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김정일위원장 닮은 배은식씨 광고심의 걸려 무산

  • 입력 2001년 5월 21일 18시 27분


광고심의는 고무줄인가.

심의의 잣대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당연히 광고계에는 심의를 둘러싼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똑같은 심의기준을 어떤 경우에 적용하고 어떤 경우엔 적용하지 않는 사례가 가끔 있다는 것. 광고인들은 “사람이 하는 일인데…”라며 스스로 위안을 찾고 있지만 정면으로 반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해 ‘김정일 위원장 닮은 얼굴 선발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배은식씨(53·환경감시중앙연합회 인천지부장)는 20일 ‘국가보안법’과 ‘초상권 침해’ 등을 이유로 10여차례에 걸쳐 TV광고 출연이 무산되자 법정 소송을 하겠다고 밝혔다.

배씨가 법적인 조치까지 거론하게 된 것은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가 19일 배씨가 출연하는 강원도 B식품회사의 광고에 대해 ‘방송부적격’이란 입장을 취했기 때문. 문제의 광고는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배은식씨)과 김대중 대통령(대역배우)이 함께 술을 마시고 다음날 아침 B식품회사의 즉석요리로 해장을 하는 내용이다.

광고자율심의기구측은 ‘공적인 상징물이나 인물을 상업광고에 사용할 수 없다’는 심의규정 제10조를 근거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배씨는 심의기구 관계자로부터 ‘김위원장과 비슷한 사람이 등장할 경우 국가보안법에 저촉될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광고자율심의기구측은 “배씨측은 정식으로 심의를 신청한 것이 아니라 자문을 구했을 뿐”이라며 “국가보안법 얘기는 꺼낸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배씨는 “이전에 제작된 지면광고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제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반발하고 있다.

한편 심의기구측이 최근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과 관련해 취한 조치도 뒷말이 무성하다. 심의기구는 이달 초 “반일감정이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을 고려해 일본풍 광고에 대한 심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한 일본영화 사운드트랙 음반의 라디오 광고가 심의과정에서 ‘국민감정 저해’ 규정에 걸려 방송이 금지됐다. 이 광고는 종전까지는 일본어 가사가 들어있지 않아 방송이 허용됐었다.

한 이동통신 광고에서는 젊은 여성이 전쟁터에서 겁을 먹은 남자에게 “젊은 놈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지적됐다. 그러나 광고업계에서는 이젠 공중파 TV 오락프로그램이나 드라마에서는 ‘놈’이란 말이 보편적으로 쓰인다는 점을 들어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광고업계의 한 관계자는 “심의기구가 관주도에서 민간중심으로 바뀌었다지만 심의위원들은 그대로”라며 “최소한 심의의 일관성에 의문을 가지게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권모기자>afric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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