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력밥솥’ 같은 열돔 현상, 태풍 북상하는 8월 초까지 지속된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입력 2021-07-22 14:58수정 2021-07-2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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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장마가 예년보다 일찍 끝이 나고 폭염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올 여름 서울은 39.6도, 강원 홍천은 41도까지 올라가며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한 2018년에 맞먹는 역대급 폭염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2018년과 올해 폭염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열돔 현상’을 공통적으로 꼽는다.

●고기압 뚜껑에 뜨거운 공기 갇혀
열돔 현상은 뜨겁게 달궈진 공기 덩어리가 반구 형태의 지붕에 갇혀 계속해서 지표면 온도를 높이는 현상이다.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고척돔)에 뜨거운 공기가 가득 차면서 운동장이 찜통이 됐다고 보면 된다. 태양빛을 받아 공기가 뜨겁게 달궈지면 더운 공기는 위쪽으로, 찬 공기는 아래쪽으로 이동하는 대류현상이 일어난다. 하지만 상승하던 뜨거운 공기가 고기압에 가로막혀 갇히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이때 열돔 현상이 나타난다. 고기압이 뜨거운 공기를 가두는 돔 지붕 역할을 하는 셈이다.

현재까지 연구에 따르면 열돔 현상은 기상현상이 일어나는 고도 5~7km의 대류권 하층과 고도 10~11km의 상층에 모두 고기압이 발생했을 때 나타난다. 고기압은 주위보다 상대적으로 기압이 높은 곳으로 무거운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하강기류가 발생한다. 고기압권 상층과 하층에 있는 공기가 내려오면서 압축효과가 생겨 기온이 올라간다. 순차적으로 비구름이 밀려나면서 햇빛이 지면에 더 많이 도달하고, 지면 공기는 더 뜨겁게 달궈진다. 이렇게 달궈진 더운 공기는 가벼워지면서 상층으로 올라가지만 고기압에 눌려 갇히게 된다. 기상학자들은 이런 이유로 열돔 현상의 원리를 압력밥솥에 빗대기도 한다.

● 태풍 북상해야 열돔 사라질 것
최근 한 달간 미국과 캐나다 서부 지역은 낮 최고기온 40~50도에 이르는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이달 11일 미국 데스밸리 국립공원은 낮 최고 기온이 56도까지 올라가는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하기도 했다. 기상학자들은 이 폭염의 원인도 열돔 현상으로 지목했다. 멕시코만에서 이동한 고기압과 서태평양 고기압이 만나면서 사태를 악화시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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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돔현상 나타나는 서울 도심. 뉴시스
최근 한반도 지역의 찜통 더위는 대류권 하층에 자리한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과 상층에 덥고 건조한 티베트고기압이 겹쳐지면서 발생한 열돔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반도에 발생한 열돔 현상이 사라지려면 상층부에 자리한 고기압이 해소돼야 한다. 이명인 울산과학기술원(UNIST) 폭염연구센터장은 “태풍과 같은 열대성 저기압과 부딪혀야 한다”며 “태풍이 한반도로 올라오는 8월 초 전까지는 열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열돔 현상이 장기화하는 원인을 ‘블로킹 현상’에서 찾고 있다. 대류권 상층과 하층에 형성된 고기압을 계속해서 유지하며 대기 흐름이 정체되는 현상을 뜻하는 기상학 용어다. 블로킹 현상은 지구 온난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자연 상태에서는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만나면 열 교환이 이뤄지며 급속도로 뒤섞이고 공기 흐름도 빨라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에 따라 극지방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고위도인 극지방과 저위도 지역의 기온차가 줄고 있다. 공기 순환이 순환이 상대적으로 덜 이뤄지면서 공기 흐름도 느려지고 있는 것이다.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는 “물살이 약해지면 모래가 쌓이는 것처럼 대기 흐름이 약해지면서 공기가 쌓이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라고 했다. 여러 기상학자들이 열돔 현상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지목하는 이유다. 기상학자들은 지구온난화 이전에도 열돔 현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지만 그 강도는 별로 세지 않았을 것으고 추정하고 있다.

● 열돔 현상은 정식 기상학 용어 아냐
서울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앞 횡단보도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기상청은 20일부터 내륙을 중심으로 당분간 매우 무더운 날씨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2021.7.20/뉴스1 (서울=뉴스1)
열돔 현상은 최근 신문과 방송에 많이 사용되는 용어지만 정식 기상학 용어는 아니다. 정식 예보에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박정민 기상청 통보관은 “관련 연구들이 많이 나와야 기상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인정받을 수 있고 예보에 사용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열돔 현상의 발생 원인이나 메커니즘을 밝힌 연구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대륙과 해양의 온도차가 클수록 열돔 현상이 강해진다는 주장도 있지만 여전히 언제, 어디서, 나타나고 사라질지 예측불허다.

기상학자들은 열돔 현상 역시 점차 현실화하고 있는 기후위기의 한 사례라고 보고 연구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허 교수는 “기상학 연구 투자가 너무 적다보니 열돔 현상을 연구할 연구자조차 국내에 없다”며 “국가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다가올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이 분야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이명인 폭염연구센터장도 “열돔현상에 따른 폭염은 국가가 예보부터 피해 복구까지 챙겨야 하는 법정재난에 해당한다”며 “폭염의 원인과 피해를 정리하는 연구가 없다면 현재 대응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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