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손잡이 이정후·오타니 왼손 타격, ‘타고난 재능’ 아니었다 [건강팩트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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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가 왼쪽 타석에서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이정후가 왼쪽 타석에서 배트를 휘두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이정후와 스즈키 이치로, 그리고 이 시대 세계 최고의 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 세 선수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고 왼손으로 타격하는 ‘우투좌타’다.

이유는 단순하다. 야구에서 왼손 타자는 1루까지 조금 더 가깝고, 타격 후 몸이 자연스럽게 1루 쪽으로 열린다. 게다가 야구에는 오른손 투수가 더 많아 왼쪽 타석이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타고난 손 선호와는 별개로 야구 경기에 더 유리한 왼손 타격을 익힌 셈이다.

그렇다면 이런 선택도 특별한 재능이 있어야 가능한 것일까. 최신 연구는 흥미로운 답을 내놨다. 우리가 한쪽 손을 더 잘 쓰는 이유는 그 손이 태어날 때부터 압도적으로 뛰어나서라기보다, 평생 그 손으로 더 많이 연습했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의대 신경학과 존 크라카우어(John Krakauer) 교수,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 데이비드 게펜 의대 신경학과 아흐메트 아락(Ahmet Arac) 부교수, UCLA의 운동신경과학 연구원 니콜라스 Y. H. 정 리(Nicolas Y. H. Jeong Lee) 연구원이 공동 수행한 이번 연구는 ‘미국국립과확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대부분의 사람이 어느 손을 더 선호하는지는 태어나기 전부터 결정되지만 그 손이 더 능숙해지는 것은 선천적 능력이 아니라 반복된 사용과 연습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 내렸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태어나기 전부터 오른손잡이인지 왼손잡이인지 어느 정도 결정되며, 이번 연구도 이 점은 인정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출생 이후 성장 과정에서 형성되는 우세성, 즉 양손의 숙련도 차이가 어떻게 생기는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양팔로 목표물을 향해 손을 뻗게 했다. 그냥 손을 뻗는 동작에서는 우세 손과 비우세 손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손목에 무게를 달아도 마찬가지였다. 오른손잡이라고 해서 오른팔이 기본 운동 능력에서 압도적으로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차이가 확 벌어진 건 도구를 쓸 때였다. 팔에 가벼운 막대를 붙이고 그 끝으로 목표물을 건드리게 하자, 우세 손 쪽은 비교적 정확했지만 비우세 손 쪽은 궤적이 흔들렸다. 쉽게 말해 손을 뻗는 건 양쪽 다 할 수 있지만, 도구 끝을 원하는 모양대로 움직이는 일은 많이 해본 쪽이 훨씬 잘했다.

글씨도 비슷했다. 평소 잘 안 쓰는 왼손으로 글씨를 써 보면 글자를 몰라서 못 쓰는 것이 아니다. 머릿속에는 ‘가’나 ‘A’의 모양이 있지만, 손이 그 모양을 제대로 그려내지 못한다. 연구진은 이를 ‘원하는 궤적을 몸으로 구현하는 능력’의 차이로 봤다.

더 흥미로운 실험도 있었다. 참가자들의 팔에 펜을 고정하고 손이 아니라 팔꿈치로 글씨를 쓰게 했더니 우세 손의 장점이 사라졌다. 오른쪽 팔꿈치도, 왼쪽 팔꿈치도 똑같이 서툴렀다. 즉 평생 팔꿈치로 도구를 다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우세 손의 이점도 사라진 것이다.
사진 A: 손으로 펜을 잡고 글씨를 쓰는 일반적인 방식.
사진 B: 펜을 팔꿈치에 고정한 뒤 팔꿈치를 움직여 글씨를 쓰는 방식.
D: 우세 손, ND: 비우세 손. 손으로 쓸 때는 우세 손이 더 안정적인 글씨를 쓰지만, 팔꿈치로 쓸 때는 양쪽 모두 비슷하게 서툰 모습을 보였다. PNAS 발췌.
사진 A: 손으로 펜을 잡고 글씨를 쓰는 일반적인 방식. 사진 B: 펜을 팔꿈치에 고정한 뒤 팔꿈치를 움직여 글씨를 쓰는 방식. D: 우세 손, ND: 비우세 손. 손으로 쓸 때는 우세 손이 더 안정적인 글씨를 쓰지만, 팔꿈치로 쓸 때는 양쪽 모두 비슷하게 서툰 모습을 보였다. PNAS 발췌.

하지만 연습을 시키자 양쪽 팔꿈치 모두 비슷하게 좋아졌다. 어느 한쪽이 타고나게 더 빨리 배우는 것도 아니었다.

결론은 꽤 희망적이다. 손을 더 잘 쓰는 능력은 고정된 운명이 아니다. 물론 어느 손을 더 선호하는지는 타고난 영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손이 능숙해지는 과정은 상당 부분 연습의 결과다.

이정후와 이치로가 아버지의 영향으로 오른손잡이면서도 왼손 타격을 가다듬은 것처럼, 일반인도 반대 손을 훈련하면 생각보다 많이 좋아질 수 있다고 이번 연구는 강조한다. 처음에는 젓가락질이 서툴고 글씨도 삐뚤빼뚤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못하는 손’이라서가 아니라 ‘아직 덜 배운 손’이라서다.

오른손잡이로 태어났다고 오른손만 잘 쓰라는 법은 없다. 많이 쓴 손이 능숙해진다는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바꿔 말하면, 오늘부터 연습하는 손도 언젠가는 꽤 쓸 만해질 수 있다.

물론 양치질이나 젓가락질을 일부러 왼손으로 바꾼다고 인지 능력이 갑자기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연구가 말하는 것은 ‘왼손을 쓰면 뇌가 더 좋아진다’가 아니라 손의 숙련도는 연습으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손재주’도 타고난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연구진은 “우세한 팔에는 선천적인 운동 제어 능력의 우위가 있는 것이 아니라, 도구와 물체를 다루며 복잡한 운동 궤적을 만드는 경험이 더 많이 축적된 결과일 뿐”이라고 결론 내렸다.

관련 논문 주소: https://doi.org/10.1073/pnas.2601569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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