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용철]검찰 내부 개혁, 공수처보다 시급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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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철 부산대 교수 한국반부패정책학회 회장
김용철 부산대 교수 한국반부패정책학회 회장
최근 진경준 검사장 구속 사건 이후 검찰 개혁 논란이 불붙었다. 야당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국민이 바라보는 검찰 개혁 과제의 중심은 대략 세 가지다.

첫째는 검찰권이 정치적으로 휘둘리고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가 미흡하다는 것이다. 셋째는 검찰 내부의 조직 문화와 개인 행태가 사회적으로 일탈했다는 것이다. 국민과 야당이 제기하는 문제는 대부분 이 범주에 포함된다.

검찰 수사가 불공정하다는 야당의 지속된 주장은 검찰의 정치 중립 문제와 일맥상통한다. 야당 주장은 공수처의 신설로 20년 동안 좌절되어 온 검찰 개혁을 완성하자는 것이다. 공수처의 신설이 고위 공직자 부정부패 수사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측면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야당이 제출한 법안에 의하면 공수처를 독립기구로 하고 공수처장은 국회를 포함한 합의제 추천위원회에서 단수로 추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대통령이나 정권의 정치적 개입을 차단하고자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이것으로 공수처가 정치적 외압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 부정부패의 척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그 외의 정치적인 문제가 해결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검찰 개혁의 초점을 공수처 신설을 통한 검찰 권력의 분산과 통제에 두고 이러한 통제가 곧바로 검찰의 중립성과 수사의 공정성을 자동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것처럼 이해하고 있는 부분은 근시안적 오류이다. 호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반부패 독립기관의 장의 선출에는 의회의 승인이나 관여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또 검찰권을 견제하거나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반부패 수사기관을 설립한 나라도 거의 없다.

검찰 개혁을 위해 공수처 신설이 전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나, 그렇다고 공수처 신설로 검찰 개혁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 현재 검찰의 여러 가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검찰 내부 조직의 개혁부터 선행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통해 고위 공직자 부패의 척결이나 검사 개인의 사회적 일탈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급선무이다.

우선은 검사 인사를 누구나 납득할 수 있고 투명하게 단행해 진경준 검사장 같은 인사가 요직에 오르는 일을 방지해야 한다. 또한 대검에 설치된 감찰본부를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 기구로 만들어 검사에 대한 감시와 조사를 활성화해야 한다.

공수처가 신설될 경우 관할권의 초점은 검찰의 고위 공직자에 대한 미흡한 수사의 업무 분담에 명확하게 맞추어야 한다. 그래서 현재의 특임검사제나 상설특검 등과의 명확한 역할 정리가 필요하다.

공수처 신설은 극히 제도론적 해결 방법에 치우쳐 있어 문화·규범론적 해결이 도외시되고 있다. 이 경우 어떤 조직의 문제도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는 없다. 공수처 신설은 검찰 스스로의 내부 혁신 결과를 바탕으로 그 신설 여부를 판단하여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도 운영의 완성은 인간의 태도와 문화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된다. 현재 검찰로부터 야기되는 여러 가지 문제로 볼 때 검찰 조직의 운영 원리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미국변호사협회(ABA)는 검사의 윤리적 의무에 대해 별도 규칙을 두고 통제한다. 우리도 검찰의 윤리와 도덕성에 관한 규정을 특별히 재정비해야 한다. 검찰이 내부 개혁에 소홀하거나 문제 해결 의지를 보이지 못할 경우에는 검찰 조직 전반에 대한 쇄신 요구가 더 커질 것이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 한국반부패정책학회 회장
#검찰 개혁#공수처#진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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