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21/지역구의원 한달지출]月 1천만원 「적자」

  • 입력 1999년 2월 11일 19시 26분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정치를 하면서부터 내게는 모든 사람의 입(口)이 ‘1인분 밥값’으로만 보입니다.”

지난 3년 동안 정치를 하면서 밥값으로만 1억원 가까이 썼다는 어느 초선 의원의 고백이다. 동아일보 클린 21팀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역구의원들의 경우 지구당 관리와 접대, 경조사에 정치자금의 대부분을 쏟아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비는 이번 조사대상에서 제외됐다

◇생활비는 조사 제외

▽지구당 관리비용〓지역구의원들은 한달 평균 7백19만원을 쓴다고 답했다. 이같은 액수는 전체 지출비용 1천5백83만원의 45.4%에 해당됐다.

설문에 응답한 지역구의원 1백28명 중 월평균 지구당 관리비가 ‘5백만∼1천만원’이라고 대답한 의원이 60명(46.9%)으로 가장 많았고 △5백만원 미만 34명(26.6%) △1천만∼1천5백만원 25명(19.5%) △1천5백만원이상 9명(7.0%) 순이었다.

▽접대비〓지역구의원의 경우 밥값 혹은 술값으로 월 평균 2백24만원(연 2천6백88만원)을 지출했다. 전국구의원은 월 1백 87만원으로 연 2천2백44만원. 접대비 씀씀이는 재선이상 의원들이 월 평균 2백50만원으로 초선의원의 1백98만원보다 컸다.

지역구의원들의 월평균 접대비는 ‘1백만∼3백만원’이 71명(55.4%)으로 제일 많았고 △3백만∼5백만원 21명(16.4%) △1백만원 미만 21명(16.4%) △5백만∼1천만원 12명(9.4%) 순이었다.

또 한달 평균 1천만원(매년 1억2천만원) 이상을 접대비로 쓴다는 의원도 3명이 있었는데 모두 재선이상의 의원이었다.

▽경조사비(명절선물비용 포함)〓경조사비는 의원들에게 여전히 큰 부담이 되고 있었다. 지역구의원들의 경우 경조사비 지출이 월평균 1백61만원에 달했으며 명절선물비용을 포함할 경우 2백25만원으로 전체 지출비용의 14.2%를 차지했다.

명절선물비용을 묻는 질문에 대해 지역구의원들은 1백28명중 77명이 응답했는데 대개 추석과 설날 두차례에 걸쳐 선물을 했다. 선물비용은 매년 ‘1천만∼2천만원’이 20명으로 가장 많았고 ‘5백만∼1천만원’이 17명이었다.

◇유권자의식도 바꿔야

▽부족액 충당과 해결책〓이같은 수치는 의원들의 세비가 월 평균 5백97만원인 점에 비춰 의원 1인당 월 평균 약 1천만원 정도가 부족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응답 의원들 중 상당수는 이 부족액을 “후원금으로 충당한다”고 말했지만 다른 의원들은 “빚을 지는 수밖에 없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후원회 모금액이 들쭉날쭉하고 실제 지출은 이보다 많아 월 평균 1천만원 가량의 부족액을 어떻게 메우느냐는게 모든 의원들의 공통적인 고민. 바로 여기서 의원들이 검은 돈의 유혹에 노출될 소지가 있다.

따라서 국회의원과 정치의 고비용을 걱정하기에 앞서 유권자들의 의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의원은 물론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었다.

〈공종식·부형권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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