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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4월 12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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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수수, 대두, 고량 등을 생산해 온 토지에는 양과 말을 풀어놓아 추수 후에 남아 있을 옥수수대 등을 뜯어 먹이고 있었다.
다안(大安)시에 이르렀을 때 넓은 황야에는 바닥을 드러낸 하얀 석회질 토양 위에 띄엄띄엄 잡초가 남아 있었고, 한때 마을을 이루었던 집들은 폐허로 변해 있었다. 이 땅은 지난 몇십년 동안 기온의 상승, 강우량의 부족, 과잉 경작과 과잉 방목 등으로 황폐화해버렸다. 토양은 pH 9.7정도로 알칼리화하여 식물이 뿌리를 내릴 수 없는 땅이 되어 버렸다.
우리나라에 불어오는 황사는 이 알칼리성 토양의 작은 먼지입자들이 기류를 타고 날아 온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도 먼지바람이 일어 태양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지린성 산림청과 지린대학, 그리고 건초생산을 사업으로 하는 벤처기업은 30여년간의 연구조사 결과 알칼리성 토양에서도 자랄 수 있는 함모초(:茅草)라는 것을 개발해 시범 재배하고 있었다.
함모초는 알칼리성 토양을 개선하고 황사 발생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매년 건초로 팔면 소득도 얻을 수 있는 일거양득의 이점이 있다는 것이다. 지린성 정부는 국내외 기업들을 대상으로 함모초 생산을 위해 30년간 토지를 위탁 경영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기업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중국 제9차 전국인민대표대회 5차 회의(올 3월초) 문건을 보면, 중국정부는 농업정책과 관련해 중요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국의 서부개발은 국토의 균형 개발과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서부의 생태환경이 재건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과잉 경작과 과잉 방목에 의한 생태계 파괴를 막기 위해 경작과 방목을 뒤로 물리고, 대신 나무를 심거나 초지를 조성해야 한다는 ‘퇴경환림(退耕還林)’ 정책을 도입했다. 이것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농민소득 향상을 겨냥한 농업 구조조정의 일환이기도 하다.
퇴경환림 정책은 여러 가지 문제점도 일으키고 있다. 목축으로 살아가던 소수민족을 몰아내고 그 땅에다 나무를 심고 그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는가 하면, 중국 산림청의 관료주의로 인해 나무가 살 수 없는 땅에다 나무를 마구 심어 재정을 낭비하고 식림사업의 실패를 거듭하기도 한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중국의 퇴경환림 정책은 중요한 문명전환을 상징하고 있다. 신석기혁명 이래 인간은 숲을 갈아엎어 경지를 만들어 왔으나, 중국은 이것을 역전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생태환경이 파괴되면 농업도 목축업도, 그리고 공업도 성립할 수 없다는 인식을 중국정부는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시재 가톨릭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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