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1인치 [2] “가게 사장님들과 함께 단골가게를 만들고 있습니다”

  • 동아닷컴
  • 입력 2023년 12월 18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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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일업 x SBA] 스케일업코리아는 서울경제진흥원(SBA)과 함께 ‘2023년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스케일업코리아는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각각의 스타트업이 지금 진행 중인 사업 전반을 소개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 도전 중인 문제를 조명합니다. 이어서 이를 해결하도록 여러 전문 영역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를 연결해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2020년 6월 설립한 1인치는 선결제 할인 앱 ‘단골가게’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단골가게는 오랜 장부를 대체하는 앱이다. 기존 아날로그 선결제 방식을 디지털화해 선결제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게를 검색하고, 결제와 차감, 이용내역, 선물 기능 등을 갖춘 지역 기반의 선결제 할인 모바일 플랫폼이다. 손님이 일정 금액을 먼저 지불하면, 가게가 할인과 같은 혜택을 제공해 보답하는 형태다. 9만 원을 결제하고, 10만 원을 어치 이용할 수 있다. 할인율은 가게에서 직접 설정할 수 있다.

30년 넘게 친구로 지낸 김율, 주형익 1인치 공동대표가 평소 자주 방문하던 미용실, 정육점, 반찬가게, 과일가게, 카페 등에서 선결제하고 이용하던 혜택을 바탕으로 단골가게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손으로 작성하던 장부의 디지털 전환이다. 선결제를 통해 손님은 가게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가게는 잠재적인 단골손님을 확보할 수 있다. 간혹 장부에 적은 금액이나 횟수를 두고 가게와 손님이 실랑이할 필요도 없다.

출처=1인치

지난 2022년 1월, 1인치는 단골가게 앱 베타 버전을 출시한 뒤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요구사항을 받아들이며 기능과 성능을 업데이트했다. 이후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프리팁스(Pre-TIPS)’, 신용보증기금 ‘Start-Up NEST’, NICE 평가정보의 ‘Open Innovation’, 포스코의 ‘idea Market Place’ 등에 선정되며 기술력과 사업성을 인정받았고, 포스텍홀딩스, 신용보증기금, 머스크 투자조합 등으로부터 10억 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그리고 지난 2023년 10월 중기부의 민간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도 최종 선정됐다.

2023년 10월 기준, 서울시 11개 구에서 약 2200개 가게가 단골가게를 이용하고 있다. 이에 IT동아가 박준수 1인치 부장(이하 박 부장)과 함께 지난 2023년 4월 가게 오픈부터 단골가게 앱을 활용하고 있는 샐러드 전문점 ‘그리너리 광화문점’의 황지현 사장님(이하 황 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박준수 1인치 부장(좌)와 황지현 그리너리 광화문점 사장님(우) / 출처=IT동아

가게 오픈과 함께한 단골가게 서비스

IT동아: 만나서 반갑다. 방금 전까지 손님들을 맞이하는 모습을 봤다. 바쁜 와중에 이렇게 시간을 내줘서 감사하다. 박 부장님으로부터 황 사장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1인치 측에서 단골가게 앱을 알리지도 않았는데, 황 사장님이 먼저 연락해 사용 방법을 문의했을 정도라고 이야기하던데.

황 사장: 하하. 올해 초 그리너리 광화문점을 오픈하면서 초기에 어떻게 하면 우리 가게를 손님들에게 더 많이 알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차에 단골가게를 알게 됐다.

광화문점 오픈 전, 그리너리 여의도점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할 때였다. 여의도점 주변에는 KBS를 비롯해 사무실이 많아 직장인들이 미리 선결제하고 점심과 저녁에 방문하며 장부를 쓰는 일이 많았다. 워낙 자주 방문하는 손님들이 많아 이름을 작성하고 지워나가는 방식으로 제공했었는데 이 과정이 너무 번거로웠다. 이곳 광화문점도 주변에 사무실이 많아 ‘장부를 대체할 수 있는 뭔가’를 찾았고, 그게 단골가게였다.

황지현 그리너리 광화문점 사장 / 출처=IT동아
황지현 그리너리 광화문점 사장 / 출처=IT동아

IT동아: 음… 오픈 이벤트처럼 방문 손님을 위한 혜택으로 단골가게를 사용한 것인가.

황 사장: 꼭 이벤트 때문은 아니다. 시작은 장기 고객 즉, 장부 관리였다. 선결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직접 돈을 받고, 손님이 방문할 때마다 매번 체크하는 과정을 조금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특히, 직장인의 경우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해당 기능 지원 여부부터 체크했다. 법인카드 결제, 온라인 결제, 고객 관리, 자동 차감 등에 집중했다. 다행히 단골가게에 원하는 기능이 모두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먼저 연락했던 것 같다.

출처=1인치
출처=1인치

IT동아: 그만큼 선결제 고객이 많은지.

황 사장: 그리너리 광화문점은 인근에 사무실이 많아 평일 점심에 직장인이 많이 찾는 샐러드 전문점이다. 평일 하루 평균 주문은 150건 정도인데, 이 중 배달은 40%, 방문은 60% 정도다. 일반 주거 지역과 달리 방문 고객이 많은 편으로, 점심에 주변 직장인이 우리 매장에 들어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 맛만 본다면, 분명히 다시 찾을 것이라고 자신했기 때문이다.

