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현장서도 쓸 수 있어”…나무 타면서 올라가는 ‘이것’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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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년 1월 25일 13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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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올라가는 ‘필로봇’(Filobot). 사이언스 로보틱스 논문 캡처
나무를 올라가는 ‘필로봇’(Filobot). 사이언스 로보틱스 논문 캡처

덩굴처럼 자신의 몸체를 나무에 감고 올라가거나 장애물을 넘어갈 수 있는 로봇이 이탈리아에서 개발됐다.

최근 이탈리아기술원(IIT) 연구팀은 빛이나 중력 등 외부 자극에 반응하고 성장하며 움직이는 소프트 로봇인 ‘필로봇’(Filobot)을 개발했다. 관련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게재됐다.

필로봇은 덩굴처럼 장애물을 타고 넘어가거나 하늘로 성장하며 기어오를 수 있게 설계됐다. 특히 로봇의 움직임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환경에 맞춰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이 로봇은 지렁이 같은 몸통에 원뿔 모양의 머리를 가지고 있다. 몸통 끝에는 철사처럼 가는 플라스틱 필라멘트가 있는데, 이를 머리 쪽으로 끌어올린 뒤, 천천히 회전시켜 3D 프린터처럼 필라멘트로 몸통을 만들며 늘어난다. 이는 마치 넝쿨 식물이 자라듯 자기 몸을 늘릴 수 있는 것이다. 분당 약 7mm의 느린 속도로 성장하지만 그만큼 안정적으로 장애물을 타고 오를 수 있다.

‘필로봇’(Filobot)의 가동원리. 사이언스 로보틱스 논문 캡처
‘필로봇’(Filobot)의 가동원리. 사이언스 로보틱스 논문 캡처

필로봇은 머리 부분에 광센서와 자이로스코프 등이 장착돼 빚을 감지한 후 필라멘트를 녹이는 온도와 증착 속도에 변화를 줘 방향을 틀 수 있다. 나무와 같은 물체나 장애물을 만날 경우 이를 감고 넘거나 올라갈 수 있다.

특히 지지대가 있을 때는 에너지가 적게 들어 더 빠르게 몸을 성장시킬 수 있고, 지지대가 없어도 몸통을 더 뻣뻣하게 고정시켜 견고하게 지탱할 수 있다.

이같은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필로봇은 활용 분야가 다양하다. 건물이 무너져 사람이 진입하지 못하는 재난 현장에선 콘크리트 더미 사이로 들어가 사람이 내뿜는 열을 탐지할 수 있다. 또 특정 물체나 사람을 뱀이 똬리를 틀듯이 감싸 보호할 수 있다.

IIT 연구팀은 “필로봇은 위험한 지형이나 예측하기 어려운 공간에서 자유롭게 탐색 활동을 펼칠 수 있거나 복잡한 형태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쓰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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