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해보니]열린우리당 김동철의원

  • 입력 2004년 7월 30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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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제기자
김경제기자
“지역 이익이냐, 국가 이익이냐.”

열린우리당 김동철(金東喆·49·광주 광산) 의원은 국회의원 선서 뒤 불과 1주일 만에 곤욕을 치렀다. 광주와 전북 전주시가 ‘전쟁’을 치르고 있는 ‘나노기술집적센터’의 유치를 놓고 ‘광주-전주 공동유치론’을 주장한 것이 파문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지역구에서 “당신은 광주 출신이냐, 전주 출신이냐” “지역구를 전주로 옮겨라”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김 의원은 “어느 한쪽이 완승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손해다. 우리도 전북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 않느냐”라고 설득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광주공항 이전 문제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지역구에 위치한 공항을 장기적으로 폐쇄하고 2006년에 완공되는 무안국제공항을 이용하자고 주장했다. ‘소신 의원’이라는 닉네임은 얻었지만 지역주민들의 시선은 냉랭했다. 김 의원은 “광주는 광산쪽으로 도심이 확대되고 있어 몇 년 뒤에는 광주공항이 도심 한가운데 위치하게 된다”며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지역구는 국회의원의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대다수의 의원이 지역구 이해에 사활을 건다.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시 결성됐던 ‘농촌당’, 정기국회 예산편성 과정에서 등장하는 ‘지역구 챙기기’는 이 같은 풍토하에서 필연적인 산물이다.

김 의원은 “광산만 보지 말고 광주를 보자. 광주만 보지 말고 전남까지 보자. 광주 전남만 보지 말고 국가를 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다 보면 지역을 먼저 챙겨주길 바라는 유권자와의 긴장관계는 피할 수 없다. 김 의원은 “한마디로 힘들고 피곤하다”고 토로했다. 때로는 마음도 약해져 “이러다가 4년 후 어찌될까”라는 불안감도 엄습한다. “운명에 맡겨야지…”라고 되뇌면서도 그의 표정에는 그늘이 드리운다. 총선 이후 하루도 맘 놓고 쉬어본 적이 없다는 그는 “육체적인 피로도 문제지만 순간순간 고독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중압감을 토로했다.

이라크 파병에 대해서도 그는 적극적 파병론자는 아니지만 파병에 찬성한다. 한미 동맹관계의 균열이 빚어낼 경제적 파장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파병을 하지 않을 수 있다면 하지 말아야 한다”며 “그러나 정치인은 더 높은 차원의 국익을 내다봐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달 초 그에게는 하루 30여건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전송돼 왔다. 점잖게 꾸짖는 메시지도 있었지만 입에 담기 어려운 ‘문자 폭력’에 가슴앓이를 해야만 했다.

김 의원은 “소신을 굽히면서까지 국회의원을 오래하고 싶지 않다”며 “지금은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이 여론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쌍방향 의사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용기를 낼 수 있다. 지역 주민들도 언젠가는 내 마음을 알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김동철 의원은…▼

산업은행과 평민당을 거쳐 ‘국민의 정부’ 시절 대통령정무기획비서관을 지냈다(49세). 당선 직후 ‘무(無) 계파’ ‘탈(脫) 계파’를 선언했다. 국가경쟁력 강화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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