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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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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바겐세일이 시작됐다. 미분양 아파트가 13만 채를 넘어서면서 건설업체들이 재고 정리에 나섰다.
‘중도금 무이자 융자’는 기본이고, 분양가를 20% 이상 깎아주거나 입주해 1년쯤 살다가 중도금을 내는 곳까지 등장했다. 미분양 아파트 13만 채의 가격은 30조 원 규모다.건설업계는 이 가운데 5조 원어치의 아파트가 바겐세일 물량으로 나왔을 것으로 보고 있다.아파트 품질 향상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새로 공급되는 아파트 단지는 마감재, 설계, 조경 등에서 돋보이는 곳이 많다. 건설업체들이 미분양을 막기 위해 품질을 크게 높였기 때문이다.》
전국 13만채 재고처리
30조원 규모 시장이 섰다
○ 할인 폭과 범위 확대
대구에서 입주를 앞둔 A아파트는 겉으로 100% 분양이 끝났다. 그러나 실제로는 일부 미분양 물량이 남았다. 이들 미분양 아파트는 은밀히 분양가에서 20% 내린 값에 공급 중이다.
건설업체 관계자는 “분양이 잘됐어도 1∼2층 등 비로열층은 미분양으로 남은 곳이 많다”며 “입주가 임박하면 비로열층 물량을 10∼20% 싼값에 팔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엠코가 울산 남구 신정동에 짓는 ‘울산 엠코타운’은 일부 저층 물량에 한해 입주 후 1년간 중도금 납부 유예를 적용한다.
계약금 5%를 내고 완공됐을 때 잔금 25%만 내면 된다. 분양가의 70%인 중도금은 완공할 때까지 무이자 융자가 적용된다. 보통 무이자 융자된 중도금은 입주 때 갚아야 하지만 이 아파트(저층 물량)의 경우 입주해 1년간 살다가 갚으면 된다.
S건설 분양팀 관계자는 “요즘 모델하우스를 돌아다니며 미분양 아파트 쇼핑을 하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고 소개했다.
분양가 할인 범위가 넓어진 일부 미분양 아파트는 투자가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스피드뱅크 김은경 리서치팀장은 “부동산 경기가 조금만 회복되면 금세 팔릴 만한 미분양 아파트도 많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업체들의 자금부담이 커지므로 대규모 할인 물량이 시장에 계속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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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분양 아파트 간접투자도 주목
내집 마련 수요자나 더 넓은 곳으로 옮기려는 수요자라면 미분양 아파트 가운데 ‘숨은 진주’를 찾아도 좋다. 그러나 집을 한 채 이상 갖고 있는 투자자라면 미분양 아파트를 살 때 세금이 걸림돌이다. 1가구 2주택 이상이면 양도소득세가 중과되기 때문이다.
집을 한 채 이상 갖고 있는 투자자라면 ‘미분양 아파트 펀드’에 간접 투자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다올부동산신탁 자회사인 다올부동산자산운용은 이달 말 ‘다올 랜드칩 아파트 투자 펀드’ 1호를 선보인다. 국내 처음으로 미분양 아파트에 투자하는 펀드다.
분양가보다 15∼30% 싼값에 미분양 아파트를 대량으로 사들이고, 이를 근거로 수익증권을 발행하는 구조다. 부동산자산운용회사는 사들인 미분양 아파트를 나중에 되팔아 수익을 낸 뒤 일반 투자자들과 이익을 나눈다.
투자자는 아파트를 직접 사는 것이 아니라 수익증권에 투자하는 것이어서 아파트에 적용되는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다올부동산자산운용은 이달 말 3000억 원 규모로 다올 랜드칩 펀드 1호를 기관투자가들에게 팔고, 6월부터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펀드 투자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이 회사에 따르면 당초 3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할 예정이었으나 매입 의뢰를 받은 미분양 아파트가 2조 원어치에 육박한다. 그만큼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간접투자 상품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 “외부 요인 탓에 일시적 미분양을 잡아라”
미분양의 원인은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으로 나눌 수 있다.
입지여건이 나쁜 단지, 분양가격이 너무 높은 곳, ‘나홀로 아파트’ 등은 상품 자체에 결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내부적 요인에 의한 미분양이다.
반면 일시적 공급과잉,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후분양 등에 따라 미분양이 발생했다면 외부 요인에 의한 미분양으로 볼 수 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부사장은 “외부적 요인에 의한 일시적 미분양 아파트가 알짜 미분양”이라며 “청약률이 높았던 곳에서 미계약 물량을 잡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최근 아파트 품질이 개선돼 공급된 미분양 아파트도 주목할 만하다. 건설업체들이 미분양을 피하기 위해 수익 목표를 줄이는 대신 마감재 등 품질에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1층을 빈 공간으로 두는 필로티 설계가 대표적이다. 최근 분양을 시작한 포항 양덕 대림 e편한세상, 광주 광천 대림 e편한세상 등은 수십 개 동(棟)의 1층에 ‘필로티’ 설계를 적용했다. 울산 엠코타운의 경우 주차장에 자동차 1.5대당 1대씩 CCTV를 설치한다.
와이컨설팅 이지아 마케팅 팀장은 “미분양 아파트는 미분양의 원인과 품질, 2년 후 입주 때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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