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허창회]불편 감수해야 초미세먼지 잡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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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최근 미국 예일대와 컬럼비아대 연구진이 공동으로 발표한 2015년도 공기 질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180개 국가 중 173위였다. 2014년에 171위였으니 두 계단 더 내려간 셈이다. 그러나 이 발표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공기 질 순위를 매기는 기준이 매번 달라 객관성 유지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구 가중치를 반영해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나 국가의 공기 질이 나쁘도록 설정되어 있다는 점도 그렇다. 지상 관측 자료가 아니라 정확도가 낮은 인공위성으로 추정한 대기오염도를 기준으로 한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정부가 수도권에서 미세먼지(PM10)를 관측하기 시작한 1990년대 말 이후, 최근 몇 년간의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낮다. 2000년대 초반 서울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m³당 70μg(마이크로그램·1μg은 100만분의 1g)으로 최악의 상황이었고, 이후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미세먼지 저감 정책에 힘입어 2010년 이후에는 50μg 이하로 낮아졌다. 하루 평균 100μg 이상인 날도 2000년대 초반에는 40일이었지만 2010년 이후에는 10∼20일 정도였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공기 질이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는지 반문하게 된다. 유감스럽게도 미세먼지 농도는 미국이나 유럽, 일본보다 두 배 이상이다. 현재 미세먼지 양의 절반으로 줄여야 선진국 수준에 이른다는 얘기다. 중국에서 넘어오는 미세먼지 양이 전체의 절반에 이를 정도로 엄청나기 때문에 정부는 중국 내 미세먼지 감축을 적극 요구해야 한다. 중국 미세먼지의 피해가 어떤지 객관적으로 산정한 결과를 하루빨리 발표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서 그간 유지해 온 정부의 정책 방향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현재 상황에서 미세먼지보다 더 심각한 것은 초미세먼지이기 때문이다. 지름 10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인 미세먼지의 4분의 1 크기인 초미세먼지(지름 2.5μm)는 우리 건강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 최근 10여 년 동안 미세먼지는 크게 줄었지만, 초미세먼지는 상대적으로 적게 감소한 것으로 여겨진다. 정부에서도 최근에야 초미세먼지의 심각성을 파악하고 관측하기 시작했다. 과거의 관측 자료가 없기 때문에 얼마나 감소했고, 정책이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모르는 실정이다.

초미세먼지는 자연 상태에서는 발생하지 못할 만큼 크기가 작다. 중국 사막에서 날아오는 황사는 초미세먼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초미세먼지는 인위적인 요인, 즉 자동차 배기가스나 공장 굴뚝을 통해 공기 중으로 배출된다. 자동차의 경유 엔진을 통해서 배출되는 양은 휘발유 엔진의 10배 이상으로 많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를 경악하게 한 폴크스바겐과 닛산의 배출가스 조작을 사전에 알지 못했던 정부는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렇게 정부가 미처 자동차 배출가스 조작을 모르고 있는 사이에 엄청난 양의 초미세먼지가 공기 중에 뿜어져 나왔다. 초미세먼지는 앞으로도 적절한 규제책이 나올 때까지 계속 뿜어져 나올 것이다.

깨끗한 물은 사 먹어야 하듯이 깨끗한 공기도 공짜로 얻을 수 없다. 사회적인 합의를 이루는 선에서 적절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불편함이 있더라도 참아야 한다. 초미세먼지를 줄이려면 경유 차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동원해서라도 경유 차 사용을 자제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현재의 대기 환경을 감안한다면 이젠 화력발전소를 증설해선 안 된다. 질소산화물(NOx)과 황산화물(SOx) 등 대기오염 물질을 내뿜고 있는데도 환경부의 오염배출원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는 중소형 공장도 주시해야 한다. 수도권에 있는 이 공장들의 대기오염 물질만 제대로 관리해도 대기의 질이 지금보다는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미세먼지#중국#초미세먼지#경유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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