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모리·미샤·스킨푸드 등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들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중저가 화장품 붐과 중국인 관광객 유입에 힘입어 전성기를 누리다가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태 이후 중국인들의 방문이 급격히 줄면서 위축됐던 브랜드들이 최근 실적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오프라인 중심 구조에서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고, K뷰티 인기에 발맞춰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는 건 토니모리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토니모리의 올해 1~9월 매출은 167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3% 늘었다. 유안타 증권은 토니모리 올해 매출이 2217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토니모리가 2016년 2331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2020년 1135억 원까지 급락했다가 9년 만에 고점 회복에 근접한 수준이다.
브랜드 ‘미샤’와 ‘어퓨’를 전개하는 에이블씨엔씨는 2010년대 초반 연매출이 4000억 원대 중반에 달했다가 2022년 2400억 원대 중반까지 떨어졌지만, 최근 다시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스킨푸드 매출은 2022년 375억 원에서 2023년 589억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781억 원으로 전년 대비 32.6% 증가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사와 직접 관련없는 자료사진) 2024년 1월 11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유인촌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왼쪽 두 번째)과 이부진 한국방문의해위원회 위원장이 화장품 가게를 방문하고 있다. 동아일보 DB현재 국내 화장품 유통 시장은 편집숍인 CJ올리브영을 중심으로 한 독주 체제가 굳어졌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약 10년 간은 브랜드 단독 매장 형태의 화장품 로드숍이 시장을 주도했었다. 당시 국내에서는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와 중국인 관광객 유입이 맞물리며 로드숍 모델이 급속히 확산됐다. 서울 강남과 명동, 대학가 상권을 중심으로 ‘한 집 건너 화장품 가게가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로드숍 매장이 밀집됐었다.
하지만 2016년 사드 사태 이후 2017년부터 로드숍 시장은 급격히 위축됐다. 중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긴 데다 온라인 구매 확산, 올리브영 등 드럭스토어의 부상까지 겹친 탓이었다. 업계에서는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1+1 판매·경품 증정 등 과도한 할인 경쟁, 연예인을 앞세운 마케팅으로 비용 부담이 커진 점이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실적 위기가 이어지면서 2017년 토니모리는 방배동 사옥을 매각하고, 스킨푸드는 2018년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 같은 오랜 침체를 딛고 최근에 로드샵이 재부상한 배경으로는 해외 시장 공략이 꼽힌다. 한류 확산과 함께 K뷰티 인지도가 높아진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토니모리의 올해 3분기 누적 해외 매출은 전 분기 대비 22.7% 증가했고, 해외 매출 비중은 30%대로 올라섰다. 지난달에는 호주 유통 채널 프라이스라인 430여 개 매장에 입점하며 오프라인 접점도 확대했다. 에이블씨엔씨는 현재 40여 개국, 약 4만 개 리테일 매장으로 유통망을 넓혔으며 해외 매출 비중은 63%까지 뛰었다. 스킨푸드도 지난해 기준 40여 개국, 5000여 개 매장에 진출하며 해외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