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류첨가제 싼맛에 車 골병들라"

  • 입력 2004년 2월 16일 20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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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첨가제 1L에 990원.’

최근 들어 웬만한 동네 골목길에서는 승합차에 내건 이런 팻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 법원이 유류첨가제의 대명사인 ‘세녹스’가 유사휘발유가 아니라고 판결한 이후 세녹스는 물론 정부로부터 첨가제 인증을 받지 않은 수많은 유사상품이 범람하고 있다.

경기침체에다 원유가격의 급등으로 자동차를 운행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는 이런 ‘유혹’에 솔깃하게 된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는 소비자가 싼 가격 때문에 별 고민 없이 유류첨가제를 사용하지만 자동차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지 않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세녹스는 프리플라이트라는 중소기업이 솔벤트 톨루엔 메틸알코올 등을 섞어 만든 것. 가격이 싼 이유는 정부가 세녹스를 연료의 기능을 도와주는 유류첨가제로 인정해 세금이 거의 붙지 않기 때문이다.

세녹스의 기능에 대해서는 정부와 제조업체의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길거리에 나도는 대부분의 연료첨가제는 물론 세녹스도 이름만 첨가제일 뿐 연료 대신 사용되는 불량 연료”라고 말했다.

지난해 대학 교수와 연구원 등 전문가 9명에 의뢰해 세녹스와 가솔린의 성능을 조사한 결과 세녹스의 연료 효율은 가솔린에 비해 떨어지고 발암물질인 알데히드는 훨씬 많이 배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반면 프리플라이트측은 “첨가제인 세녹스와 연료인 가솔린을 1 대 1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며 “세녹스가 유류첨가제로 허용될 당시 국가기관으로부터 유해물질의 배출을 감소시키고 엔진 세정작용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았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세녹스가 연료 대신 쓸 수 있는 대체연료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거리에 범람하는 유류첨가제가 차량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거의 없다.

현대자동차 고객서비스팀 이광표 차장은 “문제는 세녹스뿐만 아니라 품질이 더 좋지 않은 ‘유사 세녹스’까지 판을 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들 연료는 엔진 내부에 있는 고무를 녹여 자동차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일부 유류첨가제를 장기간 사용할 경우 엔진 출력과 주행 성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으며 심하면 연료계통이 부식돼 화재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는 것.

산자부 관계자는 “일본은 1987년부터 세녹스류 연료의 판매를 허용하다 지난해 8월 판매를 금지했다”며 “엔진계통의 이상(77건)과 그로 인한 화재(4건)가 생겨 사회문제가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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