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메드] (인터뷰) 류여해 법률평론가 “의료사고 아닌 미용수술의 폐단 조명할 때”

  • 입력 2014년 12월 15일 10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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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여해 법률평론가의 법 이야기
의료사고 아닌 미용수술의 폐단 조명할 때


최근 한 유명 연예인이 의료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조명되면서 의사들이 여론에 뭇매를 맞았다. 의료사고는 그 원인이 명백하지 않을 때가 많아 승소율이 낮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위해 우리나라 여성법률평론가 1호인 류여해 법률평론가를 광화문에서 만났다. 독일에서 형법으로 박사과정을 밟은 그녀는 의료사고의 기준과 대처방안, 그리고 30~40대 여성들이 기억하면 좋을 법률적 상식에 대해 말했다.

EDITOR 곽은영 PHOTOGRAPHER 권오경

의사의 치료행위는 성공하면 치료가 되고, 실패하면 상해가 된다. 수술은 치료를 목적으로 하므로 환자는 수술동의서에 사인을 한다. 수술동의서의 핵심은 의사가 그 수술에 의한 사고, 후유증, 사망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메스를 든다는 것은 그 자체로 사고의 위험을 안고 있는 행위이다.

게다가 사람의 면역체계와 혈액체계는 성별, 나이별, 국가별로 모두 다르고 검사로 걸러지지 않는 특이체질도 있기 때문에 수술 결과가 예상과 다르게 나오기도 한다. 수술동의서는 이러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것이다.

“물론, 100% 의료사고도 있어요. 다리 절단이나 유방암 수술에서 좌우를 혼동해 반대쪽을 잘라 내거나, 뱃속에 메스를 넣고 봉하거나, 여성이 임신한 것을 암으로 오해하고 아기와 함께 자궁을 들어내는 경우가 있어요. 모두 실제 의료사고 케이스들이에요. 그러나 이렇게 명백한 의료사고 외에는 의료사고인지 아닌지 구분하기가 힘들어요. 우리의 신체 조직은 모두 다르므로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명확히 정의할 수가 없거든요.”

의료사고, 환자와 의사 양방향에서 생각해야

법적으로 의료사고는 오진, 주사, 투약, 수혈 등 의료인의 과실로 환자에게 상해나 사망,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류여해 법률평론가는 의료사고는 환자 입장에서만 생각할 문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17살 여학생이 응급실에 왔어요. 보통은 그 나이의 여학생이 임신했다고 생각하긴 힘들지요. 그래서 병원에서도 임신 테스트를 하지 않고 약물을 투여했는데, 그 친구가 부모의 동의하에 4대 독자를 임신하고 있었어요. 병원의 처방으로 아이는 유산됐고, 이는 의료사고로 분류됐어요. 이 사건 이후 병원에서는 여자가 병원에 오면 무조건 임신 검사를 하려고 해요. 우리 입장에서는 모두 돈이지만 의사 입장에서는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행동이지요. 단순히 배가 아플 때에도 CT에서 MRI까지 찍어요. 모든 케이스를 의료사고로 볼 경우, 의사들은 방어 진료를 할 수밖에 없어요.”

우리는 의료사고는 싫다고 하면서 방어 진료도 싫다고 말한다. 이를 잘 조율하기 위해서는 우선 의사도 사람이다 보니 실수를 할 수는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실수가 아니라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가이다.

의사는 환자가 아프다고 말을 하면 잘 돌봐줘야 할 의무가 있는데, 그 부분을 소홀히 하면 문제가 된다. 류여해 법률평론가는 의료사고를 예방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의료사고를 예방하는 첫 번째는 의사를 신뢰하는 것이에요. 가끔 보면, 의사를 믿지 않고 병원 투어를 다니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러면 의료수가가 올라가요. 이것이 의료민영화의 배경이 돼요. 저는 의료민영화에 반대예요. 국민은 누구나 아플 때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의료민영화에 무관심하지요.”

