?

〈정리〓이승재기자〉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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