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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6월 26일 19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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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몽선습(童蒙先習)’은 조선시대 어린이들이 천자문을 뗀 다음 배우는 일종의 교과서였다. 여기서 ‘동몽(童蒙)’이란 말은 ‘어리석고 몽매한 아이들’을 의미한다. 어리석은 아이들이기 때문에 매를 드는 것은 당연했다. 소파 방정환이 ‘어린이날’을 만든 것은 아동 체벌 등 당시 불합리한 사회적인 관행을 고쳐보자는 뜻이었다. 현대식 교육이 실시된 해방 이후에도 체벌은 학생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영화 ‘친구’나 ‘여고괴담’에는 교사들이 학생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장면이 나온다. 과장된 측면이 없진 않지만 학생들이 이런 영화에 빠지는 것은 체벌당하는 영화 주인공과 자신들을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은 지난 몇 년간 체벌 허용과 금지의 양 극단을 오갔다. 98년 체벌 금지 조치를 내놓았으나 3월 발표한 공교육 내실화 방안에서는 체벌을 다시 허용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이다. 학교 체벌을 금지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여서 우선 혼란스럽고, 한편으로 ‘오락가락’ 교육정책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하지만 교원단체들은 체벌 허용이 공교육을 다시 세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교사들도 최근 학생 지도에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하고 있다.
▷어제 교육당국이 상세한 체벌 규정을 내놓았다. 어느 때 어떤 방법으로 체벌해야 하는지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고교생은 지름 1.5㎝ 이내, 길이 60㎝ 이내의 나무로 10회 이내에서 체벌을 가할 수 있으며 다른 학생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제3자가 입회한 상태라야 한다. 교사 손에 회초리를 다시 쥐어준 것에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지 모르지만 분명 발전적인 방향은 아니다. 교사들이 요즘 학생들의 심리를 잘 읽어내 가능한 한 체벌 없이 학생들을 가르치는 게 우선이 아닐까.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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