의료민영화의 1단계는 원격진료이다. 그녀는 원격진료에 대해 과다한 비용발생과 이용연령을 고려했을 때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했다. 또한, 병원의 자회사 설립 허가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로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종합병원이 호텔 경영, 의료기계 제조, 심지어 빵집과 온천 설립까지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자회사 설립 허가예요. 그렇게 되면 병원은 영업을 위해 움직이게 돼요. 모든 게 돈의 논리로 돌아가게 되지요. 의료민영화가 되면 보험체계도 바뀌어요. 지금은 국민보험인데, 그때는 사보험이 되는 거지요. 우리나라 빅5 병원에서 각각 보험을 두고 자기네들 보험을 가진 사람만 받는 거예요. 응급 상황에서 이 시스템이 얼마나 위험한 부분이 될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수술 전 집도의에게 듣는 충분한 설명

류여해 법률평론가는 국민들이 의료사고에 대해서만 분개하고 의사들의 열악한 환경은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지적한다. 요즘 피부과, 성형외과 등에는 의사가 넘치지만, 흉부외과의 레지던트 지원율은 바닥을 치고 있다. 그곳에는 젊은 의사가 없다.

의료사고에 대해서도 사고를 낸 특정 의사의 윤리·도덕성을 먼저 의심해야 하는데 의사 전체를 비난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진정한 의사가 피해당하지 않도록 속칭 유령의사(수술방 안에서 의사가 바뀌는 경우)나 리베이트를 받는 비윤리적 의사들을 잡아내는 일이다.

“저는 흉부외과 의사인 남편을 통해 더 중립적으로 많은 케이스를 봤어요. 제가 봐도 비윤리적인 의사가 많았어요. 우선 환자는 반드시 집도의에게 수술동의서를 받아야 해요. 요즘 잘 지켜지지 않는데, 이런 부분은 신고하면 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우리 권리를 주장하는 거예요. 의료사고를 방지하는 방법 중 하나는 집도의의 충분한 설명을 듣는 거예요. 보통 그 설명을 레지던트가 하는데, 그러면 집도의에게 해달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의사는 설명 의무를 지키고, 환자도 자기가 하려는 수술이 얼마만큼 위험한 것인지 파악해야 해요. 그러다 의료사고가 났을 때는, 우선 수술동의서를 꼼꼼하게 체크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위험도와 후유증의 정도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봐 두는 게 좋겠지요. 두 번째는 수술이 끝나고 난 뒤 의사의 처치를 정확히 기억하고, 어딘가 아프다면 상태를 전하고 대화를 해야 해요. 결국, 소통이지요. 무엇보다 의사의 지시에 잘 따라야 사고가 났을 때도 의사가 할 말이 없어요. 그리고 문제가 발생하면 수술동의서 및 모든 증거 자료를 가지고 의료중재원을 가는 게 가장 빨라요. 소송으로 가게 되면 보통 3년까지도 가기 때문에 처음에는 의료중재원에 가는 게 많은 도움이 돼요.”

의료사고에 대한 소송과 분쟁이 많아지면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료중재원)이 생겼다. 의료중재원은 2~3만원의 비용으로 빠른 시간 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치료 목적의 수술에서는 그런 사고가 적었어요. 지금 문제가 되는 수술은 일반적인 수술이 아니에요. 지방흡입 등 다이어트와 미용을 위한 수술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해요. 미용수술은 분리해서 봐야 하고, 수술을 안 해도 되는 사람들이 몸에 손을 대는 것에 대해서도 잘 생각해봐야 해요. 필요하다면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다이어트를 할 수 있는데,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살은 빼고 싶으니까 위 축소 수술을 하고 지방 흡입 수술을 해요. 성형 수술에서 의료사고가 가장 많은 수술은 양악수술이에요. 양악수술은 기능적인 치료가 수술의 우선 목적이 되어야 해요. 그렇지 않고 미용적인 효과만 강조하다 보면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높아져요.”

미용 수술에서도 부작용이나 의료사고가 나면 보상을 해준다. 그러나 미용 수술의 부작용은 몸과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평생의 상처를 입힐 수 있으므로, 수술 전 꼼꼼히 따져보고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드라마틱한 결과만을 보여주는 광고들에 쉽게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언론이 할 일은 의료사고를 조명하는 것이 아니라 미용수술의 폐단을 설명하는 거예요. 미용수술을 함으로써 얼마나 힘들어지고 아픈지 아무도 보도하지 않아요. 개인병원 의사들도 이 수술이 얼마나 위험한지 충분히 설명하지 않지요.”

의료사고의 케이스는 말할 수 없이 다양하다. 류여해 법률평론가는 의료사고와 관련해 다양한 논문을 썼을 뿐 아니라, 의료사고 피해 환자의 가족들을 상담하고 도와주는 의료봉사를 하고 있다. 그녀는 의료사고 환자와 가족들의 답답한 이야기를 들어주고 실질적인 서류 작성을 도와준다.

