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44년 2차대전 벌지전투

  • 입력 2005년 12월 22일 03시 00분


1944년 말 제2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은 패색이 짙어졌다.

동부전선은 러시아군의 진격으로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고 노르망디 상륙에 성공한 연합군은 프랑스를 탈환하고 독일 도시 이곳저곳에 폭탄 세례를 퍼부었다.

아돌프 히틀러는 전세를 역전시킬 ‘한 방’이 필요했다. 그는 서부전선에서 대대적인 반격을 가하기로 했다.

그는 벨기에 동부 산악지대 아르덴을 택했다. 아르덴을 공격한 후 서쪽 항구도시 앤트워프까지 진군해 연합군의 보급통로를 막겠다는 계획이었다.

아르덴은 ‘유령 전선’으로 통했다. 평상시 정적이 감도는 곳이었다. 연합군과 독일군이 오랫동안 대치하고 있었지만 험준한 지형 탓에 그 어느 쪽도 섣불리 공격에 나서지 못했다.

1944년 12월 16일 아르덴의 눈 덮인 전나무 숲에서 25만 명의 독일군이 쏟아져 나왔다. 히틀러는 일부러 구름과 안개로 뒤덮인 흐린 날을 택했다. 연합군이 자랑하는 공군력도 속수무책이었다.

독일군은 파죽지세였다. 독일군의 총공격으로 전선은 독일 쪽으로 ‘팽창(bulge)’했다. 아르덴 전투는 ‘벌지 전투(Battle of the Bulge)’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해졌다.

22일 아르덴의 요충지 바스토뉴를 점령한 독일군은 연합군에 항복을 요구했다. 연합군은 거부했다.

연합군의 두 수장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전세는 급변했다. 조지 패튼 미국 장군은 남쪽에서, 버나드 몽고메리 영국 장군은 북쪽에서 독일군을 죄어들어왔다. 전투는 이듬해 1월 28일 연합군의 승리로 끝났다.

‘힘은 방어가 아니라 공격에서 나온다.’

히틀러의 저서 ‘나의 투쟁(Mein Kamp)’에 나오는 명언이다.

그는 항복을 생각해야 할 시점에 총반격을 시도했다. 프랑스를 함락시키고 폴란드를 수중에 넣었던 ‘전격전(blitzkrieg)’으로 다시 유럽을 손아귀에 넣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벌지전투에서 독일군은 전술이 없었다. 이성이 아닌 망상에서 출발한 공격은 재앙으로 되돌아왔다.

전투는 20만 명의 사망자를 낳았다. 제2차 세계대전 중 가장 규모가 큰 지상전이었다. 전세가 거의 판가름 난 시점에 치른 전투치고는 너무나 큰 손실이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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