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나바시 요이치 칼럼]농업 쇄국서 개국으로

  • 입력 2004년 7월 29일 1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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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월요일 오쿠다 히로시(奧田碩) 일본 경단련(經團連) 회장 등 ‘경제연대 국민회의’ 인사들이 ‘경제연대 추진에 관한 제언’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에게 전달했다. ‘경제연대’란 자유무역협정(FTA), 경제연대협정(EPA) 등을 지칭한다.

경제연대 추진은 일본 국내의 구조개혁을 촉진하며, 국내 개혁은 이웃나라와의 열린 관계 구축 없이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 열쇠가 FTA와 EPA 체결이다. 그중에서도 눈앞에 닥친 과제는 간호사, 간병인 등 각종 전문기술자의 자유 이동과 농업의 자유화다.

고이즈미 총리의 주된 관심은 농업, 그것도 수출에 쏠려있다.

“쌀도 중국에 수출할 수 있지 않습니까?” “초밥이 세계에서 인기가 높지요.” “노력하면 일본 쇠고기를 미국인도 살 것입니다. 브랜드화가 되어 있으니까요.”

일본 농업에 활로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경제산업상은 해석했다.

“내 지역구인 홋카이도(北海道) 도카치(十勝) 지역은 쌀을 생산하지 않는데도 연간 1억엔(약 10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농가가 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이런 성공사례를 좀처럼 입에 올리지 않는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런 사례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미야자키(宮崎)현 미야코노조(都城)시에 본사를 둔 유한회사 ‘하자마’이다.

이 회사는 기리시마(霧島)산 연봉의 기슭에서 목장을 운영하며 야채를 재배한다. 땅 면적은 모두 210ha. 돼지 7만4000마리와 소 7500마리를 기르고 있다.

하자마 가즈키(間和輝) 사장은 화요일 오쿠다 회장이 주최하는 오찬모임에 초대받은 후 강연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수입쌀에 대한 관세를 낮춰 쌀값을 떨어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여유 토지와 대규모 농가가 생긴다는 것. 농업보조금을 없애고 시장도 개방해야 한다는 명쾌한 논지였다.

하자마 사장은 지난해 대규모 영농인들과 몽골을 방문한 뒤 정부 고위인사들로부터 부탁을 받았다. 몽골은 현재 야채의 대부분을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수입하는데 토지 10만ha를 99년간 빌려줄 테니 채소를 자력 공급하도록 해달라는 것. 남는 것은 일본에 가져가도 좋고, 몽골 젊은이들에 대한 농업기술 지도도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하자마 사장은 이 말을 듣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농업을 하는 시대가 왔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식량안보를 외치며 농업 쇄국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도로 건설 등 공공사업에 막대한 돈을 쓰느라 농지 230만ha를 없앴다. 고령화가 진전되었으나 후계자는 육성하지 않았다. 농민을 부동산 관리업자로 만들었다. 이게 무슨 식량안보인가.

그런 무대책 농정 아래에서도 하자마 사장 같은 농민이 우뚝 성장했다. 이젠 이런 사람들을 괴롭히지 말고, 이들이 날개를 펼 수 있도록 해주는 농정으로 전환할 때가 되었다. 재정 위기와 후계자 위기가 농촌을 바닥에서부터 바꾸고 있다.

“중국의 부유층은 줄잡아 2억∼3억명. 일본에서 파느니 중국에서 파는 게 좋다는 시절이 올 것이다. 식량을 중국과 일본이 서로 확보하려고 싸울 것이다. 세계의 식량을 중국이 좌우하는 시대가 온다.”

거대한 변화의 고동. 그 물결은 잠깐 사이에 노도처럼 밀려올 것이라고 하자마 사장은 말한다.

후나바시 요이치 일본 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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