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사람 원합니다]<8·끝>공기업·공무원

《정부의 청년실업 해소 대책의 하나로 상반기 공기업 채용이 봇물을 이뤘으나 하반기(7∼12월)에는 다소 수그러들 전망이다. 공기업은 지방사무소 근무가 많고 학력과 나이 제한이 없으며 지방대 졸업생들에 대한 차별이 덜한 편이다. 또 남녀 차별이 적고 정부가 양성 평등 채용을 목표로 2007년까지 여성 채용 비율을 30%까지 높일 계획이어서 여성 구직자들이 노려볼 만하다.》

“공기업은 과거 국가기간산업을 맡고 있다는 공공성을 강조했지만 최근에는 기업가적 마인드를 중시합니다. 객관적인 점수도 중요하지만 기업처럼 면접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한국도로공사 이은성 인사기획과장)

사오정(45세가 정년)에 이어 삼팔선(38세가 정년)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기업의 정년보장 개념은 사실상 사라졌다. 이 때문에 직업의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고 보수도 적지 않은 공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 산하기관인 대한체육회의 올 상반기(1∼6월) 입사 경쟁률은 779 대 1을 기록할 정도였다.

▽얼마나 뽑나=온라인 취업정보회사인 인크루트(www.incruit.com)가 43개 공기업의 하반기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8개사가 신입사원 채용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3개사는 아직 계획을 잡지 못했고 12개사는 신입사원 채용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채용 계획이 있는 8개 공기업의 선발인원은 모두 923명. 한국전력이 449명으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며 △수출입은행 30명 △수출보험공사 20명 △한국마사회 13명으로 나타났다.

공기업의 하반기 채용인원이 적은 것은 상반기에 워낙 많이 뽑았기 때문. 수시채용까지 포함하면 상반기에만 3000여명을 뽑았다는 게 인크루트의 설명이다. 하지만 주40시간(주5일) 근무제 실시로 인력을 충원할 필요가 생겨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은 수십명을 뽑을 계획이다.

한편 공기업은 전국 각 시군에 사무실을 두고 있어 해당 지역 출신을 우대하는 특징이 있다.

한전은 하반기 공채 인원 가운데 25.2%를 수도권에, 나머지 74.8%를 수도권 이외 지역에 배치할 계획이다.

▽객관적 점수가 중요=공기업은 공정성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원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편파성 시비를 없애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점수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류전형에서는 학점보다 토익점수를 더 중시하고 필기시험은 필수 코스다. 학점은 전 학년 평균 B학점 이상 확보하는 게 좋다.

토익 고득점은 기본 요건이다. 일반적으로 하한선은 사무직 700점, 기술직 600점이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높다. 또 전문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지원 분야의 자격증을 갖고 있으면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필기시험 과목은 회사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주로 영어 상식 전공 논술 등이다. 상식시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신문이나 시사잡지를 반드시 읽으면서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분야의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취업을 목표로 하는 기업과 관련된 이슈를 눈여겨보아야 한다.

최근에는 공기업도 일반기업과 마찬가지로 면접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따라서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토론하는 문화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주요 공기업 하반기 채용계획
회사	인원	채용 절차
한국전력	449명	서류 필기시험 논술 인성 적성검사 면접
수출입은행	30명	서류 필기시험 면접 인성검사
한국마사회	13명	서류 필기시험 면접
수출보험공사	20명	서류 필기시험 면접
한국토지공사	200명	서류 필기시험 면접 적성검사
한국도로공사	70명	서류 인성검사 필기시험 능력검사 면접
채용인원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음. 자료:각 회사

▽신입사원 선발의 특징=서류전형 통과 후 치르는 한국전력의 2차시험 평가기준은 논술 100점, 면접 90점, 적성검사 10점 등으로 논술 비중이 높다.

논술은 신문 사설과 같은 유형의 지문을 제시하고 3, 4개 질문에 답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공기업의 기업성과 공익성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라는 지문이 나오고 ‘1. 한전의 경우 어떤 요소가 공익적이고 어떤 요소가 기업적인가? 2. 한국전력의 공익성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등에 대한 답을 쓰는 것.

한전 인력충원팀 신기정 과장은 “논술시험이 지원자의 종합적인 지식을 평가하는 데 아주 유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자원공사는 필기시험을 통해 선발 예정인원의 5배를 뽑기 때문에 면접이 당락을 결정한다. 특히 외부컨설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남의 생각을 외워서 답하는 것을 가려내기 위해 역량중심면접(CBI)을 개발했다.

문한용 채용담당 과장은 “예를 들어 ‘이라크 파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하면 실제로는 반대하지만 공기업이니까 찬성한다고 답변할 가능성이 높다”며 “대학시절의 서클활동 경험 또는 과거에 직접 경험했던 사건을 주제로 질문해 지원자의 자질과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한다”고 말했다.

도로공사에는 프레젠테이션 면접이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사무직 행정직은 ‘실적제와 직업공무원제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을 설명하시오’, 법무직은 ‘예산과 법률의 관계를 설명하시오, 국회의 국정감사권과 국정조사권에 대해 논하시오’ 등이다.

하지만 공기업은 기본적으로 국가의 기간산업을 책임진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면접에서 이러한 자세를 강조하면 좋은 점수를 받는다는 것이 인사담당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김용기기자 ykim@donga.com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한국전력 원명균씨 “회사분위기 정보까지 수집했죠”▼

“가능한 한 정보는 모두 확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6월 한국전력에 입사해 인천 전력관리처 총무부에서 일하고 있는 원명균씨(28·사진)는 “입사하려는 회사에 대한 정확하고 구체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야만 입사시험 논술과 면접에서 간결하고 차분한 언어로 대답할 수 있다는 것.

고려대 경제학과 94학번인 원씨는 사회 초년병 시절 ‘쓴맛’을 경험한 입사 재수생이다. 대학을 졸업한 2003년 초 국내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자신이 일하던 사업부가 입사 8개월 만에 폐지되는 바람에 명예퇴직을 경험했다.

한전을 선택한 것은 이 같은 경험 때문이다. 공기업은 직업의 안정성을 추구할 수 있고 사기업에 비해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성향이 강한 편이다. 또 졸업예정자를 중시하는 경향이 강한 사기업에 비해 이미 졸업한 사람도 차별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그는 “대학시절 신문과 시사주간지, 사회과학 서적 등을 꾸준히 읽은 것이 1차 직무능력 종합평가 시험을 치를 때 도움이 됐다”며 “영어의 경우 특별한 자구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토익 점수가 지원자에 대한 객관적 평가기준으로 중시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원씨의 경우 어학연수를 다녀오기도 했지만 대학시절 영화를 좋아해 디지털비디오디스크(DVD)를 통해 매일 외화를 한 편씩 본 게 많은 도움이 됐다는 것.

“인터넷 카페 ‘공기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자기소개서 작성, 면접 방식 등 시험에 관한 정보뿐 아니라 회사 내부 분위기도 파악했고 스터디그룹을 조직해 분명한 목표를 갖고 입사시험 준비를 할 수 있었죠.”

김용기기자 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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