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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4월 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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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홀리데이의 음악은 묘한 느낌을 준다. 삶의 무게에 못 이기는 듯, 마치 마약에 절어 있는 듯, 영혼을 노래하는 듯…. 그렇게 끈적거린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목소리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그를 ‘불꽃처럼 살다 간 재즈의 전설’이라고 한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슬픈 목소리’라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지독히도 처절한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빌리 홀리데이는 1915년 4월 7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엘레노라 페이건. 당시 어머니 나이는 13세였다고 한다.
“난 다른 아이들처럼 인형을 갖고 놀아본 적이 없다. 여섯 살 때부터 일을 해야 했으니까.” 그의 말처럼 가난과 싸운 유년기는 불행했다.
열 살 때 백인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삶의 의욕을 잃었다. 14세의 나이에 뉴욕 슬럼가에서 몸을 팔았다.
하지만 우연히 ‘포즈와 제리즈’라는 나이트클럽의 오디션에 참가한 게 운명을 바꿨다.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를 흥얼거리던 엘레노라 페이건에서 재즈 가수 빌리 홀리데이로 재탄생한 것이다. 빌리 홀리데이라는 이름은 그가 좋아했던 배우 빌리 도브와 아버지의 성 홀리데이에서 땄다.
하얗고 큰 ‘치자꽃’을 머리에 꽂고 영혼을 담아 노래하자 대중은 열광했다. 때론 쓸쓸했고 때론 감미로웠다. 그의 노래는 한번이라도 들어보면 잊을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흑인 사절’이라는 호텔 방침에 따라 순회공연 중 밤거리를 헤매도,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으로 상처를 받아도, 마약과 알코올이 영혼을 갉아 먹어도 노래만은 아름다웠다.
엘라 피츠제럴드, 세라 본과 함께 3대 여성 재즈보컬로 불리는 빌리 홀리데이….
그는 1959년 병원에서 처절한 삶을 마감했다. 진료 기록에는 ‘병명: 마약중독 말기, 치료방법: 없음’이라고 쓰여 있었다.
“당신을 원하는 나는 바보겠죠∼. 실현될 수 없는 사랑을 원해요. 다른 사람들에게로 향한 사랑을….”(대표곡 ‘I'm a fool to want you’ 중에서)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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