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해보니]한나라당 김희정의원

  • 입력 2004년 7월 26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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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기자
서영수기자
“‘다른 의원들은 잘도 해주던 데…’란 말을 들을 때가 가장 괴로웠습니다.”

23일 오전 8시반. 의원회관 635호 방문을 씩씩하게 들어선 한나라당 김희정(金姬廷·사진) 의원은 청탁 문제를 화제로 꺼내자 난감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처음 “궁금한 거 있으면 다 물어 보세요”라며 자신감을 보이던 것과는 다소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그는 의정활동 한달여를 회고하면서 닳고 닳은 인사 청탁자들을 젊은 여성의원으로서 물리치기가 가장 힘에 부치더라고 털어놓았다.

김 의원이 배지를 단 뒤 지금까지 직접 받은 인사 청탁만 모두 6건. 보좌진, 부모님이 받은 이런저런 청탁을 모두 합치면 건수가 훨씬 더 많을 거라고 김 의원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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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서 도와준 사람의 이름을 대며 사돈의 8촌까지 찾아내 일자리를 부탁하더군요. 당시에는 어떻게 다뤄야 할지 정말 난감했어요. 누구를 통해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더라고요.”

김 의원이 청탁에 민감한 것은 지역구 의원이기 때문. 거절할 때마다 “○○가 지역구 관리를 잘못해 떨어졌다” “무 자르듯 거절하면 다음번에 재미없을 거다”는 얘기가 귀에 따갑게 쏟아졌다.

한 청탁자는 김 의원이 청탁을 계속 거절하자 “혹시 초선이고, 나이도 어리고, 여성이라 (청탁이) 잘 안 먹혀서 그러느냐”라고 약을 올리기도 했다. 최연소 여성 의원이라는 자부심이 없었다면 그 역시 마음이 약해졌을지도 모를 만큼 현실의 벽은 높았다.

김 의원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소문이 나자 청탁자들은 그의 부모님에게로 달려갔다. “제가 청탁에 깐깐하다는 소문이 나자 함께 살고 있는 부모님에게 전화나 편지로 청탁을 많이 하나 봐요.”

그러다 보니 김 의원이 지역구인 부산에 내려가 부모님을 만날 때면 청탁에 휘말리지 않도록 부모님을 단속하는 게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됐다. 김 의원이 따지고 들면 부모님은 “누구 의원 사모님은 이렇게 한다는데…” “다른 의원들은 저렇게 한다는데…”라면서 깐깐한 딸이 오히려 손해나 보지 않을까 하고 태산 같은 걱정을 한다는 것. 그는 부모님까지 온갖 청탁에 시달리는 게 가장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김 의원은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런 청탁이 의원 한명이 거절한다고 없어지진 않을 겁니다. 그러나 비록 지역구에서 욕을 먹더라도 저부터 실천해 간다면 17대 국회에서 청탁도 사라지고, 청탁을 한 분들도 나중에는 이해해 주시리라 믿어요.”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김희정 의원은…▼

17대 최연소 국회의원(33세). 90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한 뒤 정치학 석사 및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94년 대학졸업 후 신한국당 공채 4기로 당과 인연을 맺었다. 현 한나라당 부산시당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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