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뛴다? 아니, 헤엄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4일 03시 00분


코멘트

재미 한인 과학자, 인간 심장세포로 만든 로봇 공개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 분화한 인간 근육 심장세포로 이뤄진 조직을 하이드로겔로 만든 물고기 모양의 양옆에 부착해 바이오 하이브리드 물고기 로봇을 만들었다. 사이언스 제공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에서 분화한 인간 근육 심장세포로 이뤄진 조직을 하이드로겔로 만든 물고기 모양의 양옆에 부착해 바이오 하이브리드 물고기 로봇을 만들었다. 사이언스 제공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과학자들이 사람의 줄기세포에서 얻은 인간 심장 근육세포를 이용해 스스로 움직이고 헤엄치는 ‘바이오 하이브리드’ 물고기 로봇을 개발했다. 살아 있는 근육세포로 만든 인공장기와 인공근육의 성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박성진 미국 조지아공대 교수와 이길용 하버드대 박사후연구원은 케빈 킷 파커 미국 하버드대 교수와 함께 인간 줄기세포에서 분화한 심장 근육세포를 이용해 스스로 움직이고 헤엄치는 물고기 로봇을 개발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10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박 교수는 2016년 쥐의 심장 근육세포를 이용한 바이오 하이브리드 가오리 로봇을 개발해 사이언스에 공개한 바 있다. 이번 물고기 로봇은 그 연구의 후속이다. 파커 교수는 “이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소아 심장병 환자를 위한 인공심장 개발”이라며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iPS)로 심장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스스로 할 수 있는 근육조직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심장의 수축과 이완 원리 재현해 스스로 헤엄쳐


연구진은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인간의 심장 근육세포를 만들었다. 유도만능줄기세포는 피부세포 등을 이용해 배아줄기세포처럼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도록 한 줄기세포를 뜻한다. 이 기술을 개발한 야마나카 신야 일본 교토대 교수와 존 거던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심장이 스스로 수축하고 이완되는 것과 같은 원리로 바이오 하이브리드 물고기 로봇은 양옆의 인간 심장 근육세포 조직의 수축과 이완으로 헤엄칠 수 있다. 사이언스 제공
심장이 스스로 수축하고 이완되는 것과 같은 원리로 바이오 하이브리드 물고기 로봇은 양옆의 인간 심장 근육세포 조직의 수축과 이완으로 헤엄칠 수 있다. 사이언스 제공
우리 몸 곳곳에 혈액을 보내는 심장은 외부 자극이 없어도 스스로 수축하고 이완한다. 심장의 근육세포에는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감지하는 단백질, 단백질을 활성화하는 이온 채널들이 있기 때문이다. 한쪽이 수축하면 이를 감지한 단백질을 통해 다른 한쪽은 이완하는 방식으로 끊임없이 박동한다.

연구진은 친수성 고분자물질(하이드로겔)로 물고기 모양을 만들고 하이드로겔 양면에 iPS에서 분화한 인간 심장 근육세포를 각각 붙여 물고기 양쪽에 근육 형태로 만들었다. 그런 뒤 인체 내부 환경과 유사한 전해질 용액에 물고기 로봇을 넣어 양쪽에 붙은 근육이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스스로 헤엄쳐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인간의 심장 박동처럼 외부의 기계·전기적 자극 없이 수축과 이완 반복만으로 심장 박동 리듬을 구현한 물고기 로봇은 전해질 내에서 100일 이상 헤엄치며 생존했다.

또 연구진은 외부의 빛 자극으로도 로봇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는 기능도 구현했다. 로봇에 부착한 인간 심장 근육세포에 빛을 감지하는 센서 DNA를 집어넣어 빛이라는 외부 자극에도 반응해 물고기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박 교수는 “이번에 발표한 바이오 하이브리드 물고기 로봇은 2016년 개발한 가오리 로봇을 뛰어넘은 것으로, 외부자극이 없어도 스스로 헤엄칠 수 있도록 물고기 로봇을 만든 것이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환자 맞춤형 생체 적합성 검증된 인공 조직 개발에 도움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 기술은 대부분 피부의 섬유아세포를 추출해 만든다. 환자 자신의 피부에서 추출한 세포로 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들 수 있다면 자신의 세포로 근육 조직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연구진이 바이오 하이브리드 물고기 로봇을 개발한 방식처럼 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를 이용해 분화한 근육세포로 인공 조직을 만들면 생체 적합성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체내 이식용 인공심장이 아니어도 이렇게 만든 근육조직을 활용해 만든 인공심장으로 체외에서 약물 테스트를 진행할 수도 있다. 심장병 환자에게 투여할 약물을 결정할 때 인공심장에 우선 투여한 뒤 이상 반응은 없는지, 효과가 뛰어난 약물은 무엇인지를 결정해 환자 맞춤형 치료법을 알아낼 수도 있다.

박 교수는 “물고기 로봇이 100일 동안 문제없이 살아남은 것을 보여준 연구였다”며 “유도만능줄기세포로 충분히 건강한 근육조직을 분화해 만들어낸다면 체내에 이식 가능한 인공심장 등 장기를 개발하는 데 토대가 되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바이오 하이브리드#물고기#인공장기#인공근육#인간 유도만능줄기세포 기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