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관광 ‘아그리투어리즘’ 뜬다…AI로 상품 기획하는 ‘노는법’의 상생법 [ICT이노베이션스퀘어확산사업]
동아닷컴
입력 2025-12-23 14:452025년 12월 23일 14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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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x 스파크랩] 동남권 ICT 이노베이션 스퀘어 확산사업은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이 주관하며,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디지털 인재 양성과 지역 특화 산업의 디지털 전환, 창업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에서 스파크랩이 육성하고 있는 스타트업을 IT동아가 소개합니다.
글로벌 관광 산업은 효율과 가격을 중시하는 대중 관광에서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생태계에 깊게 몰입하는 경험적 여행으로 전환되고 있다. 관광산업이 이제는 고급 호텔에 들러 유명 관광지를 찾는 표준화된 패키지 상품을 넘어, 현지인처럼 살며 지역 사회에 녹아들거나 특정 테마에 맞춘 콘텐츠를 경험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 중심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개념이 농업과 관광업을 결합한 아그리투어리즘(Agritourism, 농촌관광)이다. 아그리투어리즘은 도시 거주자에게 새로운 형태의 체험과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농가에는 전통적인 작물 생산 이외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이다. 특히 국내 여행객은 물론 해외에서 방문하는 모든 관광객이 대상이어서 농업과 관광업이 모두 성장할 수 있는 현대적 해결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그리투어리즘은 도시 출신의 여행자들에게 교외의 여행지와 체험학습 등을 연결하는 관광 산업을 뜻한다 / 출처=바바그라운드
리서치 앤 마켓이 집계한 2025년 아그리투어리즘 시장 규모는 350억 달러(약 51조 9000억 원)에 달하며, 2032년에는 613억 달러(약 91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기관에 따라 연평균 성장률은 최소 8.3%에서 최대 13.5%까지 높은 편이다. 높은 성장률의 배경에는 각 국의 정부 지원 사업과 여행 산업의 흐름 변화가 맞물렸다. 프랑스의 지트 드 프랑스(Gîtes de France)와 독일의 농가휴가, 이탈리아의 아그리투리스모는 반 세기에 걸쳐 유럽 아그리투어리즘 산업의 기반을 마련했다.
2020년 이후 코로나 19를 계기로 관광산업의 무게 중심이 대중 관광에서 개인 맞춤형 여행으로 전환됐고, 에어비엔비와 부킹닷컴 등 기존 OTA(온라인 여행사)들이 농촌, 농장 카테고리를 신설하며 도시 근교의 아그리투어리즘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하베스트 호스트처럼 캠핑카와 농장을 연결하는 전문 플랫폼도 등장했고, 호주나 유럽 국가들은 국내외 관광객 모두에게 팜 스테이를 주요 코스로 꼽으며 시장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형 농촌관광, 기존 플랫폼 아닌 새로운 시도 필요해
우리나라 농촌 관광 시장 규모는 2024년 기준 약 2077억 원이며, 2030년까지 연평균 13.9%씩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역시 농촌 크리에이투어, 농촌 융복합 산업 인증제, 농촌체험휴양마을 등 유럽 아그리투어리즘을 본뜬 지원책을 적용하고 산업 성장을 견인하기 시작했다. 특히나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 소멸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고, 시설 투자 중심의 기존 관광 산업을 콘텐츠 중심으로 전환하려는 측면에서 중요성이 높다.
하지만 국내 OTA 플랫폼과 농촌 여행이라는 코드가 잘 맞지 않는다. 야놀자, 여기어때같은 여행 플랫폼은 국내 숙박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장점으로 소개해왔다. 숙박업소는 고객 유입을 위해 광고비를 지불하고 플랫폼이 제시하는 기준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반면 농촌 여행은 불특정 소수를 위한 관광 상품이며 서비스의 표준화도 어렵다. 날씨나 작황에 따라 프로그램이 실시간으로 변동되는데, 농촌 주민이 이를 즉각 대응할 수 없다. 플랫폼 입장에서 상품 하나하나를 상세하게 소개하고 챙기기 어려운 점도 있다.
바바그라운드는 글로벌 농촌관광 여행플랫폼 ‘노는법’을 운영 중이다 / 출처=바바그라운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OTA가 바바그라운드와 같은 플랫폼이다. 바바그라운드는 단순한 예약 중개를 넘어 공급자인 농민과 함께 상품을 기획하고, 지자체의 정책적 목표를 실효성 있는 관광 산업으로 구현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바바그라운드의 사업 아이템은 사회적 기여를 인정받아 구글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창구’ 7기 선정은 물론 신용보증기금의 ‘리틀펭귄’ 지원, 임팩트 스퀘어 투자 등을 받은 상황이다.
특산품과 지역 특성 버무려 ‘농촌 체험’ 여행으로 승화
바바그라운드는 지역 농가와 마을 등 로컬 자원을 체계화해 도시 소비자와 연결하는 지역 전문 OTA 기업으로, 여행 플랫폼 ‘노는법’을 통해 다양한 지역 기반 투어 및 체험, 숙박 연계 상품 등을 제공하고 있다. 단순히 관광 상품을 제공하고 그치는 게 아니라 지역 사업자와의 상생을 목적으로 지속 가능한 관광 생태계를 만들고, AI 기반 기획 시스템을 통해 디지털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농가를 보조한다. 바바그라운드의 전체 회원수는 지난해 대비 30% 성장한 8만 명에 달하며, 결제 금액도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하고 재구매율도 25%에 달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고 있다.
