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청문회 스케치]달래보고 을러봐도…별무 소용

  • 입력 1997년 4월 7일 20시 11분


7일 열린 한보사건 국회청문회에서 국정조사 특위위원들은 「자물통」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의 입을 열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해 눈길을 끌었다. 먼저 자민련 李麟求(이인구)의원은 동세대임을 강조한 「감정호소형」. 이의원은 『특위위원중 가장 연장자이며 증인보다 나이는 몇살 아래지만 같은 세대로서 비슷한 사업에서 뼈가 굵은 사람』이라며 정총회장의 마음을 움직이려 했다. 이의원은 또 정총회장이 불교신자라는 점을 이용, 불교의 「공수래공수거(空手來 空手去)」론을 펼친데 이어 『평소 사랑하는 셋째아들 보근이가 구속됐고 넷째아들 한근이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마음을 비우라』고 호소했다. 신한국당 金文洙(김문수)의원은 『세번째 감옥살이가 어떠시냐』고 화두를 던지면서 정총회장의 심경변화를 유도한 「반성촉구형」. 김의원은 『독방에 혼자 있으면서 국민에 대한 반성의 뜻으로 눈물을 흘려본 적이 있느냐』며 감정에 호소했으나 정총회장은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여러가지 생각이 많다』고만 답변. 국민회의 李相洙(이상수)의원은 시종일관 정총회장을 마구 몰아세운 「고압호통형」. 이의원은 한보그룹 비서실에서 입수한 서류를 들고 직접 증인석 앞으로 나가 『이렇게 증거가 있는 데도 끝까지 부인할거냐』고 호통을 쳤으나 정총회장은 장황한 설명을 늘어놓으며 『진실을 얘기하는 데도 의원님이 못알아듣고 있다』고 되레 이의원을 힐난했다. 민주당 李圭正(이규정)의원은 진짜 자물통을 들고 나와 책상에 올려놓고 『이번에는 이 자물통을 기필코 열어 보겠다』고 큰소리를 친 「호언장담형」. 이의원은 정총회장에게 『직업이 뭐냐』고 물은 뒤 『당신은 이 시대 마지막 정선달』이라며 흔들어댔으나 정총회장은 『의원님 생각인데 어쩌겠느냐』고 가볍게 맞받아쳤다. 〈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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