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사람들]환경운동연합      장지영 팀장

  • 입력 2001년 3월 7일 20시 17분


"갯벌 살리기 운동은 어려워요. 강(江)은 보기에 좋으니까 살려야겠다는 느낌이 확 들잖아요. 그런데 갯벌은 더러워보이는데다 질퍽질퍽하니까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아요. 인식을 바꾸는 게 쉽지 않거든요"

정부의 새만금 갯벌 사업발표를 몇 주 앞두고 환경운동연합 장지영 팀장은 몸이 열개라도 모자를 정도로 바쁘다. 회의, 집회, 심포지엄, 기자회견… 새만금과 관련된 모든 곳에서 장팀장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7년부터 장팀장은 갯벌에만 매달려 왔다. 갯벌 때문에 4년 동안 만난 사람들만 해도 국회의원, 공무원, 언론계 사람들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국회의원 누가 누구를 싫어하는지 눈치만 봐도 알게 됐다.

지난 2일 해양수산부가 총리실에 제출한 새만금 갯벌 보고서가 새만금 살리기 생명평화연대에 의해 공개되자 새만금 갯벌은 다시 한번 국민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 문건이 공개되자 환경부와 농림부 등 새만금 관계부처의 보고서가 굴비엮듯 발표됐고, 새만금을 둘러싼 정부의 불협화음이 보다 뚜렷해졌다.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다른 부처까지 새만금 보고서를 공개할 줄은 몰랐어요. 하지만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보고서를 공개한 것이지 ‘폭로’는 아니었어요. 보고서를 통해 각 부처의 의견을 조정해야 할 총리실이 마땅이 공개해야 할 것을 저희가 대신 공개했지요"

장팀장은 새만금 간척 저지가 환경운동의 한 획을 그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 환경운동은 고립된 운동이었지만 이번 일을 통해 환경이 정부, 국민, 시민·사회단체가 함께하지 않으면 안 될 운동으로 인식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지금 사업을 중단하면 더 큰 환경재앙을 낳게 되고 식량 위기를 맞게 될 거라는 농업기반공사 등 관계부처의 의견엔 문제가 많다고 봐요. 현장을 둘러본 토목공학자들조차 지금 사업을 중단해도 워낙 지반이 튼튼해 암석이 유실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해요. 당장 식량 위기가 올 거라는 주장도 너무 성급하고요. 정부가 국민 앞에 실패를 인정하기를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여론에 밀려 간척사업을 만경강-동진강 유역으로 나눠 강행하기로 결정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에요. 문제는 어느 강의 수질오염 정도가 아니라 갯벌을 간척해서 메꿔야 하는 곳으로 보는 뿌리깊은 의식을 버리는 거지요.”

장팀장은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환경운동에 뛰어들었다. 99년 결혼한 남편도 환경운동연합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다. 요즘같이 바쁠 때는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날도 있지만 같은 일을 하는 남편은 이해를 잘해주는 편이라고 한다.

아까부터 눈에 띄는 장팀장의 초록색 가방. 누가 사준 거냐고 물어봤더니 어머니가 손수 떠준 것이라고 한다. 초록색 가방과 회색 갯벌?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는 이 배합에 고개를 흔들다가 한번 묻는다.

"어머님이 환경운동한다고 초록색 가방을 손수 떠주신 건가요?"

"아니요, 때 타지 말라고요"

안병률/ 동아닷컴기자mok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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