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유동성은 이벤트나 뉴스 흐름에 따라 여러 자산 시장을 넘나들며 가격 변동성을 높일 것이다. 장기전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은 유럽 재정 문제나 경기에만 집중해서는 시장의 움직임을 놓칠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 시행으로 유럽 민간은행들의 파산 위험은 거의 없어졌다. 또 이탈리아의 단기국채 입찰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이탈리아발 1분기(1∼3월) 국채 대란설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낮아졌다. 장기국채의 만기가 도래하더라도 단기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일단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장의 대란을 피해가고 있을 따름이지 유럽 재정 문제 자체가 해결 국면에 접어든 것은 아니다. 결국 채권투자자에게 큰 손실을 안겨주는 것으로 귀결되는 그리스 부채 협상과 또다시 구제금융설에 휩싸인 포르투갈의 사례는 ‘경제 성장’과 ‘강한 긴축’ 중 어느 한 가지라도 제대로 시행돼야 부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만일 이탈리아의 성장률이 떨어지고 긴축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면 LTRO를 통해 지탱되는 채권시장의 양호한 투자심리는 쉽게 악화될 수 있다. ECB가 국채시장에 좀 더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면 재정 리스크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향후에도 유동성의 흐름이 주가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다. 외국인투자가의 매매는 우호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의 프로그램 매수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