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타는 공직사회 中]『무한경쟁…변해야 산다』

  • 입력 1999년 5월 18일 19시 48분


『정부종합청사가 ‘뜨겁게 달군 프라이팬’으로 변해가는 듯한 느낌입니다. 펄펄 뛰지 않으면 도태되는….』

행정고시 출신으로 정부과천청사에 근무하는 K서기관(39)은 요즘 공직사회에 불어닥치고 있는 변화가 솔직히 두렵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큰 실수를 하지 않고 중간 정도만 유지하면 본부 국장이나 지방청장 정도는 한번 하겠지”하고 내심 앞날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뭔가 눈에 띄는 성과를 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쫓기고 있다.

제2차 정부 조직개편으로 기구가 대폭 조정되고 2001년까지 국가공무원 1만6천여명이 줄어들지만 공무원 사회의 변화는 여기에 국한되는게 아니다.

‘개방형 임용제’ ‘목표관리제’ ‘책임운영기관제’ ‘복식부기제’….

‘경쟁무풍지대’였던 관료조직을 경쟁체제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새 제도들이 속속 도입돼 공무원들을 죄고 있다.

‘정부 주식회사’를 향한 대표적인 시도는 개방형 임용제. 김기재(金杞載)행정자치부장관은 17일 “중앙인사위가 구성되는 대로 개방형 임용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3급이상 고위직 중 20%를 외부 민간전문가와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공모절차를 거쳐 임용하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앞으로 공무원들은 승진과 보직에서 민간인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철밥통’, 심지어 ‘금(金)밥통’이라고까지 불렸던 고위직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승진길도 좁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때문에 일부 공무원들은 ‘엽관제(獵官制)’운운하며 노골적으로 이 제도에 반대하고 있다. 또 계약직으로 영입된 민간인이 기득권보호에 철저한 공무원 조직을 장악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론도 없지 않다.개방형 임용제 못지않게 공무원들을 긴장시키고 있는 제도가 ‘목표관리제’. 흔히 ‘MBO’(Management By Objective)라 불리는 이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부처마다 일을 많이 하는 사람, 적게 하는 사람의 서열(S, A, B, C급의 4단계)이 매겨진다. 그 성적에 따라 봉급도 달라진다. 3급이상 간부의 경우 내년부터 MBO성적 상위 10%인 S급은 연간 1백32만∼1백50만원의 성과급을 받지만 C급은 ‘국물’도 없다.중하위직에도 성과급제가 도입된다. 현행 호봉제는 유지되지만 근무성적 평정이 상위 10%이내인 S급은 연말에 기본급의 200%를 더 받고 C급(51%이하)은 한푼도 못받는다.

〈표참조〉7월부터 국립의료원 운전면허시험장 등 10개 기관을 대상으로 우선 시작되는 ‘책임운영기관제’도 정부 산하기관의 내부 분위기를 크게 바꿔놓을 전망이다. 기관장에게 운영의 자율권을 주고 성과에 대해 책임을 묻는 이 제도가 정착되면 구성원간의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또 2003년까지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회계관리 방식을 현행 단식부기에서 복식부기로 바꿀 계획이다.

그러나 이같은 일련의 개혁안이 정부가 기대하고 있는 만큼의 경쟁체제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개혁조치의 대상이 대부분 고위직 간부에 국한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 경영진단에 참가했던 컨설팅회사 관계자는 “관료조직이 ‘정부 주식회사’로 탈바꿈할 수 있을지 여부는 최고 통치권자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공직 개혁에 관심을 갖느냐 하는데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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