충주시농업기술센터와 함께 만든 충주 특산주 기획전 중 하나인 와이너리 투어 / 출처=바바그라운드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라는 목표에 지자체 및 공공기관 역시 적극 지원 중이다. 바바그라운드는 전국 단위 지자체와 및 공공기관 10곳으로부터 농촌 체험 기획·운영·컨설팅·판매지원 사업을 따냈고, 지역 자원을 기반으로 한 체험 프로그램 개발부터 시범 사업 운영, 관광 상품에 이르는 전 과정을 제공 중이다. 협력 기관으로는 춘천시, 거창시, 산청군, 진안군 등과 함께 지역 맞춤형 체험 콘텐츠를 발굴했고,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어촌공사, 농촌진흥청, 태권도문화재단, 충주·익산·김제 농업기술센터 등의 기관과도 민관 협력형 지역 관광 모델을 구축 중이다.
대표적으로 충주시농업기술센터와 공동 기획한 ‘충주 특산주 기획전’은 충주의 특산주 7종을 기반으로 와이너리 투어, 전문 소믈리에 해설, 셰프의 푸드 페어링을 결합한 상품이다. 특히 투어 참가자의 85%가 현장에서 상품을 구매해 농가 소득 향상에 대한 기여를 증명했다.
정수문화마을 체험 현장과 실제로 체험을 갔다온 방문객이 남긴 후기 / 출처=바바그라운드 아울러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어촌공사가 주관한 ‘소규모 농촌체험프로그램 개발 사업’을 통해 경남 진주의 ‘정수문화마을’ 사례에서는 상품 출시 4개월 만에 연 매출의 50%를 달성해 농림식품부 장관상에 선정되기도 했다. 노는법 플랫폼을 통한 상품 노출은 물론 지역 관광자료, 농가 정보, 이용자 패턴, 수요 추세 등이 포함된 공공 데이터와 AI 상품 기획 시스템을 통한 컨설팅으로 지역 특산물인 한우와 전통주를 결합해 호응을 이끌어냈다.
정부에서도 지역 사회를 위한 바바그라운드의 노력을 인정하고 있다. 바바그라운드는 지난 12월 19일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2025 창업인의 밤’에서 바바그라운드의 농촌체험 및 여행 상품을 통한 청년 고용 창출과 농가 소득 향상을 인정해 경남도지사 표창을 수여하기도 했다. 공공 데이터와 AI 분석, ‘노는법’ 플랫폼 삼박자 맞아
노는법 서비스는 IT에 익숙하지 않은 관리자도 쉽게 정보 페이지를 구축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 출처=바바그라운드 바바그라운드가 효과적으로 지역관광 상품을 구축할 수 있던 배경에는 AI 기반 상품 기획 서비스가 있다. 바바그라운드는 구글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창구’ 7기 선정 기업이며, 구글과의 협력을 통해 LLM(대형언어모델) 기반의 AI 상품기획 분석 및 상품 페이지 제작 기술을 개발했다.
덕분에 글쓰기나 디자인 경험, 촬영 역량이 부족한 지역 호스트도 우수한 품질의 농촌 체험 및 투어 상품 페이지를 제작할 수 있다. 여기에 이미지 보정 기술도 추가돼 해상도가 부족하거나 날씨가 흐린 등의 문제도 자동으로 보정한다. AI 기술을 통해 디지털 역량이 부족한 지역 농가의 홍보 역량을 보완하는 셈이다.
외국인 관광객 접근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현지 언어 제공 및 해외 플랫폼 연동도 되어있다 / 출처=바바그라운드 상품 페이지 문제가 해결되면서 외국인 관광객 모집에도 길이 열렸다. 정부는 2027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지만, 방문객의 79%는 수도권 및 부산에 집중된다. 그럼에도 외국인 관광객 중 84% 이상이 패키지등이 아닌 개별 여행객이어서 한국의 현지를 체험하고자 하는 수요는 늘어날 전망이다.
바바그라운드의 AI 기반 상품기획 서비스로 제작된 페이지는 ‘노는법’ 플랫폼에 노출되며, 외국인이 예약, 결제, 안내 정보를 자국어로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또한 트립닷컴, 케이케이데이(KKday), 클룩(Klook), 라쿠텐트래블(Rakuten Travel) 등 주요 글로벌 OTA 사업자, 노매드헐(NomadHer) 등 글로벌 여성 전용 여행자 커뮤니티와 연계해 국내 지역 상품이 전 세계 여행자들에게 노출되도록 유통망을 확대 중이다.
지방 소멸이라는 국가적 과제, 세밀한 접근법에 지원해야
오늘날 많은 지역사회가 고령화는 물론 지역 경제의 어려움이라는 이중고에 빠져있다. 우리 정부는 1차, 2차, 3차 산업을 모두 합친 농촌융복합 산업 등을 타개책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한다. 그런 상황에서 바바그라운드의 접근법은 아그리투어리즘의 실현을 넘어 지역 사회의 기초체력을 높이는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지역 사회 구성원들이 산업 변화에 대한 고민 없이 진입할 수 있고, 수익성 확보에도 직접적인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바바그라운드는 앞으로 국내 농촌 체험 활동을 국내 여행 수요에 맞춤으로 제공하는 것은 물론, 일본과 스페인 등을 중심으로 한국의 지역 체험을 원하는 외국인들에게도 소개하고 나설 예정이다. 허정 바바그라운드 대표는 “올해는 농촌 체험 분야의 선발대로서 다양한 지역 상품과 운영 역량을 확보하는 해였다. 앞으로 국내 아그리투어리즘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시장 변화 속에서 지속적인 성장과 사회적 공헌을 모두 실현해 나가겠다”는 뜻을 품고 있다. 세계인들에게 한국을 알리고, 지역 사회를 살리겠다는 그의 도전이 성공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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