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가 급등에 소비 감소 겹쳐 폐업… 위기의 ‘완전식품’ 우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3일 11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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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 사이 300호 폐업,
낙농업계 비상
사료 값 폭등으로 채산성 악화
지난해 미국 55%, EU 37% 원유 가격 인상

사료비 인상 등으로 원유 생산 가격이 크게 증가, 낙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우유자조금 제공
우유는 단백질, 칼슘, 비타민 등 다양한 영양소를 한꺼번에 섭취할 수 있어 ‘완전식품’이라 불린다. 최근 공주대학교 기술·가정교육과 김선효 교수팀이 2012~2016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남녀 4000여 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에 따르면, 주 3회 이상 우유를 마신 그룹이 우유를 마시지 않은 그룹에 비해 심혈관 질환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유는 남녀노소가 즐겨 마시는 친근한 건강식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원유를 생산하는 낙농업계가 마주한 상황은 녹록지 않다. 낙농가는 젖소 등의 필수 사료를 수입에 의존하는데,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사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낙농진흥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낙농가 수는 4600호로 전년 대비 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최근 2년 사이 폐업한 낙농가 수는 300여 호에 달한다.

통계청이 지난 5월 26일 발표한 ‘2022년 축산물생산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 생산비는 전년 대비 115.76원(13.7%) 상승해 ℓ당 958.71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유 생산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사료비 인상과 부산물 수입 감소 등이다. 젖소용 배합사료의 평균가격은 2021년 ㎏당 525원에서 지난해 645원으로 22.9% 급등했다.
생산비 급등 및 산유량 감소에 따라 2022년 젖소 마리당 순수익은 전년 대비 37.2% 하락한 152만9000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체 낙농가의 약 40%를 차지하는 소규모 농가(50마리 미만)의 경우, 2022년 젖소 마리당 순수익이 1000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낙농가 채산성 악화로 젖소 수송아지의 산지 가격은 2021년 53만7000원에서 2022년 16만9000원으로 68.5% 폭락했다.

우유 생산비 급등으로 소규모 농가 중심으로 폐업이 이어지면서 낙농 생산 기반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낙농진흥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2년 낙농가 수는 4600호로 전년 대비 133호(4%) 감소했으며, 젖소 사육 두수는 39만 두로 전년 대비 2.7% 감소했다.

낙농업계에서는 젖소 사육 두수 감소에 따른 우유 생산량 저하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젖소 관측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젖소 사육 두수는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한 38만5000두, 1분기 원유 생산량 역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 감소한 48만3000t으로 나타났다.

수익성 저하로 낙농가 부채 2년 사이 20% 이상 늘어
생산비 급등과 낙농가 수익성 악화는 부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낙농육우협회 낙농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22년 낙농가 호당 부채액은 5억1262만 원으로 2년 전에 비해 20.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낙농가의 절반 가까이가 4억 원 이상의 부채를 지고 있다는 통계도 있다.

한편 낙농업계 전문가들은 사료 값 상승 등으로 인한 생산비 급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함에 따라 낙농가의 우유 생산 기반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올해 원유 가격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실제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원유 가격을 각각 55%, 37% 인상했다. 외국은 낙농가의 생산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원유 가격을 신속히 반영하는 구조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우유 생산비를 1~2년 단위로 뒤늦게 원유 가격에 반영하는 구조로, 농가가 일정 기간 생산비 상승폭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있다.

김명희 기자 may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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