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교과서로 배웁시다]이자율의 결정과 역할

  • 입력 2009년 2월 25일 02시 58분


은행 이자율 낮추면 기업투자 늘고

올리면 원가부담 커져 물가 악영향

러시아 문호(文豪)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의 주인공은 가난 때문에 학교를 중퇴하고 5층 집의 꼭대기 다락방에서 산다.

생활비가 떨어지면 그는 시계나 담배케이스 등을 맡기러 전당포에 자주 들른다. 전당포의 주인은 빌려준 돈에 대한 이자를 악착같이 받아내는 인정 없는 할머니다. 사회 부정을 바로잡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수단과 방법이라도 쓸 수 있다고 굳게 믿는 주인공은 그녀를 죽이기로 한다. 살인 이후 그는 자수를 할 것인가, 자살을 할 것인가, 아니면 그냥 법망을 피해 살 것인가를 두고 고민한다. 결국 자신의 가족과 친구, 연인의 도움으로 일단은 자수를 하고 수형생활 중 깨달음을 얻어 영적 부활을 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고리대금업자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은 예나 지금이나 그리 곱지 않다. 중세시대 서양에서는 돈을 빌려 준 대가로 이자를 받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이자를 주고받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자제한법을 통해 일정 수준이 넘는 이자는 무효로 규정하고 있다. 이자는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리는 대가로 지불하는 금액을 의미하고, 그것을 원금으로 나눈 것을 이자율 혹은 금리라고 한다. 예를 들어 1000만 원을 빌린 대가로 연 50만 원의 이자를 지불하기로 했다면 이자율은 연 5%가 적용되는 것이다.

그러면 이자율은 어떻게 결정되고 어떤 요인들이 영향을 미칠까?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금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통설이다. 상품 시장에서 제품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것과 같다. 이자율은 자금시장에서 결정되는 ‘돈’의 가격인 셈이다.

그렇다면 자금에 대한 수요와 공급을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자금에 대한 수요는 생산 활동을 담당한 기업들이 얼마를 더 투자할지에 영향을 받는다. 기업이 투자를 하려면 새로운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기업들은 새로운 투자를 꺼리게 되고 이에 따라 자금에 대한 수요도 줄어, 이자율이 낮아지게 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자금의 공급은 주로 가계에 의해 이뤄진다. 그래서 가계가 저축보다 소비를 늘리거나 소득수준이 낮아지면 이자율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도 이자율에는 자금거래에 따른 위험, 그리고 앞으로 예상되는 물가수준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요컨대 돈을 되돌려 받지 못할 위험이 커지거나, 장래에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이자율은 오른다. 특히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사람들은 같은 액수의 이자를 받더라도 그 실질가치가 계속 떨어지게 되므로 더 높은 이자율을 요구하고 그에 따라 시장 금리가 오르게 된다.

이자율은 경제에서 여러 가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우선 돈의 수요와 공급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상품시장에서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줄고 공급이 증가하듯이 자금시장에서도 이자율이 오르면 돈의 수요가 줄고 공급은 증가한다. 이자율이 자금시장에서 일종의 ‘가격 역할’을 수행하며 수요와 공급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이자율의 또 다른 주요한 역할은 자금의 배분기능이다.

이자율이 오르면 돈을 빌리는 기업으로서는 자금조달 비용이 커지지만, 이자로 나가는 비용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낼 자신이 있는 기업이라면 높은 이자율을 감당하더라도 돈을 빌리려 할 것이다. 그 결과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는 기업이나 산업으로 더 많은 자금이 흘러가게 된다. 이자율은 경제 전체적으로 자금이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자금 배분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자율이 변동하면 경제생활의 많은 부분에 영향이 미친다.

먼저 저축의 행태가 달라진다. 가계 저축이 소득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이자율이 오르면 저축이 증가하고, 이자율이 내리면 저축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이자율의 변동은 기업의 투자활동에도 영향을 준다. 이자율이 오르면 자금조달 비용이 커져 투자가 줄어들고, 반대로 이자율이 낮아지면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

이자율은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물가는 생산된 상품과 서비스의 평균 가격이다. 이자가 오르면 자금조달 비용이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가격에 반영돼 물가를 올리는 요인이 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자율이 오르면 기업의 투자가 위축되고 개인도 소비보다는 저축을 더 많이 하게 돼 경제 전체의 수요가 줄어들고 오히려 물가가 낮아지는 일도 있다.

따라서 이자율이 물가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는 이와 같은 두 가지 흐름 중 어떤 것이 상대적으로 더 큰가에 달려 있다. 경험적으로 보면 선진국일수록 이자율이 오르면 제품의 가격 인상 효과보다는 수요 감소 효과가 더 커서 물가가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관련 내용: 한국경제교육학회 편,

‘차세대 고등학교 경제’ 204∼209쪽

김경모 경상대 사회교육학부 교수

정리=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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