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Beauty]섬세한 胃, 추위도 敵 “겨울엔 더 꼭꼭 씹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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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날씨와 소화불량, 상관관계


직장인 이민영 씨(가명·37)는 최근 날씨가 다시 추워지자 밥을 먹으면 소화가 안 되고 속이 더부룩한 증세로 며칠째 고생이다. 인근 병원을 찾은 이 씨는 추운 날씨와 늘어난 실내 생활로 인한 운동부족이 소화불량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씨처럼 추운 날씨에 소화불량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 추운 날씨와 소화불량이 어떻게 관계가 있는지, 또 이 시기 소화불량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위(胃), 외부환경이나 스트레스에 약해

위는 음식물의 소화를 담당하는 장기다. 음식물이 소화되는 동안 위는 운동을 하며 위산과 위액으로 단백질을 녹이고 분해하며, 음식물에 섞여있는 각종 세균을 죽인다.

위는 평상시엔 성인의 주먹 크기지만 음식물이 들어가면 2L까지 저장할 수 있을 정도로 늘어난다. 한 번 저장된 음식물은 2∼6시간 보관된다. 이렇게 음식물을 저장하는 위 덕분에 우리는 하루 3번만 식사를 해도 공복감을 못 느낀다. 이처럼 음식물의 소화, 소독, 저장을 담당하는 중요한 장기인 위는 환경이나 스트레스 등에 유독 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추운 날씨에 소화불량이 생기는 것도 위가 외부환경과 스트레스에 약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이 과도한 추위에 노출된 경우, 일시적으로 위장의 운동 기능이 저하돼 소화불량, 식욕감퇴, 변비 등의 소화기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비에비스 나무병원 홍성수 원장은 “차가운 공기에 배가 장시간 노출되면 열을 빼앗겨 소화기관으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 소화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라며 “이외에도 낮은 온도 자체가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주거나 실내외의 급작스러운 온도차에 따른 신체의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소화기능에 일시적으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급작스러운 온도차를 최대한 피하자

음식을 특별히 잘못 먹은 적도 없는데 이유 없이 소화가 안 되고 배가 아프며 설사 증상이 있다면 실내외의 급작스러운 온도차를 최대한 피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실외에서 실내로 들어올 때, 춥다고 전열기구 가까이에서 몸을 갑자기 녹이지 말고, 자연스럽게 몸의 온도를 올리도록 한다.

추위 그 자체가 스트레스로 작용해 소화를 방해하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위장으로 가는 혈류가 줄게 되고 위의 활동성이 떨어지며 소화효소의 분비가 준다. 따라서 겨울철 외출 시 최대한 따뜻하게 입어 추위로 인해 직접적으로 느끼는 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

추위로 인해 신체 활동량이 줄면서 위장이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 위장 운동은 음식의 종류나 식사 시간 등과 더불어 사람의 활동량 등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식사 뒤에 앉아만 있거나 누워만 있으면 위가 제대로 운동할 수 없어 위장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식사 뒤 곧바로 과도한 활동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식사 후에 심한 운동을 하면 팔다리의 근육에 전달되는 혈액 양이 늘어나면서 상대적으로 위장으로 가는 혈액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홍 병원장은 “소화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식사 뒤 20∼30분 정도 쉬고 난 뒤 산책 등의 가벼운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며 “특히 저녁 식사 뒤에는 활동량이 더 부족해지기 쉬우므로 평소 소화불량증을 자주 겪는 사람은 식후 가벼운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위를 건강하게 하는 식사법

소화기관이 건강한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의 추위에 노출되더라도 몸이 적응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오랫동안 추위에 노출된 후 음식을 먹으면 위장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수 있으므로 몸을 충분히 녹인 뒤 천천히 음식을 먹도록 한다.

또 자기 몸에 잘 맞는 음식과 섭취하면 불편해지는 음식이 있으므로 본인이 판단해서 자기에게 맞는 음식을 먹고, 맞지 않는 음식은 피한다. 일반적으로 맵고 자극성이 심한 음식을 피하고, 지방이 많은 음식은 위에서 배출되는 시간이 긴 만큼 주의를 해서 섭취하는 것이 좋다.

한편 소화가 안 될 때 탄산음료를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탄산음료를 마시면 트림이 나와 속이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지만 카페인 때문에 실제로는 소화 장애가 더 심해질 수 있다. 또한 탄산음료에는 설탕이 많이 들어있어 소화과정에서 발효되면서 오히려 가스를 더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다.

소화가 잘되지 않을 땐 음식을 오래 씹어 먹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침 속에는 아밀라아제라는 당분 분해 효소가 있어 음식물과 침이 잘 섞이면 소화가 잘되기 때문. 식후 곧바로 누우면 위가 운동할 수 없어 속이 더부룩해지기 쉬우므로 야식을 피하는 것도 소화불량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소화불량 시 소화 잘되는 음식, 피할 음식

대개 생선, 두부 등의 단백질 식단은 소화가 잘된다. 또한 무에는 소화효소인 디아스타아제가 풍부해 소화를 촉진시키고, 파인애플과 키위엔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들어있어 고기를 먹을 때 함께 섭취하면 소화에 도움이 된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의 비타민 C는 근본적으로 위를 보호하므로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소화불량이 심하면 채소를 익혀 먹도록 한다. 어떤 음식이든 익혀 먹으면 날것으로 먹었을 때보다 훨씬 소화가 잘된다.

음식이 체온과 비슷한 온도일 때 위가 가장 편하게 받아들이므로 갑자기 너무 뜨겁거나 차가운 음식을 먹기보다는 따뜻한 정도의 음식을 먹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질긴 음식, 딱딱한 음식, 기름기 많은 음식은 피한다. 술, 커피, 탄산음료 및 겨자, 후추, 소금 등 자극성이 강한 조미료도 피하는 것이 좋은데, 특히 소금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위 점막을 자극해 약하게 만들고, 발암 물질 생성을 촉진하기 때문에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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