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찾아온 태양의 휴식 시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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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지역 개기일식 ‘D-7’
현지 기준 8일 오후 12시 13분 시작… 4분여간 태양이 달 뒤편으로 가려져
태양 코로나-동물 행동 관찰 기회… 한반도선 2035년 9월에 관측 가능

2017년 8월 21일 미국 오리건주 마드라스 상공에서 개기일식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출처 미국항공우주국(NASA)
일주일 뒤인 8일(현지 시간) 2017년에 이어 7년 만에 북미에서 개기일식 현상이 일어난다. 이번 개기일식 관측 기회를 놓치면 20년을 기다려야 해 북미 전역에서 관심이 뜨겁다. 국내 연구자들도 이번 개기일식이 진행되는 동안 태양 코로나 등 관측에 나선다.

개기일식은 태양-달-지구 순서로 늘어설 때 일어난다. 지구에서 봤을 때 태양과 달의 ‘시직경’이 거의 같아 태양이 달에 의해 완전히 가려지는 현상이다. 시직경은 지구에 있는 관측자가 본 천체의 겉보기 지름이다.

이번 개기일식은 멕시코의 태평양 연안에서 시작해 미국 텍사스주, 중서부를 지나 뉴욕 북부와 캐나다 동부를 아우르며 일어난다. 텍사스주 리키시 현지 시간 기준 8일 오후 12시 13분부터 오후 2시 54분까지 2시간 41분간 진행된다.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식 지속시간은 4분 26초다. 조경석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개기식이 4분이 넘는 건 매우 드문 일로 미국에서 같은 현상은 420년 후에나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기일식은 지상에서 태양 코로나를 연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태양 바깥층인 코로나는 표면 온도 약 5500도보다 뜨거운 1만 도에서 수백만 도까지 올라간다. 코로나는 고에너지 입자로 구성돼 지구에 영향을 주는 ‘태양풍’의 원인 중 하나로 태양풍이 가속되는 원리는 천문학계의 오랜 연구 주제다. 한국천문연구원(천문연)은 이번 개기일식 기간에 2개의 관측 팀을 현지로 파견한다. 조 책임연구원은 “개기일식 때는 달이 태양을 가려주기 때문에 코로나를 정밀하게 관측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한 팀은 미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할 예정인 태양 코로나 관측 장비 코로나그래프 제작을 위한 태양 코로나 데이터 수집에 나선다. 코로나그래프는 인공적으로 태양 원반을 가려 개기일식처럼 관측할 수 있는 특수한 망원경 장치다. 천문연은 NASA와 ISS용 코로나그래프 ‘코덱스’를 만들고 있다. 올해 9월 코덱스를 ISS에 발사하는 게 목표다. 편광카메라와 편광 기능이 없는 카메라를 이용해 코로나를 관측한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 코덱스 개발에 활용할 예정이다. 또 다른 관측 팀은 코로나의 전자와 이온의 온도, 먼지의 편광 정보를 측정한다.

개기일식이 일어나는 동안 동물의 이상 행동을 관찰하는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도 진행된다. 최근 동물행동학계에서 개기일식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2017년 개기일식 당시 애덤 하트스톤로즈 미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교수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리버뱅크스 동물원에서 동물의 이상 행동에 대해 보고하며 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당시 갈라파고스거북이 일식 기간 단체로 번식을 하거나 기린이 불안한 듯 뛰어다니는 모습이 관측됐다. NASA는 이번 개기일식 기간에 시민들로부터 관측한 동물의 이상 행동 데이터를 자사 웹사이트에서 수집한다. 하트스톤로즈 교수도 비슷한 시민과학프로젝트 ‘일식사파리(Solar Eclipse Safari)’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음 개기일식은 2026년 8월 12일 아이슬란드와 스페인에서 관측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는 2035년 9월 2일 오전 9시 40분경 북한 평양, 강원 고성 등 일부 지역에서 볼 수 있으며 서울의 경우 부분일식으로 관측이 가능하다.


이채린 동아사이언스 기자 rini113@donga.com
#개기일식#태양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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