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사람 원합니다]<7>외국계기업

  • 입력 2004년 7월 14일 1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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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국가에서 사업을 하는 다국적기업의 특성상 조직원들과의 친화력이 필수 요소입니다.”(헨켈코리아 인사부 전창표 차장) “취업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원하는 회사를 정해 꾸준히 준비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헤드헌팅기업 인포브레인 이규선 대표컨설턴트) 자유로운 분위기, 비교적 높은 보수, 능력에 따른 성과급, 남녀에게 평등한 기회 부여 등의 이유로 외국계 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상반기에 사원을 채용한 한국나이키의 입사경쟁률은 300 대 1이나 됐다.》

외국계 기업은 신입사원을 뽑아 교육시키기보다는 입사 후 곧바로 현장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을 선호한다. 이들은 경영성과가 좋지 않거나 시장개척에 실패하면 냉정하게 철수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직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외식업계가 많이 뽑는다=온라인 취업정보회사인 인크루트(www.incruit.com)가 51개 외국계 기업의 하반기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21개사(41.2%)가 채용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선발 규모는 885명으로 작년 하반기(745명)보다 18.8%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채용인원은 외식업체가 많아 아웃백스테이크가 300명, 한국맥도날드가 100명을 뽑을 예정이다.

외국계 기업은 팀워크를 중요시한다. 최근 선발된 푸르덴셜생명 인턴사원들이 집단 토론을 하고 있다.-사진제공 푸르덴셜생명

아웃백스테이크는 7월 12일 전북 전주시 완산점, 7월 26일 부산 부전점, 9월 6일 서울 도곡점 등을 개점할 예정이어서 인력 수요가 많은 편. 모집부문은 서빙 안내 조리사 바텐더 등으로 다양하다. 외식업체는 입사 후 매장관리부터 출발하는 것이 기본이다.

지난해 신입사원을 뽑지 않았던 페어차일드코리아반도체는 100여명을 뽑을 계획이다.

외국계 기업은 사람이 필요하면 수시로 뽑기 때문에 1년 365일이 채용 시즌이라고 보면 된다. 신입과 경력사원의 채용 비율은 3 대 7일 정도로 경력직 채용이 주를 이룬다.

▽영어는 기본이다=정보기술(IT) 컨설팅 회사인 SAP코리아 오경근 이사는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으로 영어를 할 수 있어야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직원이 200여명인 SAP코리아는 작년 6명에게 아시아 태평양지역 사무소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한다. 당연히 영어가 능통한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인포브레인 이 대표컨설턴트는 “일반적으로 구직자들은 토익(TOEIC), 토플(TOEFL) 등 공인 영어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열중하지만 외국계 기업은 일상적인 의사소통에 필요한 회화 능력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공장 현장 근무 등 일부 분야는 영어를 잘 못해도 취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입사 후 진급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사내 어학연수 등을 통해 영어 실력을 키우는 것이 일반적이다.

푸르덴셜생명 손병옥 부사장이 최근 선발한 인턴사원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은 변화를 선도하며 자기계발에 노력하는 사람을 선호한다.-사진제공 푸르덴셜생명

▽협력정신이 중요하다=독일계 화학회사인 헨켈코리아 전 차장은 “외국계 기업은 조직원과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하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조직원들과 공동으로 일하고 성과를 내는 능력을 중요시한다는 것.

아울러 본사 또는 다른 국가의 현지 법인과 함께 일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팀워크가 중요한 평가항목이다. 따라서 이력서를 작성할 때 팀워크를 갖추고 일했던 경험과 그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했는지를 정리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한국피자헛은 신입사원 선발과정에 4주 동안의 매장 실습을 포함시키고 있다. 지원자가 매장에서 다른 직원들과 잘 협력하며 일하는지를 꼼꼼히 살피기 위한 것. 한국맥도날드도 이틀 동안의 매장 실습이 필수코스다.

전 차장은 또 창조적 역량을 점검한다고 설명했다.

