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노블리안스]허진석/MS 발머사장의 프로정신

  • 입력 2004년 7월 4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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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 빌 게이츠 회장의 하버드대 동기로 MS를 실제 경영하고 있는 최고경영자(CEO)인 스티브 발머 사장이 1일 밀레니엄서울힐튼 호텔에서 잇따라 강연했습니다.

프로그램 개발자 2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강연의 시작은 독특했습니다. 한 프로그래머가 휴대전화 모형을 뒤집어쓴 여성 4명 가운데 마음에 드는 상대를 선택하는 과정을 담은 짧은 영화 한 편이 방영되었습니다. MS의 모바일 운영체제(OS)가 우수하다는 점을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었습니다.

폭소를 자아낸 영화 덕분에 딱딱하기 쉬운 ‘개발자를 위한 콘퍼런스’가 부드럽게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발머 사장이 등장하자 20대 프로그래머들은 연예인을 보는 듯 술렁이더니 ‘획획’거리는 소리를 내며 환영했습니다. 손을 높이 들어 화답하는 발머 사장의 행동도 마치 연예인 같았습니다.

활기차게 강단에 오른 발머 사장은 예상과 달리 크고 높은 톤의 목소리로 참석자들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그리고는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여러분들이 있기에 인터넷과 컴퓨터 시스템 등이 유지되고 발전하고 있다”는 등의 발언으로 프로그래머들을 한껏 띄워줬습니다.

발머 사장은 강연할 때 시종 일관 ‘영화 속 주인공’처럼 큰 액션을 취했습니다.

필자는 발머 사장이 원래 그런 방식으로 연설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금방 ‘진실’을 알게 됐습니다. 발머 사장은 호텔 1층에서 개발자를 위한 강연을 마치자 곧바로 지하에서 열리는 ‘정보근로자 포럼’에 참석해 강연했습니다. 시간 차는 1, 2분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조용한 목소리로 점잖게 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까. 급하게 따라 들어간 강연장을 둘러보니 청중 대부분이 40, 50대로 보이는 중견 간부들이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청중에 따라 기막히게 변신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게 프로정신이고 ‘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2일 오전 미국으로 돌아갔습니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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