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 의료 시대, 로봇수술이 바꾸는 관절 치료 〈3〉인공 고관절 치환술
연골 마모되는 퇴행성 고관절염, 병 진행되면 걸을때 절뚝거려
‘오차 1∼2도’ 이내 정밀 수술… 로봇 수술은 ‘예측 가능성’ 장점
임영욱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고관절 치환술은 작은 차이가 큰 결과로 이어진다”며 “작은 오차만 있어도 보행 불균형이나 탈구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고령화와 활동량 증가로 관절 질환 환자가 빠르게 늘면서 치료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인공관절 치환술 분야에서는 로봇 기술이 본격 도입되며 수술의 정밀도와 안정성, 회복 과정 전반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본보는 3회에 걸쳐 로봇수술이 무릎과 고관절 치료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마지막은 인공 고관절 치환술이다.》
고관절은 보행뿐 아니라 앉고 일어서는 동작 등 일상 움직임 대부분에 관여하는 관절이다. 골반의 비구(움푹 파인 부위)와 대퇴골두(공처럼 둥근 부위)가 깊게 맞물리는 구조여서 임플란트 삽입 각도와 위치가 조금만 달라져도 다리 길이 차이나 탈구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고관절 치환술은 정밀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수술로 꼽힌다. 임영욱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에게 퇴행성 고관절염과 고관절 치환술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퇴행성 고관절염이란 어떤 질환인가.
“퇴행성 고관절염은 고관절 연골이 점차 소실되면서 통증과 기능 저하가 이어지는 만성질환이다. 무릎 관절염보다 빈도는 낮지만 한번 증상이 시작되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대퇴골두와 비구를 덮고 있는 관절 연골이 마모·파괴되면서 관절 간격이 좁아지고 연골 하골 경화나 골극 형성이 동반된다. 연골 손상이 진행되면 관절의 충격 흡수 기능이 떨어지고 미세 손상이 반복되면서 염증 반응과 통증이 이어진다.”
―주로 어떤 증상으로 나타나는가.
“대표적인 증상은 사타구니 통증이다. 엉덩이나 허벅지 앞쪽, 무릎으로 통증이 방사되기도 한다. 초기에는 오래 걷거나 계단을 이용한 뒤 통증이 나타나지만 진행되면 휴식 중에도 통증이 지속되고 절뚝거림이 생긴다. 양반다리를 하거나 양말을 신는 동작처럼 고관절의 굴곡, 회전이 필요한 움직임이 제한되는 것도 특징이다.”
―치료는 어떤 단계로 진행되나.
“질환의 진행 정도에 따라 접근한다. 초기에는 약물 치료, 운동 치료 등 보존 치료를 먼저 시행한다. 그러나 관절 기능이 심하게 손상된 말기 단계에서는 인공 고관절 치환술이 표준 치료다.”
―고관절 치환술에서 로봇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어떤 경우인가.
“인공관절 로봇수술이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는 퇴행성 고관절염으로 관절 기능이 심하게 손상된 환자, 골다공증으로 인한 고관절 골절 환자들이 주요 대상이다. 특히 고관절 골절은 즉각적인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고령 인구 증가와 함께 이런 환자들이 늘고 있어서 안정적이고 예측할 수 있는 수술의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고관절 치환술은 정밀성이 중요한 수술이라고….
“고관절 치환술은 흔히 ‘정밀성의 수술’이라고 불릴 정도로 작은 차이가 큰 결과로 이어진다. 관절이 깊숙이 위치해 수술 시야가 제한적이고 움직임의 자유도도 크기 때문에 1∼2도의 오차만 있어도 보행 불균형이나 탈구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에는 이런 부분을 집도의의 경험과 직관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로봇수술이 이런 한계를 어떻게 보완하나.
“로봇이 도입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수술의 예측 가능성이다. 환자의 컴퓨터단층촬영(CT)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술 전 임플란트의 위치와 각도를 수치화해 계획하고 수술 중에는 로봇팔이 계획된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제어한다. 기존에는 비구에 삽입되는 컵(cup)이나 대퇴골에 삽입되는 스템(stem)의 위치를 육안과 감각에 의존해 맞췄다면 이제는 계획된 수치를 기준으로 오차를 줄일 수 있다. 이는 경험 의존적 수술에서 데이터 기반 정밀 수술로의 전환이다.”
―환자별 해부학적 차이를 반영하는 과정도 중요할 것 같다.
“로봇수술의 핵심은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단계에서 이미 상당 부분의 전략이 완성된다는 점이다. CT 기반 3차원 분석을 통해 환자 고유의 뼈 구조와 관절 형태, 변형 정도를 정밀하게 파악한다. 이를 바탕으로 여러 시뮬레이션을 거쳐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수술 계획을 세울 수 있다. 과거 외상으로 금속 고정물이 남아 있거나 선천적 기형, 골다공증으로 뼈 강도가 낮은 경우처럼 까다로운 환자에게 특히 도움이 된다.”
―수술 후 다리 길이 차이에 대한 환자들의 우려도 크다.
“실제 상담에서 많이 나오는 질문 중 하나가 다리 길이 차이다. 몇 밀리미터만 차이가 나도 보행이 불편해지고 골반 기울어짐이나 허리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로봇수술은 수술 전 다리 길이, 회전 중심, 오프셋을 수치화해 계획하고 수술 중 실시간 내비게이션을 통해 계획과 실제 결과를 비교·조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다리 길이 불균형을 줄이고 보행 안정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환자가 체감하는 통증이나 회복 속도에도 차이가 있나.
“로봇수술은 계획된 범위 내에서만 절삭이 이뤄져 불필요한 조직 손상을 줄일 수 있다. 그 결과 출혈과 염증 반응이 감소하고 수술 후 통증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조기 보행이 가능해지는 경우가 많다. 실제 임상에서도 회복 속도 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체감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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