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요즘 의대생들에게 인기 없는 외과 의사다. 개원의로서 양성종양 절제술을 많이 한다. 최근 호남에서 한 환자가 찾아왔다. 여드름과 종기가 얼굴 가득 올라온 상태였다. 사춘기 환자가 아니라면 이런 경우는 대부분 ‘응괴성 여드름’ 혹은 ‘성인 여드름’이다. 20대 중반 이후 여드름과 유사하게 발생하는 이 질환은 청소년기 여드름과는 조금 다르다. 의사들은 대부분 먹는 약이나 주사만 주고 외과적인 처치, 즉 수술을 하지 않는다.
왜 수술을 하지 않으려고 할까. 우선 수술 탓에 피부가 손상됐다는 불평이나 소송을 당할 우려가 있다. 또 피부 관리나 레이저 치료에 비해 수익이 적다. 이렇다 보니 피부 미용 분야로 진출하는 젊은 의사가 늘 수밖에 없다.
가끔 신경외과 의사가 필자에게 양성종양, 특히 지방종 환자를 수술해 달라고 환자를 소개하기도 한다. 외과 의사로서 고백하자면 두피에 종양이 발생한 경우 신경외과에서 수술을 더 잘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도 왜 필자에게 환자를 보내려는 것일까. 이는 양성종양 수술을 통한 수익으로는 병원 운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술 결과에 대한 환자 불평도 감수해야 하고, 심한 경우 소송을 당하기도 한다.
외과계 의사들이 시행하는 양성종양 절제술은 수가가 극히 낮다. 입원이나 각종 검사를 해야만 겨우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다. 간단한 검사 후 국소 마취만 하고 양성종양 적출술을 하면 병원 경영이 어려워진다.
게다가 환자들은 흉터나 재발 없이 수술해 주는 경험 많은 의사를 선호한다. 전국이 하루 생활권인 요즘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라도 수도권에서 경험 많은 의사에게 수술 받기를 원하는 환자가 많다. 서울이든 지역이든 환자는 ‘유명하고 잘한다’는 의사를 찾으려고 한다. 지방에서 외과 개원의로 의사 경력을 시작하고 터를 잡는 게 힘든 이유다.
마취 분야도 비슷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마취과가 마취통증의학과로 이름을 바꾼 뒤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는 마취보다는 통증 치료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수술이나 마취는 발생 빈도가 낮은 반면에 통증은 발생 빈도가 높고 증상 재발도 잦다. 속된 말로 돈이 되는 것이다. 위험 부담은 적고 소득은 훨씬 좋으니 누가 통증 치료에 눈을 돌리지 않겠는가.
이것이 기피과 문제의 핵심이다. 필자는 의대 정원을 적정 수준으로 늘리는 데 찬성한다. 그러나 의사를 많이 뽑는 것만으로 필수과 의사 부족이라는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비정상적인 수술 수가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의사가 많아져도 기피과는 여전히 기피과로 남게 된다. 이것을 바꿔야 제대로 된 의료개혁이라 할 수 있다.
필자가 의대생이던 시절 외과는 ‘생명을 살린다’는 자부심으로 충만했다. 어깨에 속칭 ‘의사 뽕’ 가득한 예비 의사들로 바글거렸다. 그 시절을 다시 가능하게 할 의료개혁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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