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방형남]北의 독재자도 퇴장할 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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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9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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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형남 논설위원
방형남 논설위원
지구촌 독재자들의 ‘퇴장 도미노’가 계속되고 있다.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는 내전 발생 6개월 만에 결정적인 패전 위기에 몰렸다. 2000명이 넘는 국민을 학살한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는 국제사회의 공적(公敵) 신세가 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더 참지 못하겠다며 그제 알아사드의 퇴진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영국 독일 프랑스 정상들이 즉각 동참했다.

통일 재원 마련 방안 찾을 때

3대 세습을 진행 중인 북한의 김정일 부자에게도 두려운 소식일 것이다. 리비아와 시리아의 독재자에게 닥친 위기가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알아사드는 11년 전 아버지에게서 권력을 넘겨받은 세습 독재자다. 제삼자의 눈에는 그가 머지않아 김정일 부자에게 닥쳐올 국민의 저항을 먼저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지는 시대다. 북한 정권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리비아와 시리아 국민의 반독재 투쟁 소식이 북한 주민에게 전파되는 것을 막을 순 없다. 2400만 북한 주민도 언젠가는 리비아와 시리아 국민처럼 반독재 투쟁에 나설 것이다. 우리가 오래전에 쟁취한 자유와 민주를 북녘 동포들인들 왜 원하지 않겠는가.

지금이야말로 김정일의 퇴장을 포함해 통일의 기회가 올 경우에 대비해야 할 때다. “수해 지원을 할까 말까” “추석을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하느냐 마느냐” 같은 작은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할 때가 아니다.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에서 표를 얻기 위한 국회의원의 편협한 시각으로 북한을 보면 일을 망친다. 18개월 남은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 성과를 보겠다는 조급한 마음도 버려야 한다.

다행히 정부가 옳은 방향을 잡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기존의 대북(對北) 원칙을 재천명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다. 내심 남한 정부가 물러서기를 기대하던 북한에 “책임 있는 행동과 진정한 자세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경축사는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우리가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추궁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면 북한 주민을 억압하는 독재는 길어질 수밖에 없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통일 재원 마련 작업도 통일 준비를 위한 첫 단계로 의미가 크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8·15 경축사에서 통일세를 거론한 뒤 1년 동안 수많은 전문가와 관계기관이 통일 관련 논의를 계속했지만 중구난방인 통일비용 때문에 맥이 빠졌다. 그간 국내외에서 나온 통일비용 추정치는 20개를 넘어섰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지적대로 기존 연구는 전제조건과 통일시점, 추계방법상의 차이로 편차가 크고 신뢰성이 떨어진다.

김정일을 구원해줄 수는 없다

통일부는 단기(10년 내 통일) 중기(20년) 장기(30년)의 시나리오로 나눠 통일비용을 추정했다. 2031년 통일이 이뤄지는 중기의 경우 첫해 최소 55조 원에서 최대 249조 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계산했다. 정부 차원에서 통일비용을 추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통일부는 국방비 절감을 비롯해 통일 이후 우리가 얻게 될 편익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최선의 통일재원 마련 방안을 찾기 위해 적극 협력해야 한다.

북한 노동신문은 광복절을 맞아 1면에 게재한 사설에서 “조국통일은 위대한 김일성 동지의 간곡한 유훈이며 민족지상의 과업”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식 통일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정부의 대북 원칙이 유지되고 첫걸음을 내디딘 통일 준비가 잘 진척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우리가 김정일의 구원자가 될 수는 없다. 지금은 북한에 무턱대고 손을 내밀 때가 아니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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