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전원 SW교육… 인구 126만명 에스토니아, IT로 우뚝

김재희 기자 입력 2017-01-02 03:00수정 2017-01-0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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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새해특집/4차 산업혁명 최전선을 가다]<1> 미래 내다 본 인재 양성  《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은 이미 시작됐다. 자율주행차와 드론,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을 앞세운 상용화 서비스는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정보기술과 바이오, 물리학이 융합하면서 열릴 본격적인 ‘기술 빅뱅’의 시대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지능화와 연결성, 자동화를 특성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을 자국에 안착시키기 위해 세계 각국은 저마다 분주하다.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교육까지 코딩 교육을 도입하고, 나라 전체를 3차원 디지털 공간으로 본뜨고, 세계적인 바이오교육기관을 설립하는 등 차별화된 전략을 찾아내 4차 산업혁명이 꽃필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현장을 다녀왔다. 》
 

길 찾아 움직이는 로봇… 재미있는 ‘코딩 교육’ 에스토니아 수도 탈린에 있는 ‘펠굴린나 김나지움’에서 학생들이 코딩 학습 소프트웨어 ‘오조봇(OzoBot)’을 활용해 로봇이 움직일 방향을 그리고 있다. 학생들이 검은색, 파란색, 녹색, 붉은색 펜으로 종이에 로봇의 루트를 그리면, 로봇의 센서가 색깔을 감지해 종이에 그려진 색 배열에 따라 로봇이 움직인다. 펠굴린나 김나지움 제공
 “이건 스피드 조정 버튼이고, 끝에 있는 메뉴로는 로봇이 움직일 길도 정할 수 있어요.” 올리베르 야르크 군(11)은 자신이 코딩(프로그래밍)한 로봇을 바닥에 내려놓더니 스마트폰으로 능숙하게 조종해 보였다.

 발트 3국 중 한 곳인 인구 126만 명의 에스토니아. 지난해 12월 20일 수도 탈린의 물라 7번지에 위치한 학교 ‘펠굴린나 김나지움’에서는 학생 15명이 한 교실에서 각기 다른 방법으로 코딩의 원리를 배우고 있었다. 야르크 군과 달리 코딩을 직접 작성할 수 없는 학생들은 여러 색이 칠해진 ‘색 코드’를 이용해 코딩 원리를 배웠다. 1명도 빠뜨리지 않고 다 코딩의 세계로 끌고 가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느껴졌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코딩 능력이 필수로 여겨진다. 주변 환경을 제어해 생활의 편의와 일의 효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에스토니아는 1990년대부터 과감하게 코딩 교육을 도입해 모든 초중고교에서 코딩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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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딩·로보틱스 등 필수로 가르쳐

 에스토니아는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했을 당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000달러에 불과했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에스토니아는 생존을 위해 소프트웨어(SW) 인재 양성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1992년 취임한 렌나르트 메리 대통령은 1996년 2월 ‘타이거 립 파운데이션’을 세우고, 학교가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을 갖추고 SW 교육을 실시하도록 했다. 2013년에는 타이거 립 파운데이션 등 관련 교육기관을 통합한 ‘HITSA’를 출범시켰다. 코딩 교육을 발판으로 한 정보기술(IT)의 발전 덕택에 에스토니아는 소련에서 독립한 국가 중 가장 빠르게 경제 성장을 일궈 ‘발트의 호랑이’로 불린다. 특히 2000∼2008년 사이 1인당 GDP는 4070달러에서 1만8088달러로 8년 만에 4.4배로 늘었다. 인터넷 통신 업체 ‘스카이프’와 핀테크 기업 ‘트랜스퍼와이즈’ 같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 달러가 넘는 스타트업)도 에스토니아 사람이 창업했다.

 모든 학교가 로보틱스, 코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3D 설계, 멀티미디어 등 5개 분야 중 4개를 선택해 가르친다. 펠굴린나에서 SW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베르기 로렌즈 교사는 “학교 상황과 학생 수준에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SW 교육을 하는 것이 정부 전략”이라고 말했다.

 김나지움에서는 현재 미술 체육 문학 등 모든 수업에 IT가 접목돼 있다. 그러나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HITSA는 ‘e-스쿨(e-Kool)’이라는 수업 통합 시스템을 만들어 교사들이 시간표와 수업 자료 등 일상 업무에서 IT를 매일 활용토록 했다. 또 매년 수천 명의 교사에게 IT를 교육하고 있다.

○ 온 나라를 IT 그물로 연결

 에스토니아를 지탱하는 또 하나의 기둥은 ‘전자정부-e에스토니아’다. 옛 소련에서 독립한 직후 시작했다. 전자정부 사업의 핵심은 ID 카드 1개로 모든 정부 서비스를 이용토록 하는 것이다.

 타르투대에 재학 중인 엘리나 시니야르브 씨(27·여)는 “컨설팅 회사 운영을 원하는 어머니를 위해 창업을 해 드렸는데, 18분 만에 모든 절차가 끝났다”고 말했다.

 빠르고 간편한 창업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에스토니아의 전략이 숨어 있다. 기술과 경영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엔 참신한 아이디어로 민첩하게 움직이는 소규모 회사를 최대한 많이 만들어야 더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전자정부로 행정이 투명하게 집행됨에 따라 부정부패가 감소했고, 이는 경제 성장의 또 다른 동력이 됐다. 전자정부 시스템을 상품으로 만들어 나이지리아로 수출도 했다.

 개인 정보가 통합 관리되기 때문에 정부의 민간 사찰이 쉬운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가 있다. 이에 도리스 폴드 e에스토니아 프로젝트 매니저는 “정보 통제권은 철저히 개인에게 주어져 있다. 자신의 정보를 어디까지 누구에게 노출할 것인지를 개인이 설정할 수 있고, 내 정보에 누가 언제 접근했는지도 모두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에스토니아는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교육’에서 찾고 있다. 심 시쿠트 정부 IT 정책 고문은 “제조업은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아시아, 아프리카 국가로 옮겨갈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것은 데이터를 분석해 가치를 뽑아낼 줄 아는 인재와, 그런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국가의 교육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탈린=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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