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몸신]누룩으로 발효한 커피, 카페인 줄고 폴리페놀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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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만 오랜 기간 연구해 그 분야의 국내 최고 전문가로 자리매김한 ‘우리 시대 몸신’을 소개한다. 이번에 소개할 전문가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식물성 천연 효모 ‘누룩’을 활용해 커피를 발효시키는 데 성공한 제주 커피수목원의 김영한 원장이다. 그는 제주도에 내려와 10년 동안 커피 발효에만 집중해서 연구해온 전문가다.

―하던 일을 모두 접고 커피에 몰두하게 된 계기는…

“삼성 등 대기업에 다녔고 교수 생활도 했다. 그리고 정년을 했다. 사실 64세까지는 커피를 잘 몰랐다. 그때까지만 해도 믹스커피를 즐겨 마셨다. 커피를 알게 된 것은 제주도에 내려와서 도전한 첫 번째 사업이 망하게 되면서다. 바다가 바로 보이는 곳에서 포토 스튜디오 사업을 했는데 3개월 만에 망했다. 그때 옆집에 사는 제주도 사람이 여기는 풍경이 좋으니 카페를 해보라고 했다. 바리스타 학원에 가서 본격적으로 커피를 배우기 시작해 카페를 열게 됐다. 항상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도전을 좋아하다보니 커피와 함께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늦은 나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제주 커피수목원에 김영한 원장이 발효 커피의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제주 커피수목원 제공
제주 커피수목원에 김영한 원장이 발효 커피의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제주 커피수목원 제공
―발효 커피는 보통 커피와 어떻게 다른가.

“발효 커피라고 하면 흔히 루왁 커피를 떠올릴 것이다. 사향고향이가 커피를 먹는데 이 커피가 고양이의 장을 거치면서 장속에서 발효가 된다. 고양이가 변을 보면 여기서 나온 커피가 발효 커피다. 발효 커피가 보통 커피보다 건강에 좋은데 커피 성분 중에 몸에 좋은 성분은 늘고 몸에 나쁜 성분은 줄기 때문이다.”

―커피 속 좋은 성분과 나쁜 성분은 무엇인가.


“커피에는 대표적인 세 가지 성분이 있다. ‘미녀와 야수’에 빗대서 설명하면 미녀에 해당되는 성분이 항산화 효과를 가지고 있는 폴리페놀 성분이다. 야수는 카페인과 카페스톨(커피기름) 성분이다. 특히 카페인은 각성제 작용을 하지만 지나치게 섭취하면 가슴 두근거림, 불면증, 카페인 중독 등을 유발하는 야수적인 측면이 있다. 또 카페스톨은 우리 몸의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주범이기도 하다. 발효를 하면 카페인 성분이 줄고 여기에 한 차례 더 커피와인으로 숙성시키면 폴리페놀 성분이 높아진다. 다만 카페스톨은 종이필터를 써서 내려 마시면 95% 감소한다.”

―누룩으로 커피를 발효시킨다고 하는데 어떤 과정을 거치는 것인가.

“식물성 천연 효모인 누룩으로 1차 발효를 한다. 이때 누룩이 커피 원두의 수분을 빨아들이는데 수용성이 강한 카페인도 함께 빠져나온다. 이 과정에서 카페인 함량이 50% 이상 줄게 된다. 1차 발효된 생두를 커피로 만든 와인인 그린빈와인에 담가 2차 숙성을 한다. 그린빈와인에 다량 함유된 폴리페놀이 생두에 침투하고 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 함량을 높여 준다. 발효 과정은 제주대 약대와 한국기능식품연구소 등에서 검증을 받았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최근에는 발효 커피를 이용해 디카페인 커피와 같은 수준으로 카페인을 줄인 꿀잠 커피를 만들었다. 또 폴리페놀 함량을 높인 커피빈과 그린빈와인을 브랜딩 한 제품도 만들었다. 이렇게 건강한 K커피를 아마존, 이베이, 큐텐 등 해외 플랫폼에 올려 K커피빈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헬스동아#건강#의학#우리시대 몸신#누룩발효 커피#폴리페놀#k커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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