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서주석]통일이 부담스럽다는 학생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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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52%, 고교 70%가 통일교육 年 2시간 미만
대통령 통일대박론 외치지만 학생도 어른도 소극적, 부정적
통일에 대한 공감대 확산 위해 정부 교육-홍보 강화해야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지난 학기 ‘통일교육론’ 첫 시간, 대학생들에게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물었다. 36명 가운데 5명 찬성, 7명 반대, 찬성하지만 시기상조 17명, 무응답 7명이 나왔다. 평소 북한이 싫었고 엄청난 통일비용이 부담이라는 얘기였다. 예상했던 결과지만, 어릴 적부터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 노래 부르던 필자에겐 내 나름으로 충격이었다.

물론 중고교 시절 제대로 된 통일교육을 거의 받지 못한 학생들로선 당연한 결과다. 지난해 12월 22일 발표된 학교통일교육 실태조사 결과, 정규 시간은 아예 없고 1년에 2시간 미만 특별교육을 받는 비율이 초등학교 24.7%, 중학교 52.9%, 고등학교 70.8%였다. 대학입시에 집중해야 하는 우리 교육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반영된 결과겠지만, 일반 국민의 여론조사 결과도 대학생들과 대동소이하다(동아일보 1월 1일자 A5면 참조 ).

재작년 박근혜 대통령 신년회견에서 ‘통일대박론’이 나왔고 그 뒤 통일준비위원회가 설치되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통일방안과 정책적 준비사항들이 세부적으로 검토되고 있고, 민간 차원의 통일운동에도 지원이 확대됐다. 다양한 노력을 바탕으로 정부는 통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됐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럼에도 통일에 대해 여전히 소극적 내지 부정적 인식이 대세인 현실에서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사실 대북 불신과 혐오는 북한의 행태와 잇따른 도발이 자초했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부터 천안함·연평도 사건, 그리고 최근의 지뢰 도발 사건까지 국민적 공분이 컸다. 근래 유례없는 3대 권력세습과 젊은 지도자의 거침없는 행동 역시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불신과 신뢰는 같이 갈 수 없다. 무엇보다 불신과 대립으로 평화가 파괴되고 대결이 횡행한다면 당장 우리에게도 큰 피해가 올 수밖에 없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글자 그대로 신뢰를 만들고 장차 통일에까지 이르는 동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우선 필요한 것이 평화다. 상대방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이야말로 상호관계의 기초이며, 이를 위해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작년 8·25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를 통해 일단 틀은 마련되었다. 지난해 말에 중단된 당국회담이 재개되어 대화와 협상이 이어져야 하며, 후속적으로 군사적 신뢰 구축에 관한 남북 기본합의서 등 기존 합의의 진지한 검토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북한 체제에 대한 올바른 이해도 필요하다. ‘통일교육론’ 강의 때 영화와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함께 생각할 시간을 가졌더니 종강 무렵 많은 학생이 북한에 대한 인식이 변했다고 답했다. 그곳에도 우리와 같은 말을 쓰는 사람들이 있고 비록 통제된 체제지만 살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1990년대 경제난 이후 전형적 사회주의 명령경제가 아니라 장마당과 개인 상거래가 일반적인 시장경제로 바뀌었다는 점이 큰 인상을 준 듯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인민생활 문제를 국사 가운데 제일 국사”로 간주하고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민생경제를 앞세우는 북한의 최근 행보는 주목된다. 김정은은 또 핵 보유를 내세우는 대신 작년 10월의 노동당 창건 70주년 경축행사가 “핵폭탄을 터뜨리고 인공위성을 쏴 올린 것보다 더 큰 위력”이었다며 35년 만에 개최되는 7차 당대회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강조했다.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대화와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북한은 벌써부터 사회주의 시장경제에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기업책임관리제와 농업 포전담당제 등이 확대되면서 오락가락하던 경제관리개선 조치가 일관성 있게 실시되고 있다. 원산·금강산 특구를 새로 지정하고 20여 개의 경제개발구를 설치하는 등 개방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핵실험에 따른 국제 제재로 아직 성과는 미약하지만, 전략적 도발만 없다면 투자할 만한 ‘제2의 개성공단’이 늘고 있는 셈이다. 수출과 내수의 동반 침체로 힘든 국내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이며, 그 자체가 통일비용의 절감이라 할 만하다.

분단 70년을 거치며 남북관계에는 돌발변수가 많았으며 올해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꾸준한 평화관리와 교류협력이 추진된다면 성과와 국민적 이해가 함께 커질 수 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탄탄하게 노력해 나간다면 통일 코리아도 어느새 목전에 다가올 것이다.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통일#북한#통일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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