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사람들]일산 신도시 「신년 음악회」

  • 입력 1998년 12월 27일 19시 38분


매년 1월1일 요한 슈트라우스의 ‘봄의 왈츠’로 새해 새아침을 여는 오스트리아 빈의 신년음악회. 새 아침 선물로 더 이상 상쾌할 수 없는 이 연주회는 전세계 12억 시청자들이 TV로 감상하는 지구촌 콘서트다.

20세기 마지막 해인 1999년. 이 새해를 아름다운 선율로 여는 곳이 우리에게도 있다. 경기 고양시의 일산신도시다.

민간교향악단인 서울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가 운영하는 일산음악원은 99년 1월3일 오후5시 고양시 덕양구 행신동 민방위교육장(5백78석)에서 신년음악회를 연다. 이날 서울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와 초중학교 어린학생들로 구성된 산하 유스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주민들에게 ‘봄의 왈츠’ 등 아름다운 음악을 선사하기 위해 맹연습중이다.

분당 일산 산본 평촌 중동 등 수도권 신도시가 형성된 지도 6년. 분당 일산 각 39만명, 평촌 34만명. 인구만 보면 웬만한 도시 규모지만 그 도시살림을 보면 대규모 공동주택단지와 다를 바 없다. 문예회관이 있기는 하나 성남 안양 고양시 등 기존 관할자치구에 속한 것으로 신도시라는 새로운 주거 개념에 맞춘 것은 아니다. 신도시 안에서 1년에 좋은 공연, 좋은 전시회 몇차례 만나기 쉽지 않은 현실이 그것을 대변한다. 그래서 신도시는 점차 ‘베드타운’으로 전락한다.

이런 마당에 일산음악원의 신년음악회는 신선한 충격이다. 문화불모지대 신도시 주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풀어줄 반가운 행사다. 서울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의 장동진예술감독(44)은 “신도시를 예술의 향기가 풍기는 아름다운 주거공간으로 만들고 싶어 올 9월 일산과 분당에 부설 음악원을 열었다”면서 “이번 신년음악회는 일산음악원의 어린 학생들이 이 도시와 주민을 위해 연주하는 것이어서 더더욱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일산음악원은 이같은 취지를 살려 이번 공연의 관람료를 받지 않는다. 테너 박인수, 소프라노 송광선, 뮤지컬배우 김선경, 가수 유열씨 등 출연자들도 이 뜻에 동참해 우정출연한다. 고양시도 연주회장을 무료로 빌려주었다.

서울내셔널심포니오케스트라의 ‘음악도시 만들기’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내년 2월20일에는 제1회 ‘일산그랜드청소년콩쿠르’도 열 계획. 역시 참가비를 받지 않는다. 일산음악원은 학원과 달리 전문연주가들이 1대1 지도로 연주자를 키워내는 외국의 음악원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한 전문음악교육기관. 현재 일산에서만 어린이 20명이 바이올리니스트 양성식씨 등 강사의 지도(주1회)를 받고 있다. 일산음악원 0344―914―9711,2

〈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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