“본사가 세계에 진출해 있기 때문에 기업의 미래가 ‘혁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일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발전할지는 풍부한 상상력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창조적 역량이 중요한 것이죠.”

외국계 기업 하반기 채용계획
기업채용 규모
소니코리아10∼20명
후지제록스코리아40명
페어차일드코리아반도체100여명
푸르덴셜생명30명
필립모리스코리아10명
삼성테스코100명
로레알코리아15명
웰라코리아미정
유니레버코리아미정
한국맥도날드100명
한국피자헛80명
한국로슈미정
한국얀센40명
한국하우톤5∼6명
아웃백스테이크300명
채용은 수시로 이루어짐. 자료:인크루트

▽인턴십을 활용해야 한다=외국기업은 한국과 달리 인턴십을 이용한 신입사원 선발을 자주 이용한다. 서류전형과 면접만으로는 꼭 필요한 인재를 뽑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지원자를 장기간 관찰할 수 있는 인턴십을 선호하는 것.

SAP코리아 오 이사는 “인턴 과정에서 고객 지향, 고객 응대 능력, 성장 가능성 등을 살피며 정말로 노력하는 사람인지를 유심히 본다”며 “경험적으로 보면 인턴을 통해 입사한 직원들이 우수하다”고 말했다.

로레알코리아도 매년 2회에 걸쳐 정기적으로 인턴사원을 채용하고 이들 가운데 신입사원을 뽑는다. 근무기간은 2개월이며 이때 일을 열심히 잘하는 모습을 보여 주면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한국P&G는 여름 겨울 방학 때 일할 인턴사원을 뽑고 있다. 근무기간 중의 업무 실적에 따라 정규직원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그 비율은 50∼60%다.

이 밖에 모토로라코리아, 선마이크로시스템, 푸르덴셜생명 등도 인턴사원을 뽑는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김용기기자 ykim@donga.com

▼“목표는 뚜렷하게 준비는 철저히”

SAP코리아 입사 이지민씨“뚜렷한 목표의식이 있었습니다.”

4월 말 정보기술(IT) 컨설팅 회사인 SAP코리아에 경력사원으로 입사해 SCM(공급망관리)팀에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이지민씨(27·사진)는 입사에 가장 도움이 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성균관대 산업공학과(95학번)를 졸업한 이씨는 1999년 국내 정보통신 관련 대기업에 입사했다.

그는 맡은 업무가 기술적 분야로 제한돼 있어 답답함을 느꼈다. 이때 SAP가 주관한 포럼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다. 이 포럼에서 경영과 IT를 접목한 IT컨설팅 비즈니스 분야를 알게 된 그는 ‘저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는 다니던 대기업을 입사 2년 만에 퇴사하고 연세대 정보대학원에 진학했다. 이어 인턴 과정을 거쳐 자신이 원했던 SAP코리아에 경력사원으로 입사했다.

SAP코리아 인사담당 오경근 이사는 “스스로 무엇을 하는 게 좋은지 모르는 사람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며 “이지민씨같이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필요한 능력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소개서에서 가족 관계 등에 대해서는 한 줄도 쓰지 않았다. 자신이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SAP에 입사하기 위해 장기간 준비해 왔다는 점만 강조했다. 그래서 과거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었고 이후 대학원 진학뿐만 아니라 컨설팅 회사가 주관하는 교육과정에 참여한 사실 등을 구체적으로 명기했다.

이씨는 “면접 때도 면접관들에게 이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올 1월 SAP코리아의 인턴사원으로 선발된 그는 3개월 동안 교육을 받았다. 교육기간에 컨설팅 분야 자격을 따는 것도 과제였다. 주제를 정해 발표한 뒤 평가를 받는 것은 물론 선배 사원과 팀을 이뤄 직접 실무를 하기도 했다.

이씨는 “인턴 과정을 거치면서 회사가 팀워크와 문제 해결능력, 고객 지향 자세를 중요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용기기자 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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