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수명 예측 지표? “활동적·체계적인 사람, 더 오래 산다”

  • 동아닷컴
  • 입력 2025년 10월 13일 16시 21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당신은 스트레스를 잘 받고 충동적이며 기분 변화가 잦은 편인가?
아니면 계획적이고 활동적이며 남을 잘 돕는 성격인가?

만약 후자라면, 당신은 단지 좋은 사람을 넘어 더 오래 살 가능성이 높다.

개인의 성격 특성이 수명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사람들이 스스로 인식하는 성격이 감정과 행동을 바꾸고, 그 결과 수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체계적인 사람은 약을 제때 복용하고 건강한 생활 습관을 꾸준히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긴 수명과 연관된다.

일반적으로 성격은 빅파이브(Big Five) 모델(개방성, 성실성, 외향성, 친화성, 신경성)이라는 다섯 가지 큰 범주로 분류한다. 하지만 심신 연구 저널(Journal of Psychosomatic Research)에 발표한 새로운 연구는 이 다섯 가지 범주를 더 세밀한 하위 특성들로 쪼개 분석했다.

연구 개요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교,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영국 에든버러대학교, 아일랜드 리머릭대학교가 공동 수행한 이번 연구는 미국의 네 가지 대규모 종단연구에 참여한 성인 2만2000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 참가자들은 빅파이브 특성을 보다 세밀하게 평가하기 위해 각각 26개, 25개, 21개, 10개 문항으로 구성된 설문을 완료했다. 연구진은 설문 참가자들의 사망 여부를 6년에서 28년까지 추적 관찰했다.

성격을 더욱 세밀하고 구체적인 표현으로 평가하자 사망 위험 예측력이 기존 빅파이브보다 약 두 배 더 높아졌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에든버러대학교 성격심리학자 르네 모투스(René Mõttus) 교수는 “이는 성격이 수명에 미치는 다양한 경로가 존재한다는 뜻”이라며 “어떤 사람은 감정 조절 능력, 다른 사람은 행동 습관을 통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어떤 성격이 오래 살까?

대부분의 표본과 메타분석 결과에서 다음과 같은 경향이 관찰되었다.
-신경성 점수가 높을수록 사망 위험 증가
-외향성, 친화성, 성실성 점수가 높을수록 사망 위험 감소
-개방성은 일관된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음.


장수와 가장 강력한 연관성을 보인 문항은 외향성 영역의 ‘활동적’(active) 항목으로, 사망 위험이 21% 낮았다. 이 수치는 나이, 성별, 기존 질병을 모두 보정한 뒤에도 유지됐다.

그 다음으로 ‘생기 있는’(lively·외향성), ‘체계적인’(organized·이하 성실성), ‘책임감 있는’(Responsible), 근면한(hardworking), ‘꼼꼼한’(thorough) 그리고 ‘기꺼이 돕는’(helpful·친화성) 등의 특성이 낮은 사망 위험(13%~9%)과 관련됐다

성격은 단순한 성향이 아니라 구체적 행동의 집합

공동 저자인 파릭 오설리번(Páraic O’Súilleabháin) 리머릭대 심리학과 부교수는
“이번 연구의 핵심은 정밀함이다. 성격이란 단순히 ‘성실하다’ 또는 ‘외향적’ 같은 추상적 성향이 아니라 ‘근면하고 꼼꼼하다’, ‘활발하고 활동적이다’와 같은 구체적 행동과 태도의 묶음이며, 이런 세부 특성이 실제 수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부정적 감정 특성은 반대 효과”

연구에 따르면 긍정적 특성이 수명을 연장시키는 반면, 그 반대되는 정서적 특성 즉, 기분 변화가 심하고, 불안하거나, 쉽게 짜증을 내는 성향은 조기 사망 위험을 높였다.

다만 이번 연구는 인과 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성격이 수명을 직접 결정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는 사람들의 성격과 건강 습관을 오랜 기간 지켜본 관찰 연구로, 두 요소 사이의 연관성을 보여준 것이다.
예를 들어, 활동적이고 성실한 사람일수록 운동을 꾸준히 하고 약을 제때 챙길 가능성이 높아 그 결과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반대로, 이미 건강한 사람이 더 활동적이거나 긍정적으로 응답했을 가능성도 있다. 다시 말해, 건강이 성격에 영향을 준 ‘역방향 관계(역인과)’일 수도 있다는 뜻이다.
또한 연구진은 흡연, 체질량지수(BMI), 만성질환 등 생활 습관 요인을 함께 고려했지만, 이들이 성격과 수명 사이의 모든 차이를 설명하지는 못했다고 덧붙였다.

“성격 표현 단어 하나가 건강 예측 도구 될 수도”

에스토니아 타르투대학교의 심리 평가 연구원 사무엘 헨리(Samuel Henry) 박사는 “건강검진에 성격 검사를 포함한다면, 장기적으로 건강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위험군을 미리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자신을 ‘조직적이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은 약 복용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자신을 ‘활동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운동을 시작할 때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라고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헨리 박사가 가디언에 말했다.

성격은 바꿀 수 있다


혹시 ‘나는 이런 성격이 아닌데…’라며 낙담할 필요는 없다. 아일랜드 국적의 심리학자이자 인지 과학자인 존 프랜시스 리더(John Francis Leader) 박사는 성격 특성은 비교적 안정적이지만 고정된 것은 아니라며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리더 박사는 “의도적 노력이나 인생의 변화로 성격은 변할 수 있다”라며 “특히 개인 혼자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나 공동체 속에서 달라질 수 있다. 어떤 사람은 혼자서는 동기부여가 어렵지만, 주변의 지지 속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이기도 한다”라고 유로뉴스에 말했다.

연구의 의의와 시사점

이번 연구는 혈압이나 콜레스테롤 같은 생리적 지표뿐만 아니라, 사람의 생각과 행동 방식 자체가 건강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요약하자면 ‘활동적이고 체계적인 생활 습관’이 건강에 유익하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졌다. 이번 연구는 여기에 ‘성격 그 자체가 건강 행동의 뿌리일 수 있다’라는 과학적 근거를 더했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oi.org/10.1016/j.jpsychores.2025.112347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오늘의 추천영상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