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폭탄주’, 美 대학가 넘어 고교생에도 인기…“위험천만”

  • 동아닷컴
  • 입력 2024년 5월 21일 10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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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미디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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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대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위험한 폭탄주 문화가 고등학생들에게도 전파됐다고 미국 CNN이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른바 ‘보그(BORG)’는 정신을 잃게 하는 분노의 갤런(Blackout Rage Gallons)이라는 뜻으로, 1갤런(3.8ℓ) 짜리 플라스틱 통에 보드카나 다른 증류주, 전해질 음료, 맛을 내는 첨가제, 물 등을 섞어 만든 신종 폭탄주를 가리킨다. 미국 대학가에서 낮에 종종 열리는 야외파티(일명 ‘darties’)에서 주로 등장한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정신의학 및 중독 의학교수인 안나 렘키 박사는 “보그에는 너무 많은 알코올이 들어 있어서 하나만 마셔도 생명을 위협하는 음주량과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와 Z세대 경계에서 태어난 젊은 층(대개 1993년~1998년 출생)을 대상으로 한 라이프 스타일 잡지 질레니얼 진(The Zillennial Zine)의 창립자이자 편집장인 사브리나 그라말디는 “보그는 정글주스의 새로운 버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형 음료 통이나 싱크대, 심지어 욕조에서 정글주스를 만들어 나눠 마시는 가장 역겨운 유행 대신 각자 개인 음료를 갖는 것으로 바뀌었다며 음료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극도로 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그라는 새로운 폭탄주 문화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확산했다.

2020년 대학을 졸업한 24세의 그라말디는 올해 초 21세의 인턴기자 켈리 시옹이 Z세대에게 보그가 왜 그렇게 인기가 높은지 조명하는 기사를 쓰자는 제안을 했을 때 이 신종 폭탄주를 처음 알았다고 밝혔다. 그는 인턴 기자와 몇 살 차이가 나지 않는데도 이런 유행을 몰랐다는 데 정말 놀랐다고 밝혔다.
소셜 미디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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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 대학교를 갓 졸업한 시옹은 대학교 2학년 때 보그를 처음 접했다. 그는 “성 패트릭의 날(3월17일) 낮 야외 파티 때 거의 모든 대학생이 자기만의 보그를 가지고 있었다”며 “이 폭탄주가 특히 큰 야외 파티나 특별한 행사 파티에서 인기가 많다”고 회상했다.

BORG가 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해 봄이다. 2023년 3월 4일 매사추세츠 대학교 캠퍼스 인근에서 열린 야외파티에서 대학생들이 이 술을 마시고, 급성 알코올 중독 증세를 보여 28명이 구급차에 실려 가면서 각국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이 유행은 대학가를 넘어 고등학생들에게까지 번졌다.

플로리다 주 탬파의 한 사립 고등학교 3학년인 버지니아(본인 요청으로 가명 사용)는 작년과 올해 졸업반 수영장 파티에서 모두가 자신만의 폭탄주(BORG)를 제조했다고 말했다.

고교 졸업을 압둔 여고생에게 보그가 인기 있는 이유는 사회적 측면이라고 버지니아는 설명했다. “보그에 이름을 짓고 네임 펜으로 (통에)이름을 써서 창의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소셜 미디어 캡처.
소셜 미디어 캡처.

실제 재미있는 이름을 붙인 폭탄주 통이 등장하는 보그 게시물이 틱톡에서 확산하고 있다.

버지니아는 보그를 마시는 것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계량하지 않고 보드카를 쏟아 부어 마시는데, 그 누구도 자신이 마실 양을 제대로 측정하지 않기 때문에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그에는 일일 권장 알코올 섭취량보다 훨씬 많은 술(약 17배)이 들어간다.

사람의 간은 시간당 약 1온스(28.3g)의 알코올을 처리한다고 램키 교수는 설명했다. 이는 소주 3잔에 해당하는 양이다.

혼합된 알코올의 양에 따라, 특히 알코올 내성이 없는 사람의 경우 보그를 마시면 간의 알코올 대사 능력을 완전히 압도할 수 있다고 램키 교수는 경고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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