단골가게로 선결제하면 현재 2만 5000원 결제 시 3만 원, 4만 1000원 결제 시 5만 원, 8만 1000원 결제 시 10만 원을 적립해 드린다. 처음 이용하는 손님에게는 2만 5000원 결제 시 4만 원을 적립해 드리는데, 1만 5000원은 공짜로 샐러드를 한번 먹을 수 있는 금액이다. 즉, 단골가게를 일단 우리 샐러드를 맛볼 수 있는 기회로 삼았다. 현재 단골가게 앱을 이용한 선결제 고객만 약 300명에 달한다.

그리너리 광화문점 키오스크 앞에 있는 단골가게 할인 안내 / 출처=IT동아
그리너리 광화문점 키오스크 앞에 있는 단골가게 할인 안내 / 출처=IT동아

IT동아: 이해했다. 장부 관리 겸 장기 고객을 확보하는, 마케팅 전략으로 활용한 셈이다.

황 사장: 맞다. 그리너리는 샐러드 전문점이다. 기존 샐러드 가게와 비교해 다양한 메뉴와 많은 양이 장점이다. 특히, 프랜차이즈 샐러드 전문점과 달리 모든 재료를 손수 준비하고 직접 다듬어 관리한다. 드레싱도 직접 만든다. 그만큼 준비하는 과정이 오래 걸리고 힘들지만, 맛과 신선도는 더욱 충실하다고 자부한다.

이 같은 우리만의 장점을 알리고 싶었다. 새벽에 나와서 샐러드 야채를 재료를 손질하고, 그릴 치킨이나 우삼겹, 스테이크가 들어가는 메뉴는 주문이 들어오면 즉시 조리해서 내놓는다. 다른 샐러드 전문점과 비교해 조금 가격이 비싸다고 느낄 수 있지만, 전체 양으로 보면 오히려 가성비는 좋다. 그래서 자신했다. 손님이 한번 맛만 보면 된다고(웃음).

디지털 장부 관리로 번거로움을 덜었습니다

IT동아: 외람되지만, 사장님이 많이 어려 보인다.

황 사장: 실제로도 나이는 많지 않다. 2017년에 오픈한 그리너리 여의도점에서 2020년부터 아르바이트로 일을 배웠다. 샐러드 레시피와 조리 과정, 손님 응대 방법 등을 광화문점 오픈하기 전까지 약 3년간 배웠다. 지난 3년간 일하며 도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이후 대학교 졸업하자마자 부모님께 그리너리 광화문점에 대한 생각과 목표를 발표하고, 시작할 수 있었다.

황지현 그리너리 광화문점 사장 / 출처=IT동아
황지현 그리너리 광화문점 사장 / 출처=IT동아

IT동아: 선결제 시 받는 할인 혜택과 고객 관리 이외에 단골가게를 이용하면서 얻는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

박 부장: 업데이트라고 말하고 싶다. 처음 단골가게 앱을 출시했을 때부터 계속 기능을 향상시키고 있다. 손님과 가게 사장님, 양쪽의 의견을 모두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업데이트는 가게 사장님이 직접 메뉴를 단골가게 앱에서 설정해 클릭 몇 번만으로 쉽게 차감할 수 있는 기능이다. 이전에는 가격을 직접 입력해야 했다.

박준수 1인치 부장이 단골가게 앱 업데이트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 출처=IT동아
박준수 1인치 부장이 단골가게 앱 업데이트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 출처=IT동아

황 사장: 가장 편리했던 것은 장부 관리를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장부를 쓸 필요가 없다. 그만큼 일이 줄었다. 장부를 사용할 때는 어쩌다 잘못 적었을 경우 별것 아닌 몇 천원 때문에 실랑이할 수 있는데, 그럴 일이 없다. 단골가게 앱에 남는 결제 기록을 바탕으로 홍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 가장 큰 혜택은 할인이다.

박 부장: 가게가 손님에게 제공하는 할인 이벤트 중 가장 흔한 것이 쿠폰이다. 그다음이 결제한 금액만큼 일부 적립해 주는 포인트가 있다. 고객이 가게를 다시 이용하도록 ‘Lock-in’하는 마케팅 수단인데, 두 방식 모두 고객이 혜택을 얻는 체감 시점이 ‘뒤’에 있다. 일정 횟수 이상 또는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해야 혜택을 얻는다. 하지만, 단골가게는 혜택이 앞에 있다. 선결제하자마자 가게에서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쿠폰이나 포인트가 아닌 ‘남은 잔액’이기 때문에 ‘Lock-in’ 효과도 크다.

앞으로 소모임 및 법인 고객을 위한 계정 관리 시스템, 프랜차이즈 및 법인 가계 계정 관리 시스템, 빅데이터를 이용한 인공지능 추천 기능, QR 코드를 통한 차감 기능, 단골가게 고객 앱 UI/UX 개선, 단골가게 가게 앱/관리자 시스템 개선, 예약 및 오더 기능 등도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1인치는 단골가게에 다양한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 출처=1인치

간혹 단골가게를 알리기 위해 가게에 방문하면, 유독 할인 서비스에만 집중하며 ‘손해 보는 것 아니냐’라고 방문하는 사장님들이 있다. 선결제 할인은 지속적인 방문을 이끌어 내는 쿠폰과 같다. 장기적으로 보면 단골손님을 확보하며 고객을 관리할 수 있고, 매출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가게를 위한 기능도 계속 추가할 계획이다.

1인치가 만들고 있는 단골가게는, 작지만 혁신적인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손님, 가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우리 단골가게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IT동아 권명관 기자(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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