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이것만은]"경기장 시설 어린이 눈높이로"

  • 입력 2002년 3월 1일 17시 59분


2일로 한국에 온 지 꼭 1년이 되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인 콜린 로렌스(39)는 아내와 어린 딸 조웰(7)과 함께 부산에서 열릴 자국의 첫 월드컵 경기를 보러 갈 생각에 벌써부터 들떠 있다.

“모자 티셔츠 플래카드 등 응원도구는 벌써 준비해 놓았어요. 가족과 함께 휴가를 내서 우리나라가 하는 경기는 모두 보러 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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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서 6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지난해 3월 삼육학원 어린이 영어강사로 한국에 첫 발을 내디딘 로렌스씨.

그는 축구광답게 지난해 5월 경기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 축구경기를 직접 경기장에 찾아가 관람했으며 월드컵 경기도 딸 조웰과 함께 보기 위해 4경기의 입장권을 구입했다.

로렌스씨는 초등학교 교사를 지낸 탓인지 어린이들에게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다. 월드컵을 기다리는 것도 축구에 대한 관심 외에 딸에게 세계적인 경기와 훌륭한 경기장 시설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어린이의 관점에서 바라본 경기장 시설과 운영은 그다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월드컵경기장 시설이 전반적으로 훌륭하긴 하지만 화장실, 계단, 휴게실 등의 경우 어린이 눈높이를 고려했다고 보기에는 미흡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한 나라의 축구가 발전하기 위해선 어려서부터 아이들이 축구장을 즐겨 찾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적당한 시설도 갖춰줘야 하는데 한국은 그런 면에서 무관심한 것 같아요. 더구나 입장권이 비싸 아이들이 가고 싶어도 쉽게 갈 수 없는 게 안타까워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축구 열기를 묻자 로렌스씨는 “아직 우리나라가 월드컵 16강에 한번도 들지 못했지만 축구열기는 어느 나라 못지 않다”고 말했다.

“16강 진출은 우리 국민 모두의 염원이에요. 축구는 우리 국민을 하나로 묶는 가장 인기있는 스포츠지요.”

조 추첨 때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한국에서 경기를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까지 했다는 로렌스씨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16강 진출 여부는 파라과이와의 첫 경기에 달려 있다고 제법 전문가다운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한국 모두 첫 경기를 승리로 이끌어 16강 진출의 기쁨을 함께 누렸으면 좋겠어요. 남아프리카공화국 파이팅, 한국 파이팅.”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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