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80년 조오련 대한해협 횡단

  • 입력 2008년 8월 11일 03시 00분


19세의 박태환이 ‘마린보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한국 수영 44년의 한을 풀었다.

아시아인들을 가로막았던 자유형의 높고 두꺼운 벽을 72년 만에 무너뜨린 것이어서 박태환이 선사한 금메달의 가치는 더욱 크다.

박태환의 금빛 물살에는 대한민국을 수영의 불모지에서 벗어나게 하려 한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의 끝없는 도전도 밑거름이 됐다.

그래서인지 박태환과 조오련은 서로 닮은 점이 많다.

성인이 되기 전 정상에 오른 박태환처럼 조오련도 20세가 되기 전 아시아 정상에 섰다. 1970년 방콕 아시아경기에서 수영 2관왕을 차지할 당시 조오련의 나이는 17세였다.

금메달을 딴 종목도 박태환이 정상에 오른 종목과 같은 자유형 400m와 박태환이 금메달을 노리고 있는 자유형 1500m였다.

조오련은 4년 뒤 1974년 테헤란 아시아경기에서 같은 종목을 또다시 석권하며 2개 대회 연속 2관왕을 차지했다.

“니 조오련이 하고 바다거북하고 수영시합하모 누가 이기는지 아나?”라는 영화 ‘친구’의 대사처럼 조오련은 이후 국민적 영웅이 됐다.

2개 대회에 걸쳐 4차례의 결승에서 1위를 차지한 그의 기록은 모두 아시아 신기록이었다.

1978년 아시아경기에서 동메달을 딴 뒤 은퇴해 국민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져 가던 조오련은 30세에 다시 언론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1980년 8월 11일 사상 처음으로 대한해협을 헤엄쳐 건넜다. 이날 0시 5분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부산 다대포 앞바다에 뛰어든 조오련은 배 세 척의 호위를 받으며 힘차게 파도를 갈랐다. 오전 11시 40분경 근육마비를 일으켜 최대 고비를 맞기도 했으나 물속에서 5분간 마사지를 받은 뒤 다시 역영을 시작해 오후 1시 21분 일본 쓰시마 섬 서쪽 끝 소자키 등대에 도착했다.

대한해협 53km를 횡단하는 데 걸린 시간은 13시간 16분 10초로 당초 목표로 했던 18시간보다 5시간 가까이 빨랐다.

2년 뒤 도버해협 횡단에 성공한 조오련은 2003년 한강 240km를 헤엄치는 등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달에는 수영으로 독도를 한 달 만에 33바퀴 도는 데 성공했다.

조오련의 도전이 멈추지 않았듯이 박태환의 200m와 1500m 정상 도전도 멈추지 않기를 기원한다.

이현두 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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