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남북관계, 민심 먼저 얻어야

  • 입력 2001년 1월 2일 18시 52분


올해는 남북한 관계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북한은 예년처럼 1일자 당보 군보 청년보 공동사설을 통해 6·15 남북공동선언 이행을 특별히 강조하면서 기존의 경제개혁과 대남(對南), 대외(對外)정책을 유지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신년사에서 남북 평화협력의 실현을 거듭 강조했다.

올해 남북한 관계의 최대 분수령은 아무래도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남한 방문이 될 것이다. 김위원장의 방남(訪南)은 주변 여건으로 보아 불투명한 점이 적지 않으나 성사가 된다면 남북한간의 화해 협력 분위기를 더욱 굳히고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긴장완화에 큰 진전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김위원장의 방남은 호혜 호양의 원칙을 존중하는 가운데 이뤄져야 한다. 우리의 경우 김위원장의 방남이 아무리 뜻깊다 해도 완전히 그것의 실현에만 매달려 ‘체통’까지 잃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면 국민적인 지지는 얻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김위원장의 방남을 무슨 큰 시혜처럼 생각하고 우리에게 과도한 요구나 전제조건을 내건다면 오히려 남북한 관계를 악화시킬지도 모른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잖아도 작년 6·15 공동선언 이후 숨가쁘게 전개되어 온 남북한 관계를 되돌아보면 북측은 우리의 상식으로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요구조건을 내걸거나 합의내용과는 다른 행동을 할 때가 적지 않았다. 그 때문에 우리 내부에서는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었고 결과적으로 남북관계에 대한 불신만 키웠다.

올해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 우선 서로가 합의를 했다면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 합의를 지켜야 신뢰가 쌓이고 또 다른 합의도 가능하다.

남북한 관계의 내용도 이제는 면밀히 검토해 봐야 할 때다. 북한이 남북한 관계의 근본 문제를 도외시하고 1회성 행사를 내세워 경제적 실리만 챙기려 해서는 결코 남북한 관계가 건전하게 발전하지 못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북(對北) 정책을 추진하는 우리 정부의 자세다. 북한에 대해 할 얘기는 제대로 못하면서 북측이 하자는 대로 따라다니는 듯한 처신만 해서는 어떤 정책이든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없다.

대북정책은 국민에게 솔직하게 설명하고 투명하게 집행함으로써 민심을 얻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정부 당국자들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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