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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돼지 폐사율 50%→0.3% 뚝, 파프리카 생산량 40% 껑충…스마트팜 매직

입력 2018-08-09 03:00업데이트 2018-08-0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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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농업으로 100만 일자리를]<3> ICT 신기술로 농업 틀 깨다
돼지 폐사율 50%→0.3% 뚝 이정대 이레농장 실장이 돈사에서 사용한 물의 양을 체크하고 있다. 이레농장은 돈사의 온도, 환기, 분뇨 처리, 제습 등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폐사율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양주=김동주 기자 zoo@donga.com
《돼지농장이 정보통신기술(ICT)을 만나자 폐사율이 0.3%로 떨어졌다. 파프리카농장은 생산량이 40% 늘었다. ICT로 무장한 청년들이 농축산업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최고 수준의 스마트팜을 일군 두 청년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낮 최고기온이 38도를 넘어섰던 지난달 31일 경기 양주시 남면 매곡리에 위치한 돼지농장. 계속된 폭염으로 축산농가들이 가축 폐사를 막기 위해 전쟁을 치른다는 기사를 보았던 터라 돈사 내부는 찜질방일 거라고 예상했다.

‘양돈 디자이너’라는 문구가 적힌 명함을 받아들고 따라간 이정대 이레농장 실장(31)의 돈사는 이런 생각을 깨버렸다. 돈사 안의 온도는 28도를 가리켰다. 돼지가 빽빽이 들어차 있을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16m² 크기의 돈사 방 하나에는 돼지가 13∼15마리씩 널찍이 떨어져 있었다. 이 실장은 “사람도 더운데 돼지라고 안 덥겠느냐. 동물복지도 중요하다”며 웃었다.

○ 자비로 외국 농장 30곳 찾은 청년

이 실장은 돼지농장에 정보통신기술(ICT) 양돈법을 도입한 젊은이로 업계에 정평이 나 있다. 그는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아 2016년 스마트 돈사를 탄생시켰다.

2006년 건축학과에 입학한 그는 한 학기 만에 돼지농장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다. 아버지는 “사양산업에 왜 들어오려 하느냐. 공부하기 싫어서 핑계 대는 것 아니냐”고 타박했다. 그는 진심을 전하기 위해 공부에 몰두해 2학기 때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그러고는 정말 학교를 그만뒀다.

그는 양돈에 대한 기본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한국농수산대에서 3년간 공부한 뒤 아버지가 운영하는 이레농장에 들어갔다. 그가 보기에 농장엔 문제가 많았다. 특히 돼지 폐사율과 직결되는 환기장치 문제가 컸다. 미국과 독일, 일본 농장을 찾으며 환기장치를 공부했다. 그러고는 직접 돈사를 리모델링하면서 여러 환기 방식을 도입했다. 그러나 10∼20%였던 폐사율이 30∼50%로 오히려 늘었다.

그는 다시 네덜란드, 덴마크로 갔다. 2014년부터 연습장 노트 10권 이상 분량에 ICT 양돈 기술과 새로 지을 돈사 설계를 빼곡히 채웠다. 스마트돈사는 이렇게 2년 동안의 노력 끝에 탄생했다.

지금의 돈사는 네덜란드 시스템을 모델로 만들어졌다. 돈사의 온도, 환기, 분뇨 처리, 제습 등이 모두 자동으로 제어된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실시간으로 입력 값을 넣고 수치를 체크한다. 자동화로 하루 실제 일하는 시간은 6시간이 채 안 된다.

그가 농장을 운영한 뒤로 돼지 마릿수는 1800마리에서 2800마리로 늘었다. 폐사율은 0.3%로 한국 최저 수준이다. 어미 돼지 한 마리당 연간 돼지 출하 마릿수를 의미하는 MSY는 26.4마리다. 국내 평균이 17.9마리이고 세계 최고 수준인 덴마크와 네덜란드가 각각 30.1마리, 28.4마리다. 이 실장은 “5년 안에 35마리로 만드는 게 목표”라며 웃었다.

○ 영국 유학파 벤처 농부

파프리카 생산량 40% 껑충 노규석 태곡농원 대표가 컴퓨터로 파프리카 온실 데이터를 확인하고 있다. 노 대표는 축구장 3개 크기나 되는 농장을 일일이 돌아다닐 필요 없이 컴퓨터로 온도, 습도, 광량 등을 모두 제어한다. 합천=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경남 합천군 가야산 자락에서 파프리카 농장을 운영하는 노규석 태곡농원 대표(36) 역시 ICT를 농업 분야에 접목한 대표적인 벤처농부다. 온실 3개 동으로 이뤄진 태곡농원은 순수 재배면적만 2만4463m²(약 7400평)에 파프리카 묘목 7만2700주가 심어진 대형 농장이다. 영농조합법인이 아닌 개인이 운영하는 농장으로는 국내 최대 수준이다.

꿈이 처음부터 농부는 아니었다. 그는 런던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무역컨설턴트로 일했다. 무역회사를 차리기 위해 2013년에 영국에서 서울로 돌아온 그는 일주일에 두 번씩 아버지의 합천 농장으로 내려와 일을 돕다가 계획을 바꿨다. ‘경험과 감(感)’에 의존하는 농사법에 기술과 체계적인 경영 시스템을 접목하면 큰 효과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한 일이 재고, 대금 등 회계, 인력 관리였다. 그는 “단가를 확인하지 않고 비료를 사온다든가, 재고가 충분한데도 또 자재를 사온다든가 돈이 술술 새는 구멍이 많아 관리 필요성이 절실했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경영 시스템을 갖춘 뒤 그는 2014년부터 스마트팜 만들기에 속도를 냈다. 먼저 네덜란드의 온실재배 관리 시스템을 들여왔다. 온도, 습도, 광량, 바람 등 재배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제어해주는 시스템이다. 땀 흘리며 축구장 3개 크기나 되는 농장을 일일이 돌아다닐 필요 없이 컴퓨터 하나로 모두 원격 제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노 대표가 온도와 광량에 따라 온실 내 커튼의 닫힘 정도를 수치로 미리 컴퓨터에 입력하면, 온실 센서가 이를 파악해 따르는 식이다. 칼슘, 망간 등 비료 성분 양도 모두 수치로 제어한다.

노 대표는 네덜란드에서 직접 교육을 받고, 현지 서적을 들여와 공부하는 등 온실 재배를 위한 최적의 데이터를 파악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시스템이 설치된 이후의 데이터는 모두 저장돼 있어 온실에 문제가 생겨도 파악하기가 쉽다. 일종의 빅데이터가 마련된 것이다. 노 대표의 데이터가 방대하고 정교하다는 소문을 접하고 찾아온 오스트리아 교수가 “온실가스와 농업 연구에 기념비적인 자료”라며 깜짝 놀랐을 정도다.

노 대표가 농장 운영에 나서면서 생산량은 40% 가까이 증가했다. 시세 변동이 큰 작물이지만 연 매출액은 20억 원 내외를 오가며 안정적이다. 노 대표는 창농을 꿈꾸는 이들에게 “농업도 일종의 사업”이라며 “작물 재배에 필요한 기술과 관리 능력, 방법 등 모든 걸 꼼꼼히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주·합천=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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