30~40대 여성들이 알아야 하는 법

류여해 법률평론가는 외모지상주의에 의한 폐단과 함께 30~40대 여성들이 노출된 범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냈다.

“우선 성범죄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여성도 여성이지만 남성들도 무엇이 성범죄인지 모르고 있어요. 얼마 전 한 남자가 여자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벌금 100만원을 받았어요. 30~40대 여성들은 회사에서든 길에서든 노(No)라고 이야기할 줄 알아야 해요. 참다가 이야기하는 건 소용없어요. 싫은 건 처음부터 단호하게 의사전달을 해야 해요. 우리는 ‘노’라고 말하는 것에 인색한데, 여자들이 잘못하는 게 바로 참다가 이야기하는 거예요. 내 몸에 손을 대는 모든 행위가 추행과 성희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그리고 30~40대가 가장 잘 당하는 범죄로 통계가 나온 보이스피싱과 스미싱의 예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줬다.

“이젠 많이 안 속아 넘어갈 것 같은데 아직도 넘어가요. 2주 전 제 지인이 당한 이야기예요. 거래은행에서 전화가 와서 ‘지금 본인의 이름으로 누군가 대출을 내려고 한다, 허락한 거 맞느냐, 아니라면 비밀번호를 가르쳐주면 내가 정지하겠다’ 그 말을 듣고는 자기도 모르게 순식간에 비밀번호를 가르쳐준 거지요. 더 기가 막힌 사건도 있어요. 송금을 잘못했다고 돈을 돌려달라는 전화가 오는 거예요. 자기 돈도 아니기에 바로 다시 송금해주고 난 후 알고 보니 그 돈이 자기 이름으로 대출된 돈이었던 거예요. 대출된 돈이 본인 명의의 통장으로 입금된 것을 모르고 엉뚱한 범죄자에게 다시 본인의 돈을 송금해준 꼴이지요.”

이러한 보이스피싱을 피하는 방법은 모두 의심하는 것밖에 없다. 요즘은 스미싱도 한층 발전해 돌잔치 초대장 및 무료쿠폰 제공 형식의 메시지로 스마트폰에 링크가 걸려온다. 이러한 스미싱을 예방하는 첫 번째 방법은 소액 결제 차단이다.

류여해 법률평론가도 진작 소액 결제 차단을 해놓은 상태다. 그리고 지인에게 온 초대장이라 하더라도 항상 지인에게 먼저 확인부터 하고 열어야 한다. 무료쿠폰이 오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걸 기억하고 클릭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보이스피싱이나 스미싱으로 인한 손해는 법적으로도 보상받을 수가 없다. 입증하는 게 힘들고 아직까지는 법이 앞서가는 범죄를 뒤따라가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에 스스로 의심하고 조심하는 것이 최선이다.

“법은 나를 못 지켜요. 전화 와서 돈을 요구하는 건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세요. 한 가지 더 말씀 드리고 싶은 건 아이들 교육 문제인데, 보통 우리나라에서 교육시킬 때 어른 말 잘 들으라고 하잖아요. 그래야 착하다고 하면서요. 그러나 그 기준이 있나요? 착한 건 뭘까요? 선생님과 엄마는 항상 옳을까요? 아니에요. 독일에선 아이들에게 법을 가르쳐요. 예를 들면,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요. 넌 친구를 때리면 안 된다, 형법 몇 조에 의하면 그건 폭행죄야. 떠들면 안 돼, 그건 소란죄거든. 물건을 훔치면 안 돼, 절도죄야. 누구 말을 잘 들으라고 가르치기보다는 원칙을 가르쳐요. 우리는 원칙과 기준이 없고 도덕만 가르치지요.”

류여해 법률평론가는 아이들에게는 법적 테두리를 가르쳐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어른이 되면서 스스로의 기준이 아니라 바깥세상의 기준에 따라 살고 있어요. 의료사고도 기준이 없어서 발생하는 거예요.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성형을 하는 게 아니라 남한테 보여 주기 위해서 성형을 하지요. 우리가 놓치고 사는 게 뭔지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기사제공 = 엠미디어(M MEDIA) 라메드 편집부(www.remede.net ), 취재 곽은영 기자(kss@egihu.com) 촬영 권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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