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맞株]신세계 VS 롯데쇼핑

  • 입력 2006년 6월 1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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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통산업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절대 빠질 수 없는 지명이 있다. 바로 서울 중구 명동이다. 그곳에는 신세계와 미도파백화점이, 조금 떨어진 소공동에 롯데백화점이 있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고객들은 명동에 있는 백화점에 가는 것을 ‘큰 행사’로 생각했다. 백화점에 갈 때 일부러 근사한 옷을 입었다. “백화점에 가는데 얕잡아 보일 수는 없다”는 생각에서. 한국 소비를 주름잡던 명동의 백화점 시대는 1985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현대백화점이 생기면서 서서히 저물기 시작했다.》

○ 신세계: 이마트 날개달고 최고 성장주 비상

1993년 한국 소비 패턴의 역사를 바꾸는 일대 사건이 일어난다. 바로 신세계가 서울 도봉구 창동에 이마트 창동점을 개점한 일이다.

이마트가 등장하면서 신세계와 롯데쇼핑의 지위는 바뀌었다. 백화점 부문에서는 아직도 롯데쇼핑이 우위. 하지만 백화점이 두 회사의 미래를 바꿀 것이라고 생각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승부의 포인트는 할인점이다. 신세계는 월마트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절대 강자를 지키려 하고 있고, 롯데쇼핑은 3조 원이 넘는 상장 자금을 바탕으로 할인점 확장에 ‘다걸기(올인)’를 시작했다.

두 회사의 부침은 두 회사가 발행한 상품권의 가치를 보면 알 수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 상품권 하면 롯데상품권이었다. 시내 상품권 시장에서 상품권을 싸게 사려고 해도 롯데상품권은 액면가를 거의 다 줘야 구할 수 있었다. 그만큼 롯데상품권은 현금과 비슷한 대접을 받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신세계상품권도 롯데상품권만큼이나 대접을 받고 있다.

한때 롯데상품권에 상대가 안 됐던 신세계상품권의 지위가 이처럼 올라간 것은 바로 이마트 덕분이다. 월마트코리아를 인수함으로써 국내에 무려 95개의 이마트 점포를 보유하게 된 신세계의 상품권은 거의 현금과 동일한 대접을 받는다.

○ 롯데쇼핑: 공격적 경영으로 1위 수성 나서

신세계 주가는 올해 예상 실적 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무려 17배 수준에 이른다. 삼성전자 PER가 10배 정도이니 신세계 주가가 엄청난 프리미엄을 얻고 있는 셈.

이 프리미엄의 요체가 바로 이마트를 중심으로 한 신세계의 성장성이다. 이마트는 신세계를 단순한 ‘유통 가치주’가 아니라 삼성전자보다 훨씬 성장성이 높은 성장주로 평가받도록 만들었다.

오랫동안 할인점을 무시했던 롯데쇼핑도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특히 2004년 1∼3분기(1∼9월) 순이익에서 신세계에 처음으로 밀리기 시작하면서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롯데쇼핑의 전략은 완전히 바뀌었다. 과자든 음료수든 주력 사업에서 1등을 놓친 적이 없는 롯데그룹은 간판 계열사 롯데쇼핑의 1위 아성이 흔들리는 것을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롯데쇼핑도 회사 성장의 축을 할인점으로 잡았다. 그룹 문화가 주식 상장을 꺼리는 편이지만 롯데쇼핑은 올해 초 과감히 주식을 상장하며 3조60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그만큼 할인점을 확장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뜻이다.

롯데쇼핑은 할인점 부문에 ‘다걸기’를 통해 2005년 말 42개였던 롯데마트 점포를 2008년에는 83개로 늘릴 계획이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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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계, 이 점이 포인트 월마트코리아 인수로 국내 할인점 시장을 평정했다. 당장은 비용이 들었지만 인수 효과가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53만5000원.(미래에셋증권 하상민 연구원)

○ 롯데쇼핑, 이 점이 포인트 앞으로 3년 동안 할인점을 중심으로 한 적극적인 확장 정책이 기대된다. 3년간 매년 평균 매출과 영업이익이 14.4%, 16.1%씩 늘어날 전망이다. 투자의견 ‘매수’, 목표주가 44만 원.(한누리투자증권 이소용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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